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올해 서점가 뒤흔들 '괴물 신인'의 등장...역대 최다 경쟁 뚫고 김수영문학상 거머쥔 나하늘

 올해 한국 시단에 가장 빛나는 별이 될 이름으로 나하늘(33) 시인이 호명되었다. 출판사 민음사는 제44회 김수영문학상 수상자로 나하늘 시인을 선정했다고 17일 공식 발표했다. 올해 김수영문학상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을 증명하듯 역대 최다 인원인 350명의 시인이 자신의 작품을 투고하며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수많은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당선된 나하늘 시인의 수상작은 ‘사라지기’ 외 50편의 시로, 곧 한 권의 시집으로 묶여 독자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번 수상은 한국 문학의 미래를 이끌어갈 새로운 목소리의 등장을 알리는 의미 있는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심사위원단은 나하늘 시인의 작품 세계에 대해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이들은 수상작에 대해 “지금-현재라는 동시대적 감각을 날카롭게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정교하게 구축해내는 건축술이 매우 능하다”고 평가하며, 시인이 가진 독보적인 개성과 완성도 높은 기량에 주목했다. 특히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문학평론가 조강석 연세대 국문과 교수는 “시적 대상과 사태를 정확하게 움켜쥐면서도 과도하게 힘을 주어 억지 감동을 자아내지 않는다”고 언급하며, “오히려 자신만의 고유한 직관과 사유를 마치 가볍게 부풀려 풍선처럼 띄워 보내는 듯한 기량이 경이로울 정도로 빼어나다”고 극찬을 더했다. 이는 나 시인의 시가 힘을 뺀 듯 자연스러우면서도 얼마나 깊은 사유와 정교한 기술을 담고 있는지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이번 수상으로 문단의 중심에 서게 된 나하늘 시인은 오랫동안 묵묵히 자신만의 문학 세계를 다져온 실력파다. 서강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는 등 탄탄한 학문적 기반을 쌓았으며, 특히 2017년에는 독립문예지 ‘베개’의 창간 멤버로 활동하며 제도권 밖에서도 문학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실험 정신을 보여준 바 있다. 이는 시인이 주류 문단에 편입되기 이전부터 이미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해 온 문학적 동지들과 함께 호흡해왔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끈질긴 노력과 시간들이 쌓여 마침내 김수영문학상이라는 큰 결실을 맺게 된 것이다.

 

제44회 김수영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나하늘 시인에게는 상금으로 선인세 1000만 원이 주어지며, 문학계의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수상 시집은 올해 안에 민음사를 통해 정식 출간될 예정이다. 벌써부터 서점가에서는 새로운 스타 시인의 탄생을 예고하며 그의 첫 시집에 대한 독자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수상의 기쁨을 담은 나 시인의 소감과 심사위원들의 더욱 상세하고 깊이 있는 심사평 전문은 다음 달 발간되는 문예지 ‘릿터’를 통해 독자들에게 공개될 예정이다. 한 젊은 시인이 펼쳐 보일 ‘사라지기’의 시학이 한국 문단에 어떤 새로운 파장을 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된다.

 

찬성 87% vs 투표율 16%…'숫자의 함정'에 빠진 민주당, 내분 격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강력하게 추진하던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 도입이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당 지도부는 당헌·당규 개정안의 최종 의결 절차인 중앙위원회를 당초 예정됐던 28일에서 내달 5일로 일주일 연기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개정안이 24일 당무위원회를 통과하며 순항하는 듯 보였으나, 회의 내부에서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자 결국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일부 우려가 있어 보완책을 더 논의하기 위해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밝히며, 당내 이견이 존재함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이는 압도적인 찬성률을 앞세워 속전속결로 매듭지으려던 지도부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음을 의미한다.이번 갈등의 핵심에는 '명분'과 '절차'의 충돌이 자리 잡고 있다.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지난 19~20일 진행된 전 당원 투표에서 나온 86.81%라는 압도적인 찬성률을 '거스를 수 없는 당심'으로 규정하고 개혁의 동력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 투표의 전체 투표율이 16.81%에 불과했다는 점이 반대 측의 주요 공격 포인트가 되고 있다. 전체 유권자 중 극히 일부만 참여한 투표 결과를 가지고 당의 근간을 바꾸는 중대한 사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대의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다. 그럼에도 지도부는 투표 결과를 근거로 최고위원회의에서 개정안을 신속히 의결하며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고, 이는 결국 당내 갈등의 불씨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졌다.당 지도부의 일방적인 추진 방식에 대한 불만은 결국 공개적인 반발로 터져 나왔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하며 "원칙에 대한 찬반보다 절차의 정당성과 민주성 확보가 논란의 핵심"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중요 제도를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단 며칠 만에 밀어붙이기 식으로 하는 게 맞느냐"고 따져 물으며, 대통령 순방 중에 굳이 당내 분열을 야기할 수 있는 안건을 처리해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최고위원은 작심 발언을 쏟아낸 직후 회의장을 떠나며 지도부와의 갈등이 심상치 않은 수준임을 드러냈다. 당무위원회 회의장 밖에서는 고성이 오가는 등 격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결국 민주당은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벌었지만, 이는 갈등의 봉합이 아닌 수면 위로의 부상에 가깝다. 당 지도부는 이 기간 동안 반대 의견을 청취하고 보완책을 마련해 설득에 나선다는 입장이지만,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는 이들을 만족시킬 묘안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원 주권 강화'라는 개혁의 명분과 '충분한 숙의를 통한 민주적 절차'라는 원칙 사이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혹은 일주일 뒤 또다시 강행 처리를 시도하며 정면충돌을 불사할지, 당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