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결국 무대엔 못 섰다…투병 최불암, 소년원 아이들에게 전한 마지막 당부

 배우 최불암이 10년 넘게 이어온 소년 수형자들을 위한 특별한 무대가 올해도 어김없이 막을 올렸다. 사단법인 제로캠프의 이사장인 그는 20일 경북 김천소년교도소에서 열리는 창작 뮤지컬 ‘夢(몽)’에 출연하는 소년수들을 향해 "인간이 이루지 못할 일은 없다"는 묵직한 격려를 전했다. 이 공연은 지난 2013년부터 시작되어 올해로 13번째를 맞는 의미 깊은 행사로, 차가운 담장 안에 갇힌 소년들의 마음에 예술을 통한 변화의 씨앗을 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제로캠프는 2012년, 한 독지가가 소년 수형자들의 새 출발을 위해 쾌척한 30억 원의 기부금을 바탕으로 설립되었으며, 그 중심에는 배우 최불암의 굳건한 신념이 자리하고 있다.

 

최불암 이사장은 문화예술이야말로 인간의 내면을 순화하고 잠재된 선한 의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는 믿음 아래 단체를 설립하고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묵묵히 이끌어왔다. 그는 "아무리 제멋대로인 사람이라도 연극이라는 틀 안에 들어오면 약속을 지키고, 대본을 읽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고 강조하며 예술이 가진 교육적, 교화적 힘을 역설해왔다. 단순히 이름만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사재까지 보태가며 단체의 운영을 도맡아 온 그는, 사회의 그늘에 가려진 소년 수형자 한 명 한 명을 따뜻한 시선으로 보듬으며 이들의 진정한 변화와 사회 복귀를 위해 깊은 애정을 쏟아부었다.

 


이번에 13번째로 무대에 오르는 창작 뮤지컬 ‘夢(몽)’은 제목 그대로 소년 수형자들의 새로운 시작과 희망에 대한 염원을 담아낸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추미정 연출가는 "이것은 단순히 한 편의 공연을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교정시설의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어 표현하고 세상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과정 그 자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무대를 통해 아이들이 과거의 자신을 반성하고, 타인과 세상을 이해하며,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기를 바란다는 소망을 밝혔다. 김천소년교도소의 이일환 소장 역시 "이번 공연이 수형자들이 피해자의 아픔을 공감하고 깊이 반성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함께 땀 흘린 경험이 이들의 남은 인생에 소중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전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올해 공연에는 아이들이 그토록 기다렸을 최불암 이사장이 함께하지 못했다. 그의 뜻에 깊이 공감하여 이번 공연을 후원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여승수 사무총장은 "최불암 배우님은 저희 재단 전국후원회 회장으로 40년 넘게 봉사해오셨다"고 오랜 인연을 밝히며, "현재 건강 문제로 투병 중이시라 아쉽게도 이번 공연에는 참석하지 못하신다"고 전했다. 여 총장은 "투병 중에도 아이들의 공연을 세심하게 챙기시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했다"고 덧붙였다. 비록 몸은 함께하지 못했지만, 최 이사장은 "예술을 바라보는 사람은 행복합니다. 아이들이 무대에서 깨달은 그 행복을 주머니 속에 소중히 넣고, 앞으로의 바쁜 인생길을 씩씩하게 걸어가길 바랍니다"라는 따뜻한 당부의 말을 전하며 아이들의 새로운 꿈을 멀리서나마 응원했다.

 

수도권 첫눈에 빚어진 '교통 아비규환'

 수도권 전역에 내린 첫눈이 최대 6cm가 넘는 폭설로 변하면서 서울과 경기 지역이 극심한 교통 혼란에 휩싸였다. 퇴근 시간과 맞물린 갑작스러운 폭설로 도로는 순식간에 빙판길로 변했고, 주요 간선도로와 터널 등에서 차량들이 장시간 고립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현재 서울시 도로 교통통제는 해제됐으나, 영하권 기온으로 인한 빙판길 위험이 남아있어 경찰과 지자체는 총력 대응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이번 폭설은 기상청이 사상 처음으로 '대설 재난문자'를 발송할 정도로 강도가 높았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13분 서울 은평구를 시작으로 성북, 강북, 노원, 종로 등 서울 주요 지역과 경기 의정부, 포천, 남양주 등에 대설 재난문자가 발송됐다. 이는 기상청이 이달부터 수도권 등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시작한 대설 재난문자가 실제로 발송된 첫 사례다.퇴근 시간대에 쏟아진 폭설은 수도권 도심 교통을 완전히 마비시켰다. 서울시 교통정보센터(TOPIS)에 의하면 전날 오후 10시 기준 서울 도시고속도로 19개 구간과 시내 도로 5개 구간이 통제됐다. 온라인상에는 시민들의 고통을 호소하는 글들이 쇄도했다. "1시간 넘게 한남대교에 갇혀있다", "경기도 분당에서 저녁 6시 반에 퇴근했는데 밤 9시까지도 서울 도심 한복판에 갇혀있다"는 등의 후기가 이어졌다. 특히 "한밤중 버스 승객들이 터널 중간에서 다 같이 내려서 기어갔다", "새벽까지 갇혀있다 그냥 차를 버리고 걸어갔다"는 증언은 당시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실제 CCTV 화면에는 차를 버리고 갓길로 걸어가는 운전자들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빙판길로 변한 도로는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사고를 유발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는 승용차 두 대가 내리막길에서 미끄러져 전봇대와 가게 유리창을 들이받았으며, 금천구 시흥동 호암터널 안에서는 6중 추돌 사고가 발생해 교통 통제가 이뤄졌다. 구로구, 강북구, 성북구 등에서는 노인들이 눈길에 미끄러져 넘어졌다는 신고가 연이어 접수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종로구 자하문터널에서는 장시간 정체로 인해 버스 승객들이 하차해 터널을 걸어 나가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김민석 국무총리는 전날 기습 폭설을 보고받고 긴급 대응을 지시했다. 김 총리는 행정안전부와 한국도로공사, 경찰청 등에 즉각적인 제설·제빙 작업과 함께 차량 통제 및 우회 조치를 주문했다. 또한 이날 출근 시간대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로교통 상황과 대체 교통수단, 안전 안내 사항 등을 즉시 알리라고 지시했다.전날 오후 8시부로 서울에 대설주의보는 해제됐지만, 밤사이 기온이 급락하면서 내린 눈이 녹지 않아 5일 아침 출근길 도로 곳곳이 빙판길, 이른바 '블랙아이스'로 변할 위험이 커졌다. 서울경찰청은 위험 도로를 우선 통제하고 모든 기능을 동원해 총력 대응 중이며,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이날 출근길 결빙 구간에서 반복 순찰을 강화할 계획이다.서울시 도로 교통통제는 이날 오전 4시 53분을 기해 모두 해제됐다. 그러나 기상청은 "이면도로·골목길·경사로 등은 제설이 특히 취약하다"며 "가급적 자가용 이용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당부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수도권 전철을 20회 증편하며 시민들의 출근길을 지원하고 나섰다. 강추위는 이날까지 지속되다가 주말부터 차차 풀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