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찬성 87% vs 투표율 16%…'숫자의 함정'에 빠진 민주당, 내분 격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강력하게 추진하던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 도입이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당 지도부는 당헌·당규 개정안의 최종 의결 절차인 중앙위원회를 당초 예정됐던 28일에서 내달 5일로 일주일 연기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개정안이 24일 당무위원회를 통과하며 순항하는 듯 보였으나, 회의 내부에서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자 결국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일부 우려가 있어 보완책을 더 논의하기 위해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밝히며, 당내 이견이 존재함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이는 압도적인 찬성률을 앞세워 속전속결로 매듭지으려던 지도부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음을 의미한다.

 

이번 갈등의 핵심에는 '명분'과 '절차'의 충돌이 자리 잡고 있다.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지난 19~20일 진행된 전 당원 투표에서 나온 86.81%라는 압도적인 찬성률을 '거스를 수 없는 당심'으로 규정하고 개혁의 동력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 투표의 전체 투표율이 16.81%에 불과했다는 점이 반대 측의 주요 공격 포인트가 되고 있다. 전체 유권자 중 극히 일부만 참여한 투표 결과를 가지고 당의 근간을 바꾸는 중대한 사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대의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다. 그럼에도 지도부는 투표 결과를 근거로 최고위원회의에서 개정안을 신속히 의결하며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고, 이는 결국 당내 갈등의 불씨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졌다.

 


당 지도부의 일방적인 추진 방식에 대한 불만은 결국 공개적인 반발로 터져 나왔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하며 "원칙에 대한 찬반보다 절차의 정당성과 민주성 확보가 논란의 핵심"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중요 제도를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단 며칠 만에 밀어붙이기 식으로 하는 게 맞느냐"고 따져 물으며, 대통령 순방 중에 굳이 당내 분열을 야기할 수 있는 안건을 처리해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최고위원은 작심 발언을 쏟아낸 직후 회의장을 떠나며 지도부와의 갈등이 심상치 않은 수준임을 드러냈다. 당무위원회 회의장 밖에서는 고성이 오가는 등 격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

 

결국 민주당은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벌었지만, 이는 갈등의 봉합이 아닌 수면 위로의 부상에 가깝다. 당 지도부는 이 기간 동안 반대 의견을 청취하고 보완책을 마련해 설득에 나선다는 입장이지만,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는 이들을 만족시킬 묘안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원 주권 강화'라는 개혁의 명분과 '충분한 숙의를 통한 민주적 절차'라는 원칙 사이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혹은 일주일 뒤 또다시 강행 처리를 시도하며 정면충돌을 불사할지, 당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내년엔 '계산이 서는 선수'가 되겠다"…FA 폭풍 속에서 살아남은 그가 밝힌 진짜 목표

 올 시즌을 앞두고 주전 유격수였던 이도윤(29·한화 이글스)에게는 날벼락 같은 소식이 연이어 들려왔다. 구단이 센터라인 강화를 명분으로 KBO리그 최고의 수비력을 자랑하는 심우준을 4년 총액 50억 원이라는 거액에 영입한 데 이어, 팀을 떠날 것으로 보였던 FA 유격수 하주석마저 잔류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한순간에 자신의 입지가 위태로워진 상황이었지만, 그는 "달라질 건 없다"며 묵묵히 경쟁자의 마음으로 새 시즌을 준비했다. 벤치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도 더그아웃에서 가장 먼저 파이팅을 외쳤고, 언제 찾아올지 모를 출전 기회에 대비해 100%의 역량을 쏟아낼 수 있도록 묵묵히 땀을 흘렸다.그의 땀은 배신하지 않았다. 김경문 감독은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해준 이도윤에게 생애 첫 올스타전 출전이라는 값진 선물을 안겼고, 시즌 내내 그를 핵심 전력으로 활용했다. 심우준 영입 당시 "이도윤을 어떻게 기용할지 구상이 있다"고 밝혔던 김 감독의 말처럼, 그는 유격수와 2루수를 오가는 멀티 플레이어로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올 시즌 단 한 번의 1군 엔트리 말소 없이 113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 6푼 1홈런이라는 준수한 성적을 남겼고, 한화가 정규시즌 2위를 차지하고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올해는 유독 길었던 것 같다"는 그의 말처럼, 이도윤에게 2025년은 잊을 수 없는 한 해였다. 생애 처음으로 경험한 가을야구는 그에게 더 큰 아쉬움과 동기부여를 남겼다. 그는 "가을야구는 단기전이라 작은 것 하나가 엄청나게 크게 느껴졌다"며, "한 점을 내야 할 때 내지 못하거나, 주지 말아야 할 점수를 내주면 그 한 번 때문에 경기가 뒤집히는 게 아쉬웠다"고 곱씹었다. 비록 한국시리즈에서 LG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그는 "많이 아쉽고 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LG라는 팀의 야구에 감탄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인정해야만 했다"는 그의 말에서 챔피언에 대한 존중과 더 높은 곳을 향한 갈망이 동시에 묻어났다.치열했던 시즌이 끝났지만, 그는 곧바로 마무리캠프에 합류해 주장 완장을 차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사실 경기에 못 나가고 팀이 지면, 내가 못해서 지는 것보다 더 분한 마음이 크다"며 주전 경쟁의 어려움 속에서도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을 밝혔다. 한 번 찾아오는 기회를 잡기 위해 수없이 연습했고, 그 노력이 결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제 그의 목표는 더욱 명확해졌다. "내년에는 '계산이 서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것이 그의 다짐이다. 단순히 개인 성적을 넘어, "저 선수가 나가면 됐다"는 믿음을 주는 선수, 팀 승리에 결정적인 기여를 하는 선수가 되겠다는 그의 시선은 벌써부터 더 뜨거워질 2026시즌을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