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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옥해서 죽이겠다" 감옥서 또 협박... 피해자는 집에도 못 가는데 가해자는 '모르쇠'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악몽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피해자 김진주 씨가 가해자 A 씨로부터 또 다른 위협에 시달리며 다시 법정에 서는 비극이 이어졌다. 13일 부산지법 서부지원에서는 이미 강간 살인미수 혐의로 20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A 씨의 보복 협박 혐의 공판이 열렸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 씨는 가해자와의 분리를 요청한 재판부의 배려로 A 씨가 법정 밖으로 나간 뒤에야 힘겹게 증언을 시작했다. A 씨는 지난해 2월, 구치소 동료에게 "탈옥해서 김 씨를 찾아가 죽여버리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혐의로 추가 기소되었으나, 여전히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김 씨의 증언은 끝나지 않은 공포가 현재진행형임을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그녀는 "구치소에 있는 가해자가 내 집 주소를 정확히 언급하며 보복을 예고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을 때,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극심한 두려움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든 고통을 감내하겠다고 다짐했지만, '죽이겠다'는 직접적인 협박은 차원이 다른 공포로 다가왔다. 특히 "나뿐만 아니라 사랑하는 가족들까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자 절망감은 더욱 커졌다"고 말하며, 보복 범죄의 위협이 피해자 한 명을 넘어 주변인 모두의 일상을 어떻게 파괴하는지를 명백히 증언했다.

 


재판 말미, 김 씨는 준비해 온 A4용지 한 장 분량의 글을 통해 법정을 향해 눈물로 호소했다. 그녀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이후 셀 수 없는 2차 가해에 시달렸고, 하나의 사건이 끝났음에도 나는 또 다른 사건의 피해자가 되어 이 자리에 섰다"며 기약 없이 미뤄지는 온전한 회복과 흐려지는 진실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사법부가 나에게 다시 법을 믿을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간절히 요청하며, 반복되는 고통의 고리를 끊어줄 것을 촉구했다. 또한, 가해자를 향해 "당신이 무거운 형량을 받은 것은 전적으로 당신의 잘못 때문이지, 결코 내 탓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하며 "나는 당신이라는 인간이 무서운 것이 아니라, 그저 한 인간으로서 나의 죽음이 두려울 뿐"이라고 말해 가해자의 책임 회피적인 태도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피해자의 처절한 절규에도 불구하고 가해자 A 씨는 변호인을 통해 "보복 협박성 발언을 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이로써 진실 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A 씨는 2022년 5월, 귀가하던 김 씨를 성폭행할 목적으로 무차별 폭행한 '부산 돌려차기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20년의 중형이 확정된 인물이다. 이미 극악무도한 범죄로 사회와 격리된 상태에서도 피해자를 향한 추가적인 위협을 가했다는 혐의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 사회의 피해자 보호 시스템에 여전히 커다란 구멍이 뚫려있음을 시사한다.

 

수도권 첫눈에 빚어진 '교통 아비규환'

 수도권 전역에 내린 첫눈이 최대 6cm가 넘는 폭설로 변하면서 서울과 경기 지역이 극심한 교통 혼란에 휩싸였다. 퇴근 시간과 맞물린 갑작스러운 폭설로 도로는 순식간에 빙판길로 변했고, 주요 간선도로와 터널 등에서 차량들이 장시간 고립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현재 서울시 도로 교통통제는 해제됐으나, 영하권 기온으로 인한 빙판길 위험이 남아있어 경찰과 지자체는 총력 대응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이번 폭설은 기상청이 사상 처음으로 '대설 재난문자'를 발송할 정도로 강도가 높았다. 5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13분 서울 은평구를 시작으로 성북, 강북, 노원, 종로 등 서울 주요 지역과 경기 의정부, 포천, 남양주 등에 대설 재난문자가 발송됐다. 이는 기상청이 이달부터 수도권 등을 대상으로 시범 운영을 시작한 대설 재난문자가 실제로 발송된 첫 사례다.퇴근 시간대에 쏟아진 폭설은 수도권 도심 교통을 완전히 마비시켰다. 서울시 교통정보센터(TOPIS)에 의하면 전날 오후 10시 기준 서울 도시고속도로 19개 구간과 시내 도로 5개 구간이 통제됐다. 온라인상에는 시민들의 고통을 호소하는 글들이 쇄도했다. "1시간 넘게 한남대교에 갇혀있다", "경기도 분당에서 저녁 6시 반에 퇴근했는데 밤 9시까지도 서울 도심 한복판에 갇혀있다"는 등의 후기가 이어졌다. 특히 "한밤중 버스 승객들이 터널 중간에서 다 같이 내려서 기어갔다", "새벽까지 갇혀있다 그냥 차를 버리고 걸어갔다"는 증언은 당시 상황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실제 CCTV 화면에는 차를 버리고 갓길로 걸어가는 운전자들의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빙판길로 변한 도로는 곳곳에서 크고 작은 사고를 유발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는 승용차 두 대가 내리막길에서 미끄러져 전봇대와 가게 유리창을 들이받았으며, 금천구 시흥동 호암터널 안에서는 6중 추돌 사고가 발생해 교통 통제가 이뤄졌다. 구로구, 강북구, 성북구 등에서는 노인들이 눈길에 미끄러져 넘어졌다는 신고가 연이어 접수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종로구 자하문터널에서는 장시간 정체로 인해 버스 승객들이 하차해 터널을 걸어 나가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김민석 국무총리는 전날 기습 폭설을 보고받고 긴급 대응을 지시했다. 김 총리는 행정안전부와 한국도로공사, 경찰청 등에 즉각적인 제설·제빙 작업과 함께 차량 통제 및 우회 조치를 주문했다. 또한 이날 출근 시간대 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로교통 상황과 대체 교통수단, 안전 안내 사항 등을 즉시 알리라고 지시했다.전날 오후 8시부로 서울에 대설주의보는 해제됐지만, 밤사이 기온이 급락하면서 내린 눈이 녹지 않아 5일 아침 출근길 도로 곳곳이 빙판길, 이른바 '블랙아이스'로 변할 위험이 커졌다. 서울경찰청은 위험 도로를 우선 통제하고 모든 기능을 동원해 총력 대응 중이며,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이날 출근길 결빙 구간에서 반복 순찰을 강화할 계획이다.서울시 도로 교통통제는 이날 오전 4시 53분을 기해 모두 해제됐다. 그러나 기상청은 "이면도로·골목길·경사로 등은 제설이 특히 취약하다"며 "가급적 자가용 이용을 자제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라"고 당부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수도권 전철을 20회 증편하며 시민들의 출근길을 지원하고 나섰다. 강추위는 이날까지 지속되다가 주말부터 차차 풀릴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