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모아

무심코 즉석밥 '이곳'에 보관했다간…방부제 없이 9개월 버티는 즉석밥의 배신

 1인 가구의 증가와 간편식을 선호하는 식문화가 맞물리면서 즉석밥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에 가까운 생필품으로 자리 잡았다. 저렴할 때 대량으로 구매해 비축해두는 소비 패턴이 보편화됐지만, 이러한 편리함 뒤에는 소비기한이나 보관상의 부주의로 인한 안전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즉석밥은 겉으로 드러나는 미세한 변화가 변질을 판가름하는 핵심 지표이므로, 소비기한이 충분히 남아있다는 사실만 믿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 사소한 징후라도 발견된다면 즉각적인 폐기를 고려해야 할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즉석밥이 방부제 없이도 평균 9개월 이상 실온에서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무균 포장 기술에 있다. 제조 과정에서 고온·고압의 멸균 공정을 거친 뒤, 외부 균의 침입이 원천적으로 차단된 클린룸에서 완벽하게 밀봉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술적 안정성 덕분에 소비자들은 즉석밥을 라면이나 통조림처럼 오래 보관해도 괜찮은 비상식량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안전 불감증이 싹튼다. ‘실온 보관’이라는 말을 ‘아무 데나 두어도 된다’는 의미로 오해하고, 여름철 뜨거운 베란다나 직사광선에 노출되는 곳에 방치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포장 용기 내부의 온도와 압력이 급격히 변하면서 밀봉 상태가 손상될 수 있고, 이때 생긴 미세한 틈으로 외부 공기나 미생물이 유입되어 내용물을 변질시키는 원인이 된다.

 


그렇다면 변질된 즉석밥은 어떻게 알아챌 수 있을까. 소비기한과 관계없이 즉시 폐기해야 하는 명백한 위험 신호들이 있다. 포장 용기가 눈에 띄게 부풀어 올랐거나, 용기 가장자리를 만졌을 때 내용물이 샌 듯한 습기나 끈적임이 느껴진다면 이미 내부에서 변질이 시작되었다는 증거다. 또한, 개봉 전에는 문제가 없어 보였더라도 전자레인지에 데운 직후 평소와 다른 탄 냄새나 시큼한 냄새가 난다면 절대 섭취해서는 안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역시 “즉석밥은 무균 제품이지만 보관 또는 유통 과정에서 용기 파손 등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며 “조금이라도 이상이 느껴지면 즉시 섭취를 중단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경고한다.

 

많은 사람이 ‘가열하면 세균이 죽으니 괜찮다’고 착각하지만, 이는 즉석밥 안전에 있어 가장 위험한 오해다. 일부 세균이 만들어내는 독소는 가열 과정에서도 파괴되지 않고 남아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변질이 시작된 제품은 어떤 조리 과정을 거치더라도 안전성을 회복할 수 없다는 의미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의 간편식 지출은 최근 5년간 43%나 급증했으며, 즉석밥과 같은 가정간편식(HMR)이 전체 식비의 16.2%를 차지할 정도로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와 있다. 편리함의 대명사가 된 즉석밥을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대량 구매 시 보관 장소의 온도와 습도를 세심하게 점검하고, 섭취 전 포장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답 2개? 정답 없음?…'누더기'된 불수능 국어, 평가원 25일 발표에 모든 게 걸렸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영역이 역대급 '불수능'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문제 자체의 오류를 지적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잇따르며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17번 문항에 대해 "정답이 없다"는 현직 철학과 교수의 주장이 제기된 데 이어, 이번에는 3번 문항의 정답이 두 개라는 새로운 의혹이 터져 나왔다. 특히 해당 분야를 직접 연구하는 대학교수들이 연이어 전문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어, 단순한 난이도 조절 실패를 넘어 수능 시험의 공신력과 신뢰도 자체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양상이다.이번에 새롭게 논란의 중심에 선 3번 문항은 독해 능력을 다루는 '단순 관점(Simple View of Reading)' 이론에 관한 문제다.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학과 교수는 해당 지문이 이론의 창시자인 필립 고프 교수의 핵심 주장을 근본적으로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론의 핵심인 '언어 이해'는 글이 아닌 소리를 듣고 이해하는 '듣기 능력'을 통해 이뤄지는 것인데, 수능 지문은 마치 '글 읽기 경험'을 통해서도 언어 이해가 발달될 수 있는 것처럼 서술하여 이론의 전제부터 틀렸다는 것이다. 이 잘못된 전제를 바탕으로 문제를 풀 경우, 평가원이 정답으로 제시한 4번 선택지뿐만 아니라 3번 선택지('글 읽기 경험을 통해서도 언어 이해가 발달될 수 있다') 역시 이론상 명백히 틀린 내용이 되어 복수 정답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이를 두고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을 엉뚱하게 설명해놓고 틀린 것을 고르라는 격"이라고 꼬집으며, 배경지식의 유무가 정답을 가르는 문제의 본질을 지적했다.앞서 불거진 17번 문항의 오류 논란 역시 만만치 않다. 이충형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 교수는 독일 철학자 칸트의 '인격 동일성' 개념을 다룬 이 문항에 대해 "정답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지문과 보기에 제시된 내용만을 사용해 엄밀하게 논리적으로 추론하면, 평가원이 정답으로 내세운 3번 선택지를 결코 도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지속성'과 같은 핵심 철학적 개념은 고등학생이 소화하기 어려운 수준이며, 결국 학생들이 깊이 있는 사유와 추론 대신 지문과 선택지에 나온 단어의 피상적 유사성만 찾아 답을 '찍게' 만드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는 인공지능(AI) 시대가 요구하는 비판적 사고력 함양이라는 교육 목적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연이은 중대 오류 지적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제 모든 공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으로 넘어갔다. 지난 17일까지 공식 이의 신청을 접수한 평가원은 심사위원회를 거쳐 오는 25일 최종 정답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입시계에서는 평가원이 그간 정답 정정에 극히 보수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는 점을 들어 이번에도 오류를 인정할 가능성은 매우 낮게 보고 있다. 지난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오류를 인정하고 전원 정답 처리한 후 당시 평가원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평가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교육계 전체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