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450년 철옹성 뚫었다…독일 명문 악단 ‘종신 부악장’ 꿰찬 20대 한국인

 한국의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이 잇따라 유럽 최정상급 오케스트라의 정단원 자리를 꿰차며 K-클래식의 위상을 드높였다. 금호문화재단은 바이올리니스트 박규민(29)과 오보이스트 송현정(27)이 각각 독일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제1바이올린 종신 부악장, 영국 버밍엄 심포니 교향악단의 오보에 종신 수석으로 임명됐다고 밝혔다.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는 악단에서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되면서,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뛰어난 역량이 다시 한번 세계 무대에서 증명된 셈이다.

 

바이올리니스트 박규민이 합류한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는 1570년에 창단되어 무려 4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다. 멘델스존, 바그너, 슈트라우스와 같은 전설적인 음악가들이 음악감독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크리스티안 틸레만이 악단을 이끌고 있다. 박규민은 11개월의 연수 기간을 성공적으로 마친 뒤, 지난 10월 오케스트라 전 단원의 투표를 통해 종신 부악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었다. 2012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한 그는 예원학교, 서울예고를 거쳐 뉴잉글랜드 음악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합류로 이 악단의 한국인 단원은 이지윤, 양주영 등 총 5명으로 늘어났다.

 


오보이스트 송현정 역시 영국을 대표하는 명문 악단인 버밍엄 심포니 교향악단의 종신 수석으로 선발되는 쾌거를 이뤘다. 1920년 창단된 이 교향악단은 영국 최초의 공공자금 지원 오케스트라로, 사이먼 래틀, 안드리스 넬손스 등 세계적인 지휘자들이 거쳐 간 곳이다. 2011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한 송현정은 예원학교와 서울예고를 졸업하고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 국립음대에서 학·석사 과정을 마친 재원이다. 2023년부터 악단의 객원 수석으로 참여하며 실력을 인정받았고, 지난해 12월 특별 오디션과 6개월의 연수 기간을 거쳐 최종 합류 제안을 받았다.

 

두 젊은 거장의 성공은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탄탄한 저력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평가된다. 두 사람 모두 금호영재콘서트를 통해 국내 무대에 데뷔했다는 공통점을 가지며, 이는 한국의 영재 발굴 및 육성 시스템이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음을 입증한다. 단원들의 엄격한 투표와 까다로운 오디션을 거쳐 실력만으로 유럽 명문 악단의 핵심 단원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깊다. K팝에 이어 K클래식 역시 세계 음악계의 중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자랑스러운 성과다.

 

60대 이상 일자리 30만개 늘 때, 2040은 32만개 증발…"이게 나라냐"

 지난해 국내 일자리 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건설 경기 부진의 직격탄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가속화된 비대면 업무 전환의 여파로, 일자리 수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증가율을 기록하며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일자리행정통계'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새로 생긴 일자리는 고작 6만 개에 그쳐 총 2천671만 개를 기록했다. 이는 0.2% 증가에 불과한 수치로, 20만 개(0.8%)가 늘었던 전년도와 비교하면 증가폭이 무려 4분의 1 토막 난 것이다. 2017년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이후 가장 저조한 성적표로, 한국 경제의 고용 창출 능력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음을 보여준다.산업별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고령화 사회 진입과 맞물려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에서 13만 3천 개의 일자리가 늘어나며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고, 제조업 역시 4만 5천 개의 일자리를 더하며 선방했다. 하지만 이는 일부 업종에 국한된 온기일 뿐이었다. 얼어붙은 건설 경기의 한파는 고용 시장에 그대로 몰아쳐 건설업에서만 5만 8천 개의 일자리가 증발했다. 또한,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된 금융보험업과 운수창고업에서도 각각 5만 6천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 특정 산업 분야의 고용 충격이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최재혁 데이터처 행정통계과장은 이러한 현상에 대해 건설 경기 부진과 비대면 업무 확산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특히 이번 통계는 일자리의 '세대교체'가 아닌 '세대 양극화' 현상을 뚜렷하게 보여주었다. 60대와 70세 이상 고령층에서 각각 15만 개의 일자리가 늘어나며 전체 증가분을 훌쩍 뛰어넘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50대 일자리 역시 6만 개가 늘어나는 등, 장년층 이상의 고용 시장은 비교적 활기를 띤 모습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40대와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0대였다. 40대 일자리는 무려 17만 개가 사라졌고, 20대 일자리 역시 15만 개나 감소하며 직격탄을 맞았다. 특히 20대 일자리는 전년도에 사상 처음으로 8만 개가 줄어든 이후, 감소폭이 두 배 가까이 확대되며 청년 고용 시장의 위기가 더욱 심화하고 있음을 드러냈다.기업 규모별로도 양극화는 심각했다. 종사자 300명 이상의 대기업과 50명 이상 300명 미만의 중견기업에서는 각각 7만 개와 9만 개의 일자리가 늘어나며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고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정반대로 11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더욱 심각한 것은 4인 이하 영세 사업체로, 이곳에서만 무려 21만 개의 일자리가 증발했다. 데이터처는 이러한 영세 사업체 일자리 급감의 주된 원인으로 건설업 관련 개인 사업체의 몰락을 지목했다. 결국 지난해 한국의 일자리 지도는 '고령층과 대기업'은 웃고, '청장년층과 영세 사업장'은 우는 극심한 양극화의 민낯을 고스란히 보여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