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실언 제조기' 日 총리, 이번엔 "마운팅"…외교 무대를 싸움판으로 아나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남긴 소셜미디어 게시글 하나로 일본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그는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향하던 중 자신의 엑스(X, 옛 트위터) 계정에 "세탁소에서 찾아온 옷들 중에서 '값싸게 보이지 않는 옷', '얕보이지 않는 옷'을 고르는 데 몇 시간을 들였다"고 적었다. 국가의 중대사를 논하는 다자외교 무대에 참석하는 지도자가 정작 외교 전략이나 의제가 아닌, 옷차림에 몇 시간씩 골몰했다는 사실 자체도 한가하다는 비판을 샀지만, 진짜 문제는 그의 저급한 단어 선택에 있었다. 이 게시물은 순식간에 퍼져나가며 총리로서의 자질과 외교 인식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비판을 촉발시켰다.

 

논란의 핵심은 다카이치 총리가 사용한 '마운트를 취할 수 있는 옷'(マウント取れる服)이라는 표현이었다. '마운팅'은 동물이 상대의 등 위에 올라타 우위를 과시하는 행위에서 유래한 속어로, 상대방을 깎아내리며 자신의 우월함을 과시하려는 경멸적인 태도를 의미한다. 상호 존중이 기본 원칙인 외교 무대에서 한 나라의 정상이 상대를 '눌러 이기기 위한' 옷을 고민했다는 발상은 그 자체로 충격적이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한 의원이 "값싼 옷을 입으면 얕보인다"고 한 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며 자신의 고민을 정당화하려 했지만, 이는 오히려 그의 외교관이 얼마나 천박하고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지를 스스로 드러낸 꼴이 되고 말았다.

 


정치권의 비판은 매서웠다. 다지마 마이코 입헌민주당 의원은 "외교는 상대를 이기는 일이 아니라 상호 평화와 번영을 목표로 관계를 쌓는 것"이라며 "속으로 생각한 것을 너무 그대로 입 밖에 낸다"고 총리의 미숙함을 질타했다. 야마조에 타쿠 일본공산당 의원 역시 "외교에서 마운트를 잡겠다는 발상도, 그것이 옷차림에 달려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어이가 없다"며 "사실과 논리, 국제법을 벗어난 부끄러운 태도"라고 맹비난했다. 나아가 예산위원회의 귀중한 시간에 총리의 옷차림을 지적한 안도 의원의 자질까지 의심스럽다는 목소리를 높이며, 일본 정치의 전반적인 수준 저하를 개탄했다.

 

온라인 여론은 그야말로 들끓었다. 일본 누리꾼들은 "실언 제조기", "일본의 수치"라며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한 누리꾼은 "일본에서 태어나 '마운트를 취하다'는 말을 쓰는 총리는 처음 본다"며 경악했고, 다른 누리꾼은 "상대에게 실례가 되지 않기 위한 '단정한 차림새'가 총리에게는 '우위를 점하는 행위'로 보이는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양아치냐", "역대 가장 품격 없는 말"이라는 원색적인 비난부터 "외교 현장에서 당신을 지탱하는 것은 고급 원단이 아니라 전문성과 신념, 품격 있는 태도"라는 따끔한 충고까지 이어졌다. 이번 논란은 다카이치 총리가 과거 '대만 유사시 개입' 발언으로 외교적 파장을 일으킨 데 이어, 그의 외교관과 자질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일본 사회 전체에 던지는 계기가 되었다.

 

손흥민·김민재도 막지 못한 '관중 실종'…10년 만의 굴욕, 대체 무슨 일이?

 고통스러운 부상과 긴 재활의 터널을 뚫고 1년 8개월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단 조규성(미트윌란)의 눈에 비친 대표팀의 현실은 충격 그 자체였다. 최근 유튜브 채널을 통해 팬들과 소통에 나선 그는 오랜만에 돌아온 대표팀에서 느낀 낯선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11월에 소집돼 A매치를 뛰었는데, 원래 서울에서 경기를 하면 6만 관중이 가득 들어찼었다. 그런데 이번엔 3만 명 정도만 오신 걸 보고 한국 축구 인기가 확실히 식은 건가 싶어 놀랐다"고 말했다. 그라운드를 누비는 선수마저 체감할 정도로 싸늘해진 축구 열기를 직접 언급한 것으로, 현재 대표팀이 처한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불과 1~2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풍경이었다.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신화 이후 한국 축구는 제2의 황금기를 맞았다. 월드클래스 공격수 손흥민을 필두로 이강인, 김민재 등 유럽 빅리그를 호령하는 스타 선수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팬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고, A매치 티켓은 '하늘의 별 따기'에 비유될 정도였다. 2023 아시안컵에서의 아쉬운 성적에도 불구하고 선수들을 향한 팬들의 애정과 열정은 쉽게 식지 않는 듯 보였다. 하지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갑작스러운 경질과 그 후임으로 홍명보 감독이 선임되는 과정에서 축구 팬들의 여론은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월드컵 최종예선을 포함한 평가전에서 홍명보 감독이 소개될 때마다 홈 팬들의 야유가 쏟아지는 전례 없는 장면이 연출됐고, 이는 고스란히 팬들의 외면으로 이어졌다.조규성이 느낀 '반 토막 난 관중'은 단순한 체감이 아닌, 명백한 수치로 증명된다. 실제로 팬들의 관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우려는 계속해서 제기되어 왔다. 지난 10월 1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파라과이와의 평가전 관중은 2만 2,206명에 그쳤고, 올해 마지막 A매치였던 가나전 역시 3만 3,256명이 입장하는 데 머물렀다. 6만 6천여 석 규모의 대한민국 축구 성지 서울월드컵경기장이 A매치에서 절반도 채워지지 못한 것은 2015년 10월 자메이카전 이후 무려 10년 만의 일이다. 토트넘의 방한 경기 등 굵직한 이벤트가 연이어 열리며 팬들의 피로도가 높아졌다는 분석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리더십을 잃고 표류하는 대표팀과 축구협회를 향한 팬들의 실망감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누구보다 간절하게 대표팀 복귀를 꿈꿨을 조규성이기에 싸늘하게 식어버린 열기는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실망과 좌절에 머무르지 않고, 선수로서의 책임을 먼저 통감했다. 그는 "결국 우리가 잘해야 한다. 첫 번째 단추는 선수가 꿰어야 한다"며 그라운드 위에서 모든 것을 쏟아부어 떠나간 팬심을 되돌리겠다는 굳은 각오를 다졌다. 그의 다짐처럼, 조규성은 긴 재활을 마치고 소속팀에서 연일 득점포를 가동하며 완벽한 부활을 알리고 있다. 1년 8개월 만의 복귀전이었던 볼리비아전에서도 통쾌한 골 맛을 보며 포효했던 그가,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 팬들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