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상금만 1억 부커상, 심사위원 만장일치…'모두가 즐겁게 읽은 어두운 책'의 정체는?

 영국을 넘어 전 세계 영문학계의 시선이 집중된 최고 권위의 문학상, 부커상의 2025년 주인공이 마침내 가려졌다. 현지시간 10일 저녁, 런던 올드 빌링스게이트에서 열린 화려한 시상식에서 헝가리·캐나다계 영국 작가 데이비드 솔로이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 '플레시(Flesh)'가 올해의 수상작으로 호명되었다. '플레시'는 헝가리 출신의 한 청년이 수십 년의 세월 동안 헝가리의 낡은 주택 단지를 시작으로 이라크 전쟁의 참상을 거쳐 런던의 화려한 상류 사회에 이르기까지, 극적인 계급 이동을 겪는 과정을 밀도 높게 추적하는 소설이다. 작가는 주인공의 여정을 통해 개인의 내밀한 욕망과 선택이 거대한 사회 구조와 계급, 권력, 그리고 정체성의 문제와 어떻게 충돌하고 얽히는지를 집요하게 파고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부커상 최종 후보 명단에는 한국계 미국인 작가 수전 최의 '플래시라이트(Flashlight)'가 포함되어 국내외 문학 팬들의 큰 기대를 모았으나, 아쉽게도 최종 수상의 영예는 '플레시'에게 돌아갔다. '플래시라이트'는 격동의 동아시아 현대사를 배경으로, 재일교포 남성 '석'과 그와 국경을 넘어 사랑에 빠진 미국인 아내 '앤', 그리고 그들의 딸 '루이자'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친 가족의 수십 년 세월을 태평양을 넘나들며 그려낸 대서사시다. 한국인의 디아스포라와 정체성의 문제를 깊이 있게 다룬 작품으로 호평받았지만, 올해는 솔로이의 작품이 지닌 독특한 형식미와 주제 의식에 밀려 아쉽게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올해의 수상 작가 데이비드 솔로이는 캐나다에서 태어나 영국에서 성장했으며, 현재는 오스트리아 빈에 거주하는 등 경계인의 삶을 살아온 인물이다. 특히 명문 옥스퍼드대를 졸업하고 문단에 데뷔하기 전 금융 광고 영업 부문에서 일했던 독특한 이력은, 그의 작품 세계가 끊임없이 탐구해 온 '계급'과 '욕망'이라는 주제와 무관하지 않음을 짐작게 한다. 솔로이는 수상 소감에서 "이 책을 쓰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겪는 압박에 현명하게 대처하지도 못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소설은 미학적, 형식적, 심지어 도덕적 위험까지 감수할 수 있는 장르이며, 우리 소설 공동체가 이러한 위험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문학의 실험 정신을 역설했다.

 

심사위원단은 만장일치로 '플레시'를 수상작으로 결정했다고 밝혀, 작품이 지닌 압도적인 문학적 성취에 대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아일랜드 작가 출신의 로디 도일 심사위원장은 "'플레시'는 분명 어두운 책이지만, 우리 심사위원 모두는 이 책을 즐겁게 읽었다"고 평하며, 극도로 간결한 문체와 의도적으로 활용된 문장 사이의 여백, 그리고 절제된 대화 등 기존의 소설 문법을 과감히 파괴한 작가의 독창적인 시도를 높이 평가했다. 이로써 데이비드 솔로이는 영문학 작가로서 최고의 영예와 함께 상금 5만 파운드(약 9,600만 원)를 거머쥐게 되었다.

 

미국에 '핵' 달라고 공식 요구?…초유의 외교 회담 D-3

 한미 양국이 최근 발표한 관세·안보 협상 결과의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첫 고위급 회담이 임박하면서, 그 결과에 초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윤주 외교부 제1차관은 다음 달 1일부터 3일까지 미국을 방문해 크리스토퍼 랜도 미 국무부 부장관과 마주 앉는다. 이번 회담은 지난 한미 정상회담의 후속 조치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지난 14일 발표된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에 담긴 민감하고 복잡한 현안들을 본격적으로 테이블 위에 올리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단순한 양자 회담을 넘어, 한미 동맹의 기술 및 안보 협력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릴 중대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이번 회담에서 가장 핵심적인 의제는 단연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다. 이는 한국의 '원자력 주권' 확대와 직결된 사안으로, 수십 년간 한국의 평화적 핵 이용에 일종의 족쇄로 작용해 온 현행 협정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다. 현재 협정에 따르면, 한국은 평화적 목적이라 할지라도 우라늄을 20% 미만으로 농축할 때조차 미국의 서면 동의를 받아야만 하며, 사용후핵연료 재처리는 일부 제한된 연구 분야에서만 가능하다. 이번 회담에서는 이러한 제약을 완화하고,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권한을 실질적으로 확대하기 위한 공식적인 협의 채널을 마련하는 방안이 중점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미래 에너지 안보 확보는 물론, 독자적인 원자력 기술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힌다.원자력의 평화적 이용 문제를 넘어, 군사적 차원의 가장 민감하고 폭발력 있는 현안인 원자력추진잠수함(SSN·핵잠) 도입 문제 역시 수면 위로 떠 오를 전망이다. 핵잠은 사실상 무제한의 잠항 능력을 바탕으로 한반도의 안보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다. 이번 회담에서는 한국의 핵잠 도입과 관련하여, 동력원인 고농축 우라늄을 미국이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 수 있을지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 나아가 핵잠을 건조할 장소 등 구체적인 협력 방안에 대한 초기 단계의 대화가 오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는 단순한 무기 도입을 넘어, 한미 간 군사 기술 동맹이 전례 없는 수준으로 격상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결론적으로 박윤주 차관의 이번 방미는 한미 양국이 공동 설명자료를 통해 합의한 내용들을 어떻게 구체화하고 현실로 만들어 나갈지를 가늠하는 첫 번째 단추가 될 것이다. 평화적 핵 주권 확보를 위한 원자력협정 개정부터, 국가 안보의 패러다임을 바꿀 핵잠 도입 문제까지, 회담 테이블에 오를 의제 하나하나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번 고위급 회담에서 양국이 얼마나 진전된 합의를 이끌어내고 신뢰에 기반한 협의 채널을 구축하느냐에 따라, 향후 한미 동맹의 미래와 한반도의 안보 지형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에, 그 어느 때보다 양국 외교 당국의 어깨가 무거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