경제

"달러 사지 마!"… 정부, 환율 급등하자 결국 '최대 고래' 국민연금에 SOS

 외환시장의 ‘슈퍼 을(乙)’로 불리던 외환당국이 결국 ‘최대 큰손’ 국민연금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였다. 기획재정부는 24일, 보건복지부, 한국은행, 국민연금과 함께 4자 협의체를 구성해 첫 회의를 열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외환시장 영향을 점검하고, 연금의 수익성과 시장 안정을 조화롭게 달성할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최근 급등하는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달러를 쏟아부어도 좀처럼 약발이 먹히지 않자, 달러 수요의 최대 원천인 국민연금을 직접 압박해 환율 안정을 꾀하려는 정부의 다급한 속내가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사실상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에 ‘SOS’를 친 셈이다.

 

이번 4자 협의체의 핵심 의제는 단연 국민연금의 막대한 해외투자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변동성을 줄이는 방안이었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해외 주식 및 채권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려왔다. 이 과정에서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대규모 거래를 지속적으로 일으켰고, 이는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환율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어 왔다. 시장의 수급 논리상 ‘달러를 사는 자’가 우위에 설 수밖에 없는데, 그 규모가 정부의 개입 물량을 압도할 정도에 이르자 더는 이를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정부가 환율 방어를 위해 시장에 달러를 푸는 동안, 국민연금은 투자를 위해 달러를 사들이는 엇박자가 계속되면서 정책 효과가 반감되는 상황을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시장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해법은 국민연금의 ‘환헤지(Hedge)’ 비율을 인위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다. 환헤지는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해 현재 환율로 투자 자금의 가치를 고정하는 금융기법이다. 국민연금이 해외투자를 위한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직접 사들이는 대신, 선물환 계약 등을 통해 조달하게 되면 당장의 현물환 수요를 줄여 환율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조 원을 해외에 투자할 때, 이를 전액 시장에서 달러로 바꾸는 대신 선물환 계약을 통해 미래의 특정 시점에 정해진 환율로 달러를 확보하는 식이다. 이는 외환당국 입장에서 시장 개입을 위한 실탄(외환보유고)을 아끼면서도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카드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러한 해법은 국민의 노후자산 수익률에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환헤지에는 상당한 비용이 수반될 뿐만 아니라, 향후 환율이 상승할 경우 얻을 수 있는 ‘환차익’을 고스란히 포기해야 한다는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즉, 단기적인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 전체의 장기적인 노후 소득을 깎아 먹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환율 안정’이라는 공익과 ‘연금 수익률 극대화’라는 국민연금의 설립 목적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셈이다. 정부의 입김에 따라 국민연금의 투자 전략이 좌우될 경우, 기금 운용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되면서 이번 4자 협의체의 결정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통일교 게이트' 특검 추천권, 개혁신당이 가져가나…與野 신경전 시작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더불어민주당 연루 의혹이 제기된 '통일교 게이트'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특검)법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뜻을 모았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17일 국회에서 22대 국회 개원 이후 처음으로 공식 회동을 갖고, 통일교 특검법의 조속한 발의와 통과를 위해 힘을 합치기로 합의했다. 이는 거대 여당인 민주당을 상대로 야권이 공조 체제를 구축해 본격적인 압박에 나서는 신호탄으로, 향후 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할 전망이다. 양당은 특검 출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완벽한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특검 추천권을 둘러싼 세부적인 방식에서는 미묘한 입장 차이를 보여 향후 조율 과정에 관심이 쏠린다.이날 회동에서 포문을 연 것은 천하람 원내대표였다. 그는 "통일교 사건은 특정 종교와 정치권이 위법하게 유착된 사건으로 여야를 가리지 않는 엄정한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특검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특히 그는 "이재명 대통령조차 위헌·위법한 종교단체의 해산을 언급하는데, 그렇다면 민주당이 더 적극적으로 특검을 하자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스스로 당당하다면 통일교 특검을 거부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고 민주당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러면서 천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거부 명분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으로 '드루킹 특검' 모델을 제시했다. 수사 범위를 간단명료하게 규정하고 특검 규모도 최소화하며, 통일교 관련 의혹에서 자유로운 유일한 원내 야당인 개혁신당이 특검을 추천해야 한다는 '대승적 결단'을 국민의힘에 촉구했다.천 원내대표의 제안에 송언석 원내대표는 "전향적인 자세로 협상에 임하겠다"고 화답하며 특검 추진이라는 큰 틀에는 적극적으로 공감을 표했다. 그는 "통일교와 여권인 민주당 간의 금품수수 의혹과 이를 은폐·무마하려 한 정황을 중심으로 수사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수사 방향에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했다. 또한 특검 규모 역시 "필요 최소한으로 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천 원내대표의 의견에 동의했다. 다만, 특검 추천권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송 원내대표는 "과거 특검법 사례를 보면 대한변호사협회나 대법원장이 추천한 경우가 많았다"면서 "정당이 정치적으로 관여하기보다는 법률 전문가인 대법원이나 변협에 추천권을 맡기는 것이 독립성을 위한 좋은 대안"이라고 제안하며 개혁신당의 단독 추천 요구와는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이견에도 불구하고 양당 원내대표는 특검을 조속히 출범시켜야 한다는 대의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음을 재확인했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특검을 조속히 출범시키는 일이며, 그 부분에 개혁신당과 국민의힘 간 이견이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세부 실무사항을 조속히 마무리 짓고 특검법을 발의해서 민주당이 이 법을 꼭 통과시킬 수 있도록 힘을 합칠 생각"이라고 강조하며 공동 투쟁의 의지를 분명히 했다. 22대 국회 시작과 함께 야권의 두 축인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통일교 게이트'라는 현안을 고리로 첫 연대를 성사시키면서, 향후 특검법안의 구체적인 내용과 이를 둘러싼 여야의 치열한 수 싸움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