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모아

150만 명이 유령처럼 산다…'도와달라' 말할 사람 없는 대한민국

 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가는 '고립 위험군' 인구가 150만 명에 육박하는 충격적인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가데이터처가 11일 공개한 '2025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갑작스러운 위기 상황에서 도움을 청할 곳이 없는 사회적 관계 단절 상태에 더해, 주관적으로도 외로움을 느끼는 고립 위험군 비율이 전체 인구의 3.3%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대한민국 국민 약 30명 중 1명이 사회적으로 완전히 고립되어 있음을 시사하는 수치다. 또한 평소 외출 횟수가 주 1회 미만이거나 거의 없는 '은둔 위험군' 역시 전체의 2.7%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규모가 상당함을 보여주었다.

 

이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외로움 지표는 연령이 높을수록, 그리고 삶의 만족도가 낮을수록 심각한 양상을 보였다. 50대 이상 인구에서는 10명 중 4명 이상이 평소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으며,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그 비율이 43.4%까지 치솟았다. 현재 자신의 삶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응답한 집단에서는 무려 63.7%가 외로움을 호소했다. 사회적 관계망이 단절된 고립 위험군 비율 역시 65세 이상에서 4.5%로 가장 높게 나타나, 노년층의 사회적 고립 문제가 심각한 수준임을 드러냈다. 한편, 은둔 생활의 주된 이유로는 건강상의 어려움(68.8%)이 압도적으로 많았으며, 경제활동 및 대인관계의 어려움이 그 뒤를 이었다. 가구 소득이 낮을수록 은둔 비율이 높아지는 경향도 확인됐다.

 


노후 준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현실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19세 이상 인구의 71.5%가 노후를 준비하고 있거나 준비가 되었다고 응답해 2011년 통계 개편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주된 준비 방법은 국민연금(58.5%)이었으나, 노후를 준비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역시 '준비할 능력이 없음'(37.9%)으로 나타나 경제적 여력이 노후 준비의 핵심 변수임을 재확인시켰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뚜렷했다. 대다수가 은퇴 후 여행이나 취미 활동을 꿈꿨지만, 정작 현재 60세 이상 고령자 중 34.4%는 소득 창출을 위해 계속 일을 하고 있었고, 80%는 본인 혹은 배우자가 직접 생활비를 마련하는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고 있었다.

 

계층 이동의 사다리가 무너지고 있다는 비관론도 팽배했다. 19세 이상 국민 10명 중 6명(57.7%)은 자신의 세대에서 노력을 통해 사회·경제적 지위를 높일 가능성이 낮다고 응답했다. 자수성가에 대한 믿음이 희미해진 가운데, 자식 세대의 계층 상승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렸다. 스스로를 상층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45.2%가 자식 세대의 계층 상승을 긍정적으로 전망했지만, 이 비율은 중층에서 33.7%, 하층에서는 21.6%까지 급격히 떨어졌다. 이는 계층 대물림에 대한 불안감과 체념이 사회 전반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답 2개? 정답 없음?…'누더기'된 불수능 국어, 평가원 25일 발표에 모든 게 걸렸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영역이 역대급 '불수능'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문제 자체의 오류를 지적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잇따르며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17번 문항에 대해 "정답이 없다"는 현직 철학과 교수의 주장이 제기된 데 이어, 이번에는 3번 문항의 정답이 두 개라는 새로운 의혹이 터져 나왔다. 특히 해당 분야를 직접 연구하는 대학교수들이 연이어 전문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어, 단순한 난이도 조절 실패를 넘어 수능 시험의 공신력과 신뢰도 자체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양상이다.이번에 새롭게 논란의 중심에 선 3번 문항은 독해 능력을 다루는 '단순 관점(Simple View of Reading)' 이론에 관한 문제다.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학과 교수는 해당 지문이 이론의 창시자인 필립 고프 교수의 핵심 주장을 근본적으로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론의 핵심인 '언어 이해'는 글이 아닌 소리를 듣고 이해하는 '듣기 능력'을 통해 이뤄지는 것인데, 수능 지문은 마치 '글 읽기 경험'을 통해서도 언어 이해가 발달될 수 있는 것처럼 서술하여 이론의 전제부터 틀렸다는 것이다. 이 잘못된 전제를 바탕으로 문제를 풀 경우, 평가원이 정답으로 제시한 4번 선택지뿐만 아니라 3번 선택지('글 읽기 경험을 통해서도 언어 이해가 발달될 수 있다') 역시 이론상 명백히 틀린 내용이 되어 복수 정답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이를 두고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을 엉뚱하게 설명해놓고 틀린 것을 고르라는 격"이라고 꼬집으며, 배경지식의 유무가 정답을 가르는 문제의 본질을 지적했다.앞서 불거진 17번 문항의 오류 논란 역시 만만치 않다. 이충형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 교수는 독일 철학자 칸트의 '인격 동일성' 개념을 다룬 이 문항에 대해 "정답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지문과 보기에 제시된 내용만을 사용해 엄밀하게 논리적으로 추론하면, 평가원이 정답으로 내세운 3번 선택지를 결코 도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지속성'과 같은 핵심 철학적 개념은 고등학생이 소화하기 어려운 수준이며, 결국 학생들이 깊이 있는 사유와 추론 대신 지문과 선택지에 나온 단어의 피상적 유사성만 찾아 답을 '찍게' 만드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는 인공지능(AI) 시대가 요구하는 비판적 사고력 함양이라는 교육 목적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연이은 중대 오류 지적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제 모든 공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으로 넘어갔다. 지난 17일까지 공식 이의 신청을 접수한 평가원은 심사위원회를 거쳐 오는 25일 최종 정답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입시계에서는 평가원이 그간 정답 정정에 극히 보수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는 점을 들어 이번에도 오류를 인정할 가능성은 매우 낮게 보고 있다. 지난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오류를 인정하고 전원 정답 처리한 후 당시 평가원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평가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교육계 전체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