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1700억 대박?…알고 보니 '경주'가 90% 벌고 나머지 3곳은 본전도 못 찾아

 국가유산청이 지난 10년간 경주, 공주, 부여, 익산 등 4대 고도(古都)의 옛 모습을 되찾기 위해 야심 차게 추진한 ‘고도 이미지 찾기 사업’이 1700억 원이 넘는 막대한 관광 유발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국가유산청이 18일 공개한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2015년부터 10년간 약 719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한옥 신축 지원, 노후 건물 개선, 경관 정비 등 총 868건의 사업을 진행한 결과, 비용 대비 편익(B/C) 비율이 2.43에 달해 경제적 타당성이 충분함을 입증했다. 이는 투입된 비용보다 2.4배 이상의 가치를 창출했다는 의미로, 낡은 건물을 정비하며 얻은 사회적 편익 약 9억 3천만 원을 제외하고도, 순수하게 지역 관광 활성화에 기여한 경제적 효과, 즉 간접 관광 편익만 약 1741억 5천만 원에 이르는 성공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하지만 화려한 성과의 이면에는 심각한 지역 불균형이라는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전체 관광 유발 편익 1741억 원 중 무려 1559억 원이 경주 한 곳에서 발생했으며, 이는 전체의 89.6%를 차지하는 압도적인 수치다. 비용 대비 편익 비율로 따져보면 이러한 쏠림 현상은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경주의 B/C 비율은 약 4.0으로, 투입한 비용의 네 배에 달하는 엄청난 효과를 본 반면, 공주, 부여, 익산 등 나머지 세 지역의 B/C 비율은 0.6에서 0.8 수준에 그친 것으로 추산됐다. B/C 비율이 1.0 미만이라는 것은 투입된 비용만큼의 편익도 거두지 못했다는 의미로, 사실상 경주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는 사업이 경제적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결국 ‘고도 이미지 찾기 사업’의 성공은 ‘경주’라는 특정 지역의 성공에 기댄 ‘착시 효과’일 수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17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경제 효과를 창출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사업 자체에 대한 국민적 인지도는 처참할 정도로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올해 만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고도 이미지 찾기 사업’에 대한 인식 수준은 100점 만점에 고작 30.68점을 기록했다. 이는 국민 10명 중 7명은 지난 10년간 700억 원이 넘는 세금이 투입된 이 사업의 존재 자체를 모르거나, 그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충격적인 결과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고 괄목할 만한 경제적 성과까지 거둔 정책 사업이 이토록 국민적 관심과 인지도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점은 사업의 홍보 및 소통 방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명확한 성과와 뚜렷한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 이번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국가유산청은 사업의 전면적인 방향 재검토에 나설 계획이다. 이종훈 국가유산청 역사유적정책관은 경주와 다른 지역 간의 극심한 사업 성과 격차를 줄이고, 보다 합리적인 재원 배분 방식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중앙정부 주도의 획일적인 지원에서 벗어나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특성과 필요에 맞게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도록 자율성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을 검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0년간의 성과를 발판 삼아 ‘경주 쏠림’ 현상을 극복하고, 모든 고도가 상생 발전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 향후 사업의 성패를 가를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당신의 월급봉투가 저출산의 주범?…드러난 '임금 격차'의 민낯

 지난 10년간 대한민국 사회의 허리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무섭게 벌어지면서, 그 대가로 약 3만 1천 명의 아이들이 태어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는 충격적인 분석이 나왔다. 파이터치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6개국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와 출산율 사이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두 지표 사이에 뚜렷한 반비례 관계가 확인되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선택 문제를 넘어, 소득 불평등이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저출생 현상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즉, 월급봉투의 두께 차이가 한 국가의 미래 인구를 결정짓는 비극적인 현실이 데이터로 증명된 셈이다.연구 결과는 구체적인 수치로 현실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1%포인트 벌어질 때마다 합계출산율은 0.005명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분석 결과를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입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는 무려 17.8%나 증가했으며, 이를 출생아 수로 환산하면 약 3만 1467명이 감소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실제로 2011년 185만 원이었던 월평균 임금 격차는 2024년 258만 원까지 벌어졌고, 같은 기간 출산율은 1.24명에서 0.75명으로 곤두박질쳤다. 두 지표의 상관계수는 -80%에 달하는데, 이는 통계적으로 매우 강력한 음의 상관관계를 의미하며 사실상 임금 격차가 출산율 하락을 이끌었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대기업 근로자에 비해 자녀 한 명을 키우는 데 드는 막대한 양육비를 감당하기가 훨씬 버겁다. 대기업의 평균 임금이 중소기업의 1.6배에 달하는 현실 속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결국, 기업의 규모가 개인의 생애 소득을 결정하고, 나아가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마저 제약하는 사회적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구조적 장벽이 저출생의 근본적인 배경임을 시사한다.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줄이고 중소기업 근로자의 실질적인 양육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원석 파이터치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구체적인 대안으로 '고용주 보증 저금리 대출'과 '중소기업 근로자 맞춤형 수당 인상'을 제시했다. 출산한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금융기관이 저금리로 대출해주고, 고용주가 이를 보증하며 급여에서 일정액을 자동 상환하게 하는 방식이다. 또한, 중소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아동수당 및 부모급여를 현행보다 더 큰 폭으로 인상하여 소득 격차로 인한 양육 부담의 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저출생 극복의 해법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닌, 소득 불평등 해소라는 구체적인 정책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