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모아

‘디카페인=카페인 90% 제거’ 황당 기준…정부, 드디어 칼 빼 들었다

 잠 못 드는 밤을 피하고 싶거나 건강상의 이유로 커피를 망설였던 이들에게 ‘디카페인’은 한 줄기 빛과 같았다. 이러한 소비자들의 기대를 등에 업고 디카페인 커피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실제 지난해 디카페인 커피 생산량은 1만 8641톤으로, 2020년 6463톤에 비해 3배 가까이 급증했으며, 같은 기간 수입량 역시 1.7배나 늘었다. 하지만 이 ‘안전한 선택’이라고 믿었던 디카페인 커피에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었다. 바로 ‘디카페인’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상당량의 카페인이 여전히 남아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국내 기준은 카페인을 90%만 제거해도 디카페인으로 표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 카페인에 극도로 민감한 소비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카페인을 섭취해왔을 가능성이 크다.

 

문제의 핵심은 ‘디카페인’이라는 용어가 소비자에게 ‘카페인이 전혀 없는(caffeine-free)’ 커피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는 점이다. 원두 자체의 카페인 함량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단순히 90%를 제거하는 현행 방식으로는 최종 제품에 얼마나 많은 카페인이 남게 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이는 국제 기준과 비교했을 때 더욱 명확한 허점으로 드러난다. 미국은 원두 고형분 기준 카페인 잔류량을 0.1% 이하, 즉 97% 제거를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이보다 더 엄격한 0.3% 이하, 사실상 99% 제거를 요구하고 있다. 유독 느슨한 국내 기준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수준의 디카페인 커피를 기대하기 어려웠고, 시장의 신뢰도 역시 좀처럼 뿌리내리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소비자들의 혼란과 불만이 커지자 정부가 칼을 빼 들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내년 3월까지 국제 기준에 맞춰 ‘식품 등의 표시 기준’을 개정하고,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디카페인 커피의 기준을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특히 그간 제각각의 기준을 적용해왔던 대형 프랜차이즈와 캡슐 커피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강화된 기준이 적용되면 소비자들은 더 이상 브랜드별 카페인 함량을 일일이 비교하는 수고를 덜고, ‘디카페인’이라는 표시 자체를 신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는 소비자 선택권을 실질적으로 강화하고, 급성장하는 디카페인 시장이 더욱 투명하고 건강하게 발전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모든 문제가 한 번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디카페인 원두는 카페인 제거 공정을 추가로 거쳐야 하기에 일반 원두보다 20~30%가량 비싸고, 이는 음료 가격에 500원 안팎의 추가 비용으로 고스란히 반영된다. 강화된 기준을 맞추기 위한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업계에서는 개인 카페의 경우 디카페인 원두 소비량이 많지 않아 이번 개정의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부의 결정은 가격이라는 현실적인 장벽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알 권리와 건강권을 우선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무늬만 디카페인’ 시대를 끝내고, 진정한 의미의 디카페인 시대를 여는 첫걸음이 시작된 것이다.

 

예식장이 감히 '노쇼'? 앞으론 계약금 2배 토해낸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나 여행을 계획하는 소비자에게 희소식이 될 만한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 개정안이 시행에 들어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예식장 및 숙박업과 관련한 소비자 권리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18일부터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사업자의 귀책 사유로 계약이 취소될 경우 소비자에 대한 배상 책임을 무겁게 하고, 천재지변과 같은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는 소비자의 취소 부담을 덜어주는 것으로,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 소비자가 입는 피해를 최소화하고 보다 현실적인 구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예식장 관련 위약금 기준이다. 기존에는 취소 책임이 누구에게 있든 비슷한 수준의 위약금이 부과됐지만, 앞으로는 취소의 원인 제공자가 누구냐에 따라 위약금 비율이 크게 달라진다. 특히 예식장 측의 사정으로 계약이 파기될 경우,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훨씬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 개정된 기준에 따르면, 사업자는 예식일로부터 29일 이전 시점부터 계약을 취소할 경우 총비용의 70%를 기준으로 위약금을 배상해야 한다. 이는 기존 기준이었던 35%에서 사실상 두 배로 뛰어오른 수치로, 일방적인 계약 취소로 인해 더 큰 피해를 입는 쪽이 소비자라는 점을 명확히 인정한 조치다.물론 소비자 사정으로 취소할 경우의 위약금 기준도 피해 수준을 고려해 일부 조정됐다. 예식일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위약금이 차등 적용되는데, 예식 29일 전에서 10일 전 사이에 취소하면 총비용의 40%, 9일 전에서 하루 전 사이는 50%, 예식 당일 취소는 70%를 기준으로 위약금이 산정된다. 이는 계약 해지 시점에 따라 사업자가 입는 실질적인 손해 규모를 반영한 것으로, 무조건적인 환불 불가 관행에 제동을 걸고 보다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다.숙박업 관련 기준은 소비자의 편의를 한층 더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됐다. 기존에도 천재지변으로 숙박업소 이용이 불가능하면 예약 당일에도 위약금 없이 취소가 가능했지만, '이용 불가능'의 범위가 모호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개정된 기준은 이를 명확히 하여, 숙소 소재지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출발지나 숙소로 이동하는 경로상에 태풍, 폭설, 지진 등 천재지변이 발생한 경우에도 무료 취소가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제주도 펜션을 예약했는데, 김포공항이나 제주공항 중 한 곳이라도 기상 악화로 폐쇄된다면 위약금 걱정 없이 예약을 취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소비자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인한 불편과 금전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보호 장치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