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소설가 은희경과 e스포츠 협회장의 '역대급' 만남…도대체 무슨 일이?

 'K-컬처 300조' 시대를 열기 위한 정부의 야심찬 청사진을 뒷받침할 싱크탱크가 마침내 닻을 올렸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0일, 소설가 은희경을 위원장으로 하는 '문화예술정책자문위원회'를 장관 직속 기구로 공식 출범시켰다. 이번 위원회는 지난 10월 대중문화산업의 선도 기업들을 중심으로 꾸려진 '대중문화교류위원회'와 함께 문화 강국 실현을 이끌 양대 축으로 기능하게 된다. 정부가 문화예술계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직접 반영하고, 기초 예술과 산업의 균형 있는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각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 90명을 한자리에 모은 것이다. 이는 일방적인 정책 수립에서 벗어나, 현장과 긴밀히 호흡하며 실효성 있는 전략을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위촉된 90인의 위원 명단은 그야말로 한국 문화예술계의 '어벤져스'라 불릴 만큼 화려하고 폭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문학계의 거목 은희경 작가를 필두로, 한국 뮤지컬 시장의 성장을 이끈 신춘수 제작사협회 회장, 발레리나 김주원, '시나위'의 기타리스트이자 바른음원협동조합을 이끄는 신대철, 작곡가 윤일상 등 순수예술과 대중음악계를 아우르는 인물들이 대거 포진했다. 여기에 더해 e스포츠의 김영만 협회장, 만화계의 신일숙 협회장 등 급성장하는 신산업 분야의 전문가들과 CJ CGV, 교보문고 등 콘텐츠 유통 및 플랫폼 업계 대표들까지 참여해 K-컬처 생태계 전반을 조망할 수 있는 진용을 갖췄다. 배우 이기영, 이원종, 김수로 등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창작자들의 합류는 정책 논의에 생생한 현실감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위원회는 보여주기식의 전체 회의를 지양하고, 실질적인 결과물을 도출하기 위해 분과별 수시 회의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이는 각 분야의 특수성을 고려한 맞춤형 정책을 심도 있게 논의하기 위한 효율적인 방식이다. 안건 역시 K-컬처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핵심 과제들에 집중된다. 예술인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창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 지원 방안을 모색하고, 장르 간 융합과 새로운 시도가 자유롭게 이루어질 수 있는 문화창조 산업의 건강한 생태계 조성 방안을 논의한다. 특히 미래 K-컬처의 주역이 될 청년 예술인들을 발굴하고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대안 마련이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다뤄질 전망이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이 APEC 경주선언을 인용하며 "토대와 기초가 튼튼하지 않으면 지속적인 성장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듯, 이번 위원회는 화려한 K-컬처의 이면에 있는 기초 예술의 토양을 다지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대중문화교류위원회가 산업적 외연 확장에 주력한다면, 문화예술정책자문위원회는 그 근간이 되는 창작 생태계를 강화하는 내실을 다지는 역할을 맡는 셈이다. 산업과 예술, 대중과 순수, 현장과 정책을 잇는 이 거대한 소통 플랫폼이 과연 K-컬처 300조 시대라는 목표를 달성하고 한국을 명실상부한 문화 강국으로 이끄는 실질적인 동력이 될 수 있을지, 문화예술계 안팎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장 승진은 단 1명, 대신 하버드 석학 수혈…이재용의 '기술 삼성' 승부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낸 후 처음으로 단행한 정기 사장단 인사는 '안정 속 기술 혁신'이라는 명확한 방향성을 드러냈다. 전 세계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인공지능(AI) 대전환기를 맞아, 승진 인사를 최소화하며 조직에 안정감을 부여하는 한편, 외부 기술 인재를 파격적으로 영입해 '기술 초격차'의 고삐를 다시 죄겠다는 이재용 회장의 의지가 선명하게 읽힌다. 이번 인사는 향후 이어질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의 서막으로, 삼성전자가 AI 시대의 파고를 어떻게 넘어설지에 대한 전략적 밑그림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이번 인사의 핵심은 양대 축인 반도체(DS)와 스마트폰·가전(DX) 부문 수장들의 유임과 역할 강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전영현 부회장과 DX 부문을 이끄는 노태문 사장에게 각각 핵심 사업부장인 메모리사업부장과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을 계속 겸직하도록 했다. 이는 극심한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검증된 리더십을 중심으로 조직을 안정시키고,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포석이다. 특히 전영현 부회장은 지난 1년간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의 부진을 씻고 실적을 정상화 궤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재신임을 얻었다.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기 진입을 앞둔 시점에서 그의 리더십에 다시 한번 힘을 실어준 셈이다.안정 기조 속에서도 미래를 향한 변화의 의지는 외부 인재 영입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하버드대학교 화학과 교수인 박홍근 사장을 삼성의 미래 기술 연구개발을 책임지는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1967년생인 박 사장은 서울대 화학과 수석 입학 및 전체 수석 졸업, 스탠퍼드대 박사 학위 취득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석학이다. 이는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을 외치며 기술 확보를 생존의 문제로 여겨 온 이재용 회장의 경영 철학이 그대로 반영된 파격적인 인사다. 선행 기술 연구의 심장부에 외부의 수재를 앉혀 기존의 틀을 깨는 혁신을 추구하겠다는 강력한 시그널이다.이번 인사에서 유일한 사장 승진자인 윤장현 사장 역시 기술 전문가로서, DX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라는 중책을 맡았다. 오랜 기간 무선사업부에서 경력을 쌓은 윤 사장의 발탁은 전통적인 주력 사업인 모바일, TV, 가전 등에 AI와 로봇 기술을 본격적으로 접목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사장단 인사가 안정에 무게를 두면서 마무리됐지만, '2인자'로 불리던 정현호 부회장이 물러나고 사업지원실이 신설되는 등 큰 변화가 있었던 만큼, 향후 이어질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에서 본격적인 세대교체와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삼성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