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역대급 '빚 잔치' 끝은? 9월까지 102조 적자


올해 9월까지의 나라살림 적자가 100조 원을 넘어섰다. 정부의 확장적 재정 기조와 세수 부족이 맞물리면서 재정건전성 악화 속도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어 미래 세대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기획재정부가 13일 발표한 ‘월간 재정동향 11월호’에 따르면, 실질적인 나라살림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9월 말 기준 102조 4천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1~9월 누계 기준으로 코로나19 팬데믹이 절정에 달했던 2020년(108조 4천억 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로도 적자 규모는 11조 원가량 커졌다.

 

이 같은 재정 악화는 수입보다 지출이 훨씬 빠르게 늘어난 데 기인한다. 올해 1~9월 총수입은 480조 7천억 원으로 전년 대비 41조 4천억 원 증가했지만, 총지출은 민생회복지원금 등 정부의 돈 풀기 영향으로 544조 2천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보다 51조 9천억 원이나 늘었다. 그 결과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 역시 63조 5천억 원 적자를 보였다.

 

정부는 올해 말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111조 6천억 원(국내총생산(GDP) 대비 4.2%)으로 전망하고 있다. 확장재정 기조를 앞세운 현 정부 들어 재정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나랏빚은 통제 불능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구멍 난 세수를 메우기 위해 국가채무는 급증하고 있다. 올해 말 1301조 9천억 원으로 예상되는 국가채무는 내년 말 1415조 2천억 원을 넘어, 2029년 말에는 1788조 9천억 원까지 불어날 전망이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올해 말 49.1%에서 2029년 58%까지 뛸 것으로 예측된다.

 

선진국 평균(110.2%)보다는 아직 낮지만, 증가 속도가 심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1년 이후 주요 선진국의 정부 부채 비율이 하향 안정세를 보이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의 정부 부채 증가 속도는 지난 5년간 37개 선진국 중 5위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빚이 늘면서 이자 지출 부담도 급격히 불어나고 있다. 정부가 부담해야 할 이자지출은 올해 29조 8천억 원에서 2029년 41조 6천억 원으로 39.6% 증가할 전망이다. 2029년 이자지출 규모는 올해 연구개발(R&D) 예산(29조 6천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내년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예산 지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장기적으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복지 수요 증가는 국가채무를 더욱 가속화할 구조적 요인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비기축통화국의 국가부채 비율 상한선은 GDP 대비 60%로 본다"고 지적하며 재정 건전성 확보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향후 경기 회복에 맞춰 확장적 재정정책 기조를 정상화함으로써 큰 폭의 재정적자 흐름이 굳어지지 않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당신의 월급봉투가 저출산의 주범?…드러난 '임금 격차'의 민낯

 지난 10년간 대한민국 사회의 허리인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무섭게 벌어지면서, 그 대가로 약 3만 1천 명의 아이들이 태어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는 충격적인 분석이 나왔다. 파이터치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6개국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와 출산율 사이의 관계를 분석한 결과, 두 지표 사이에 뚜렷한 반비례 관계가 확인되었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선택 문제를 넘어, 소득 불평등이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저출생 현상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즉, 월급봉투의 두께 차이가 한 국가의 미래 인구를 결정짓는 비극적인 현실이 데이터로 증명된 셈이다.연구 결과는 구체적인 수치로 현실의 심각성을 드러낸다. OECD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분석에서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1%포인트 벌어질 때마다 합계출산율은 0.005명씩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분석 결과를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입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지난 10년간 우리나라의 대·중소기업 임금 격차는 무려 17.8%나 증가했으며, 이를 출생아 수로 환산하면 약 3만 1467명이 감소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실제로 2011년 185만 원이었던 월평균 임금 격차는 2024년 258만 원까지 벌어졌고, 같은 기간 출산율은 1.24명에서 0.75명으로 곤두박질쳤다. 두 지표의 상관계수는 -80%에 달하는데, 이는 통계적으로 매우 강력한 음의 상관관계를 의미하며 사실상 임금 격차가 출산율 하락을 이끌었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대기업 근로자에 비해 자녀 한 명을 키우는 데 드는 막대한 양육비를 감당하기가 훨씬 버겁다. 대기업의 평균 임금이 중소기업의 1.6배에 달하는 현실 속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결혼을 하더라도 출산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결국, 기업의 규모가 개인의 생애 소득을 결정하고, 나아가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마저 제약하는 사회적 족쇄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구조적 장벽이 저출생의 근본적인 배경임을 시사한다.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해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줄이고 중소기업 근로자의 실질적인 양육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한원석 파이터치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구체적인 대안으로 '고용주 보증 저금리 대출'과 '중소기업 근로자 맞춤형 수당 인상'을 제시했다. 출산한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금융기관이 저금리로 대출해주고, 고용주가 이를 보증하며 급여에서 일정액을 자동 상환하게 하는 방식이다. 또한, 중소기업 근로자를 대상으로 아동수당 및 부모급여를 현행보다 더 큰 폭으로 인상하여 소득 격차로 인한 양육 부담의 불평등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저출생 극복의 해법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닌, 소득 불평등 해소라는 구체적인 정책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