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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선 40분 남기고 '날벼락'…퀸제누비아 2호 좌초, 승객들이 전한 공포의 순간

 제주를 떠나 목포로 향하던 2만 6천 톤급의 대형 카페리 여객선이 목적지 도착을 불과 40여 분 남겨두고 인근 무인도에 좌초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지만, 승객과 승무원 전원이 무사히 구조됐다. 19일 밤 8시 17분께, 승객 246명과 승무원 21명 등 총 267명을 태운 여객선 '퀸제누비아 2호'가 전남 신안군 장산도 남쪽의 무인도인 '족도'에 올라탔다는 긴급 신고가 목포해양경찰에 접수됐다. 사고 당시 배 안에서는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누워있던 승객들이 바닥을 구르는 등 큰 혼란이 빚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승객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배가 섬에 충돌한 뒤 그대로 서버렸다"며 긴박했던 순간을 알리기도 했다. 해경 확인 결과, 여객선 앞머리 부분에 일부 파공이 발견되었으나 다행히 침수로 이어지지는 않아 더 큰 위기는 모면할 수 있었다.

 

신고를 접수한 해경은 즉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전력을 총동원해 대규모 구조 작전에 돌입했다. 경비함정 17척과 연안 구조정 4척, 야간 수색을 위한 항공기 1대, 그리고 서해 특수구조대까지 현장으로 급파하며 그야말로 입체적인 구조 작전을 펼쳤다.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경비정들은 승객들의 안전을 확보하고 동요를 막는 데 주력했으며, 이어 도착한 함정 2대와 연안 구조정 1대를 이용해 본격적인 이송 작전을 개시했다. 특히 해경은 어린이 5명과 유아 1명을 포함해 임산부, 노약자 등 재난약자 40명을 가장 먼저 구조했으며, 사다리를 이용한 위험한 이동 대신 여객선 후미의 차량용 램프를 경비함정에 직접 연결하는 안정적인 방식으로 모든 탑승객을 안전하게 옮겨 태웠다.

 


구조된 탑승객들은 해경 경비함정을 통해 순차적으로 목포해양경찰서 전용 부두로 이송되었다. 좌초 당시의 충격으로 허리 통증 등을 호소한 승객 2명과 임산부 1명은 병원 이송을 기다렸으며, 이 외에도 다수의 승객이 가벼운 타박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육지에서의 일정이 모두 어그러진 승객들을 위해 전라남도는 인근 호텔을 임시 숙소로 마련하는 등 신속한 후속 조치에 나섰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이날 밤 11시께 직접 부두로 나와 불안에 떨었을 승객들을 맞이하고 위로하며 상황을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1차로 부두에 도착한 승객들은 해경과 지자체의 안내에 따라 준비된 버스에 올라 임시 숙소로 이동하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해경은 이번 사고가 퀸제누비아 2호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정상 항로를 이탈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해상은 장산도와 족도 등 여러 섬 사이의 좁은 수로이며,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바위섬과 암초가 다수 분포해 있어 항해에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곳으로 알려졌다. 사고 선박인 퀸제누비아 2호는 연안 여객선사 씨월드고속훼리가 지난해 2월 목포-제주 항로에 야심 차게 투입한 최신형 대형 카페리로, 길이 170m에 최대 1010명의 여객을 태울 수 있는 선박이다. 취항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최신 선박이 어째서 익숙한 항로를 벗어나 암초 지대로 향했는지에 대해 정밀한 조사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달러 사지 마!"… 정부, 환율 급등하자 결국 '최대 고래' 국민연금에 SOS

 외환시장의 ‘슈퍼 을(乙)’로 불리던 외환당국이 결국 ‘최대 큰손’ 국민연금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였다. 기획재정부는 24일, 보건복지부, 한국은행, 국민연금과 함께 4자 협의체를 구성해 첫 회의를 열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외환시장 영향을 점검하고, 연금의 수익성과 시장 안정을 조화롭게 달성할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최근 급등하는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달러를 쏟아부어도 좀처럼 약발이 먹히지 않자, 달러 수요의 최대 원천인 국민연금을 직접 압박해 환율 안정을 꾀하려는 정부의 다급한 속내가 드러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사실상 정부가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에 ‘SOS’를 친 셈이다.이번 4자 협의체의 핵심 의제는 단연 국민연금의 막대한 해외투자가 외환시장에 미치는 변동성을 줄이는 방안이었다. 국민연금은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해외 주식 및 채권 투자를 공격적으로 늘려왔다. 이 과정에서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대규모 거래를 지속적으로 일으켰고, 이는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환율을 끌어올리는 핵심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되어 왔다. 시장의 수급 논리상 ‘달러를 사는 자’가 우위에 설 수밖에 없는데, 그 규모가 정부의 개입 물량을 압도할 정도에 이르자 더는 이를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결국 정부가 환율 방어를 위해 시장에 달러를 푸는 동안, 국민연금은 투자를 위해 달러를 사들이는 엇박자가 계속되면서 정책 효과가 반감되는 상황을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시장에서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해법은 국민연금의 ‘환헤지(Hedge)’ 비율을 인위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다. 환헤지는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해 현재 환율로 투자 자금의 가치를 고정하는 금융기법이다. 국민연금이 해외투자를 위한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직접 사들이는 대신, 선물환 계약 등을 통해 조달하게 되면 당장의 현물환 수요를 줄여 환율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조 원을 해외에 투자할 때, 이를 전액 시장에서 달러로 바꾸는 대신 선물환 계약을 통해 미래의 특정 시점에 정해진 환율로 달러를 확보하는 식이다. 이는 외환당국 입장에서 시장 개입을 위한 실탄(외환보유고)을 아끼면서도 환율을 안정시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카드로 여겨진다.하지만 이러한 해법은 국민의 노후자산 수익률에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독이 든 성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환헤지에는 상당한 비용이 수반될 뿐만 아니라, 향후 환율이 상승할 경우 얻을 수 있는 ‘환차익’을 고스란히 포기해야 한다는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즉, 단기적인 외환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 전체의 장기적인 노후 소득을 깎아 먹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결국 ‘환율 안정’이라는 공익과 ‘연금 수익률 극대화’라는 국민연금의 설립 목적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셈이다. 정부의 입김에 따라 국민연금의 투자 전략이 좌우될 경우, 기금 운용의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되면서 이번 4자 협의체의 결정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