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모아

팝콘은 무조건 큰 사이즈? 당신이 영화관에서 매번 33%씩 손해 보는 이유

 대형 할인마트나 영화관에서 우리는 흔히 '가성비'라는 이름 아래 불필요하게 큰 사이즈의 상품을 선택하곤 한다. 일반 용량에 비해 단위 가격이 저렴한 '패밀리 사이즈' 과자나, 몇백 원 차이로 양이 두 배 가까이 차이 나는 팝콘 앞에서 작은 사이즈를 고르는 것은 왠지 모르게 손해를 보는 듯한 기분을 들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심리는 비단 특정 개인에게만 국한되는 현상이 아니다. 기업들은 바로 이 지점을 교묘하게 파고들어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고, 결과적으로 더 많은 소비를 이끌어내 매출을 증대시킨다. 하지만 가격표 상의 이득이 과연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이득으로 이어지는지는 신중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포장 단위의 크기가 소비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를 통해 명확하게 입증된 바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영화관에서 진행된 실험이 대표적인 예다. 연구팀은 관객들에게 120g과 240g, 두 가지 크기의 통에 팝콘을 무료로 제공하고 영화를 보는 동안의 섭취량을 측정했다. 그 결과, 더 큰 240g 통을 받은 사람들은 120g 통을 받은 사람들보다 무려 33.6%나 더 많은 팝콘을 먹어 치웠다. 벨기에에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초콜릿 소비 실험 결과는 더욱 극적이다. 200g 봉지를 받은 학생들에 비해 600g짜리 대용량 봉지를 받은 학생들은 무려 두 배나 많은 양의 초콜릿을 소비했다. 이는 단순히 눈앞에 더 많은 양이 주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의 섭취량이 무의식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다.

 


이러한 비합리적인 소비 심리의 기저에는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라는 강력한 심리적 원리가 작동하고 있다. 앵커링 효과란, 마치 배가 닻(anchor)을 내리면 그 주변을 맴돌게 되듯, 처음 제시된 정보나 숫자가 기준점, 즉 '닻'이 되어 이후의 판단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말한다. 마트나 영화관은 의도적으로 상대적으로 비싸게 느껴지는 작은 사이즈 상품을 먼저 제시함으로써 소비자의 머릿속에 가격의 기준점을 설정한다. 이 '닻'이 내려진 상태에서 훨씬 저렴해 보이는 큰 사이즈 상품을 접하게 되면, 소비자들은 필요 여부와 상관없이 그것이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착각하게 되는 것이다. 뷔페에서 사용하는 커다란 접시 역시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접시를 가득 채워야 한다는 무의식적 압박감을 느끼고, 결국 평소보다 훨씬 많은 양의 음식을 담고 섭취하게 된다.

 

가격 대비 용량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무심코 큰 제품을 선택하는 습관은 결국 과소비와 불필요한 열량 섭취로 이어져 건강을 해칠 뿐만 아니라, 먹지 못하고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양산하는 비경제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심리적 함정을 이해한다면, 우리는 보다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다. 당장의 단위 가격이 조금 비싸게 느껴지더라도 건강을 위해 작은 크기의 과자나 팝콘을 선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이득이다. 가정에서도 식사 시 작은 접시를 사용하고 음료는 작은 잔에 따라 마시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만약 가격 문제로 어쩔 수 없이 대용량 제품을 구매했다면, 이를 작은 용기에 미리 덜어서 나누어 먹는 것이 과식을 막고 건강과 경제를 모두 지키는 지혜로운 방법이 될 것이다.

 

사장 승진은 단 1명, 대신 하버드 석학 수혈…이재용의 '기술 삼성' 승부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털어낸 후 처음으로 단행한 정기 사장단 인사는 '안정 속 기술 혁신'이라는 명확한 방향성을 드러냈다. 전 세계 산업의 판도를 바꾸고 있는 인공지능(AI) 대전환기를 맞아, 승진 인사를 최소화하며 조직에 안정감을 부여하는 한편, 외부 기술 인재를 파격적으로 영입해 '기술 초격차'의 고삐를 다시 죄겠다는 이재용 회장의 의지가 선명하게 읽힌다. 이번 인사는 향후 이어질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의 서막으로, 삼성전자가 AI 시대의 파고를 어떻게 넘어설지에 대한 전략적 밑그림을 제시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이번 인사의 핵심은 양대 축인 반도체(DS)와 스마트폰·가전(DX) 부문 수장들의 유임과 역할 강화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전영현 부회장과 DX 부문을 이끄는 노태문 사장에게 각각 핵심 사업부장인 메모리사업부장과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을 계속 겸직하도록 했다. 이는 극심한 대내외 불확실성 속에서 검증된 리더십을 중심으로 조직을 안정시키고, 핵심 사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포석이다. 특히 전영현 부회장은 지난 1년간 고대역폭메모리(HBM) 사업의 부진을 씻고 실적을 정상화 궤도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재신임을 얻었다.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기 진입을 앞둔 시점에서 그의 리더십에 다시 한번 힘을 실어준 셈이다.안정 기조 속에서도 미래를 향한 변화의 의지는 외부 인재 영입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하버드대학교 화학과 교수인 박홍근 사장을 삼성의 미래 기술 연구개발을 책임지는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으로 전격 영입했다. 1967년생인 박 사장은 서울대 화학과 수석 입학 및 전체 수석 졸업, 스탠퍼드대 박사 학위 취득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석학이다. 이는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을 외치며 기술 확보를 생존의 문제로 여겨 온 이재용 회장의 경영 철학이 그대로 반영된 파격적인 인사다. 선행 기술 연구의 심장부에 외부의 수재를 앉혀 기존의 틀을 깨는 혁신을 추구하겠다는 강력한 시그널이다.이번 인사에서 유일한 사장 승진자인 윤장현 사장 역시 기술 전문가로서, DX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라는 중책을 맡았다. 오랜 기간 무선사업부에서 경력을 쌓은 윤 사장의 발탁은 전통적인 주력 사업인 모바일, TV, 가전 등에 AI와 로봇 기술을 본격적으로 접목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창출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편, 이번 사장단 인사가 안정에 무게를 두면서 마무리됐지만, '2인자'로 불리던 정현호 부회장이 물러나고 사업지원실이 신설되는 등 큰 변화가 있었던 만큼, 향후 이어질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에서 본격적인 세대교체와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삼성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