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104년 만의 '왕의 귀환'에 '오픈런' 사태…결국 '파격' 연장 결정

 1921년 경주 노서동의 한 고분에서 첫 금관이 모습을 드러낸 이래 104년 만에 마침내 모든 신라 금관이 한자리에 모였다. 국립경주박물관은 고고학계와 국민의 오랜 염원이었던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 특별전의 전시 기간을 당초 12월 14일에서 내년 2월 22일까지로 72일간 연장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박물관 개관 80주년을 기념하여 기획된 것으로, 신라의 상징인 금관 6점 전체와 금 허리띠 등 핵심적인 황금 유물 20점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무후무한 기회로 평가받는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각기 다른 곳에 보관되어 있던 신라의 영광이 비로소 한곳에 모여 그 찬란한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12월 2일 일반 관람이 시작되자마자 전시장은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박물관 문이 열리기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오픈런' 행렬이 매일같이 이어졌고, 이는 곧바로 전례 없는 흥행으로 연결됐다. 폭발적인 관심에 박물관 측은 안전하고 쾌적한 관람 환경을 위해 회차당 관람 인원을 150명, 평일 기준 하루 총 2,550명으로 제한해야만 했다. 이러한 제한 속에서도 개막 후 단 열흘(12월 2일~11일) 만에 무려 2만 6,608명의 관람객이 다녀가며 이번 전시에 대한 국민적 열기를 실감케 했다. 104년 만의 역사적인 만남을 직접 목격하려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전국 각지에서 경주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결정된 전시 연장과 더불어, 관람객의 편의를 대폭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시스템도 도입된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오는 17일부터 온라인 예약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기존의 현장 입장권 배부 방식과 병행하여 회당 70명까지 온라인으로 사전 예약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약은 박물관 누리집을 통해 가능하며, 매주 월요일 오전 10시에 그다음 주 관람 예약이 열리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이는 특히 경주 외 지역에서 방문을 계획하는 관람객들이 먼 길을 와서도 허탕을 치지 않고 안정적으로 관람할 수 있도록 돕는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전망이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더 많은 국민이 쾌적한 환경 속에서 신라 황금 문화의 정수를 체험할 수 있도록 전시 기간 연장을 결정했다"고 밝히며, "새롭게 도입되는 온라인 예약 시스템을 통해 전국에서 찾아오는 관람객들이 한층 더 편안하게 전시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이번 전시 연장과 편의 시스템 도입은 단순히 더 많은 사람에게 관람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를 국민과 함께 나누고 그 감동을 널리 확산시키려는 박물관의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공사 기간은 2년 늘고, 비용은 2천억 껑충…가덕도신공항, 시작부터 ‘삐걱’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둘러싼 중앙정부와 부산시의 갈등이 점화됐다. 2029년 말 조기 개항을 목표로 달려온 핵심 국책 사업의 공사 기간이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2년 가까이 연장되면서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2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국토교통부의 공기 연장 방침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박 시장은 “시민들의 신속한 착공과 적기 개항 염원을 저버린 처사”라며 “과학적, 실증적 근거가 결여된 자기모순적 판단”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존 84개월(7년)로 합의됐던 부지 조성 공사 기간을 106개월(8년 10개월)로 늘리기로 한 정부의 결정이, 전문가 검증까지 거쳤던 기존 합의를 스스로 뒤집는 행위라는 점을 강하게 질타한 것이다.이번 공기 연장 결정으로 가덕도신공항의 개항 시점은 당초 목표했던 2029년 말에서 2035년으로 6년 가까이 밀려나게 됐다. 이는 문재인 정부 시절, 2036년으로 예정됐던 개항 시점을 2029년으로 앞당기며 부산 시민의 기대를 한껏 부풀렸던 계획이 사실상 원점으로 회귀했음을 의미한다. 박형준 시장은 "다시 원상 복귀된 셈"이라며 허탈감을 드러내는 한편, 이번 결정의 배경에 건설사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설계와 시공을 한 업체가 맡는 턴키 방식 입찰에서 유찰을 막고 대형 건설사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무리하게 공사 기간을 늘려준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는 국책사업의 속도와 효율성보다 업계의 편의를 우선시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민감한 대목이다.부산시는 단순히 비판에만 머무르지 않고, 사업 정상화를 위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국토부에 전달했다. 박 시장은 ▲부지조성공사 입찰 절차의 신속한 추진 ▲남부권 관문공항의 위상에 걸맞은 기존 설계안 유지 ▲혁신 기술 및 공법 도입을 통한 공기 단축 방안 적극 강구 등 세 가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특히 "행정절차라도 최대한 앞당겨 조속히 착공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미 늦어진 사업을 하루빨리 본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급선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한, 일각에서 제기되는 '내해 활주로의 외해 이전' 주장에 대해서는 "국토부와 이미 최적 설계안으로 결론 난 사안"이라고 선을 그으며,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쟁으로 사업이 표류하는 것을 경계했다.부산시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국토교통부와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은 연내 입찰 공고를 내고 사업을 강행할 태세다. 공사비는 물가 상승분을 반영해 기존 10조 5000억 원에서 10조 7000억 원으로 소폭 증액됐다. 정부는 입찰 공고 후 사업자 선정과 기본설계를 거쳐 내년 하반기에는 우선시공분 공사에 착수, 2035년 개항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부산의 숙원 사업인 신공항 건설이 시작부터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불협화음으로 삐걱거리면서, 향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2029년 개항’이라는 약속을 믿었던 지역 사회의 실망감과 분노가 커지는 가운데, 양측의 갈등이 어떻게 봉합되고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