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고려 배와는 차원이 달랐다…조선시대 최첨단 선박, 600년 만에 모습 드러내

 '바닷속의 경주'로 불리는 충남 태안 마도 해역에서 또다시 고려시대의 비밀을 품은 고선박의 흔적이 발견되어 학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마도 해역 일대에서 진행한 수중 발굴조사 결과, 1150년에서 1175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려청자 87점과 함께 고선박의 선체 조각, 화물받침목 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는 2015년 마도4호선 발견 이후 약 10년 만에 새로운 난파선의 존재를 암시하는 신호탄이다. 과거 마도1호선과 2호선 역시 청자 다발이나 원통형 받침목이 발견된 후 선체 발굴로 이어진 전례가 있어, 전문가들은 반경 50~100m 이내에 '마도5호선'으로 명명될 새로운 고려 선박이 잠들어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에 발견된 유물들은 고려 해상 교역의 역사를 다시 쓸 중요한 단서로 평가된다. 수중에서 인양된 청자들은 접시, 완, 잔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틀을 이용해 문양을 찍어내는 기법과 팽이 및 삿갓 형태의 모양 등 12세기 중후반에 유행했던 양식적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비록 왕실에서 사용하던 최상급 청자는 아니지만, 당시 중하급 관료들이 사용했을 법한 고급품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이 시기의 도자기가 수중에서 다량으로 발견된 사례는 매우 드물어, 앞으로 고려시대 선박의 구조와 항해 기술, 그리고 해상 물류 유통망을 연구하는 데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연구소는 유물의 가치와 추가 발견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내년 4월부터 '마도5호선'으로 추정되는 지점에 대한 본격적인 발굴 조사에 착수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새로운 난파선에 대한 단서 확보와 더불어, 2015년에 발견되었던 마도4호선의 선체를 온전히 인양하는 쾌거도 이루어졌다. 방사성탄소연대측정 결과 1420년경 침몰한 것으로 밝혀진 마도4호선은 수중에서 발견된 최초의 조선시대 조운선(세곡선)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 길이 12m, 너비 5m 규모의 이 선박은 기존에 발굴된 고려시대 배들과는 다른 구조적 특징을 지니고 있어 주목된다. 돛대를 2개 설치하고 내구성을 강화하기 위해 쇠못을 사용하는 등, 고려시대보다 한 단계 발전한 조선 전기의 선박 제작 기술과 항해술의 발달 과정을 명확히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1976년 신안선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우리 바다에서 발굴된 15척의 고선박 중 4척이 집중적으로 발견된 태안 마도 해역은 이번 성과로 다시 한번 대한민국 수중고고학의 중심지임을 입증했다. 인양된 마도4호선은 앞으로 약 15년에 걸친漫長한 보존처리를 거친 뒤 일반에 공개될 예정이다. 특히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에 따라 당시 조운선 외부에 배의 이름이 적혀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향후 적외선 촬영 등을 통해 600년 전 침몰한 이 배의 실제 이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0년 만에 감지된 새로운 고려 선박의 숨결과 마침내 물 위로 모습을 드러낸 조선시대 세곡선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해상 실크로드의 비밀을 풀어낼 귀중한 열쇠가 될 전망이다.

 

월 318만원, 누구는 연금으로 '월급' 받는다…나는 얼마?

 국민연금이 누군가에게는 든든한 노후 버팀목이 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용돈 수준에 그치는 극명한 소득 격차의 현실이 통계로 증명됐다. 국민연금공단이 발표한 '2025년 7월 기준 국민연금 공표통계'에 따르면, 노령연금을 매달 300만 원 넘게 수령하는 사례가 등장하며 연금 수령액의 상한선을 끌어올렸다. 현재 최고 수급자는 월 318만 5,040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연금 수급 시점을 늦추는 연기연금 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령액을 극대화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처럼 일부는 연금만으로도 안정적인 노후 생활이 가능해진 반면,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의 월평균 수령액은 약 68만 원에 불과해 가입 기간과 납부액에 따른 노후 소득의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이러한 격차의 핵심 원인은 '가입 기간'에 있다.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의 월평균 수령액 67만 9,924원은 1인 가구 기준 기초생활수급자의 생계급여(최대 77만 원 선)에도 미치지 못해 국민연금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을 낳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비교적 짧은 기간만 보험료를 납부한 수급자가 다수 포함된 평균의 함정이다. 실제로 가입 기간을 20년 이상 채워 '완전 노령연금'을 받는 수급자들의 월평균 수령액은 112만 539원으로, 전체 평균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반면, 최소 가입 기간인 10년을 갓 넘긴 10~19년 사이 가입자의 월평균 수령액은 44만 2,177원에 그쳤다. 결국 얼마나 오랫동안 꾸준히 보험료를 납부했는지가 노후 연금액의 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임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수급 금액대별 분포를 살펴보면 국민연금의 현주소는 더욱 명확해진다. 월 20만 원에서 40만 원 미만을 받는 수급자가 약 217만 명으로 가장 거대한 집단을 형성하고 있어, 아직까지는 국민연금이 주된 노후 소득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고액 수급자의 증가세 역시 뚜렷하다. 월 100만 원 이상을 받는 수급자는 약 85만 명에 달하며, 월 200만 원 이상을 받는 고액 수급자도 8만 2,484명으로 집계되는 등 연금 제도의 성숙과 함께 연금을 통한 노후 준비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년 7월 기준 전체 연금 수급자(일시금 포함)는 754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 중 매달 연금을 받는 사람은 733만 명에 달해 국민연금이 명실상부한 전 국민적 노후 보장 제도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결론적으로 이번 통계는 국민연금이 실질적인 노후 안전망으로 기능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장기 가입'에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1988년 제도가 도입된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는 단순히 의무감에 납부하는 세금이 아니라 자신의 노후를 직접 설계하는 장기 투자 상품이라는 인식이 중요해졌다. 전문가들은 가입 기간을 늘릴 수 있는 추납 제도나 크레딧 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령액을 높이는 '연금 재테크'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얼마나 오래, 얼마나 꾸준히 납부했는지가 100세 시대의 노후 생활의 질을 완전히 다른 수준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이번 통계는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