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1조짜리 공짜 버스, 시작도 전에 브레이크"…뉴욕시장 맘다니 꿈 꺾은 주지사의 한마디

 조란 맘다니(34) 뉴욕시장 당선인이 선거 승리를 이끌었던 파격적인 '공짜 공약'들이 시작부터 거대한 암초를 만났다. 현지시간 9일,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가 맘다니 당선인의 핵심 공약인 '시내버스 무료화'에 대해 "현재로서는 추진할 생각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호컬 주지사는 전면적인 무료화 대신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교통비를 선별적으로 낮춰주는 방안은 추진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지만, 보편적 복지 확대를 내세운 맘다니의 구상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호컬 주지사가 이처럼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친 가장 큰 이유는 현실적인 예산 문제 때문이다. 뉴욕시의 모든 시내버스를 무료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매년 8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조 1,680억 원에 달하는 막대한 재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된다. 호컬 주지사는 "연방정부의 예산 삭감이라는 현실 속에서 새로운 복지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를 균형 있게 다뤄야 한다"고 지적하며 "지금은 이상과 현실이 충돌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뉴욕 시내버스 예산에는 주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인 만큼, 예산 증액의 키를 쥔 호컬 주지사가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맘다니의 공약 실현 가능성은 당분간 크게 낮아지게 됐다.

 


두 사람의 정책적 견해차는 버스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호컬 주지사는 맘다니 당선인이 약속했던 또 다른 대표 공약인 '보편적 무상교육'에도 사실상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맘다니는 선거 기간 동안 생후 6주부터 5세까지 모든 아동에게 무상교육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지만, 호컬 주지사는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한 전면 시행보다는 나이나 지역 등으로 대상을 세분화해 단계적으로 도입해야 한다는 신중론을 펼쳤다. 이는 복지 정책의 방향성과 속도를 둘러싼 두 사람의 근본적인 시각차를 명확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흥미로운 점은 민주당 소속인 호컬 주지사가 뉴욕시장 선거 국면에서 당 지도부보다도 먼저 맘다니 지지를 선언했던 인물이라는 사실이다. 당시에도 그는 "일부 정책 분야에서는 의견이 다르다"고 선을 그었지만, 당선인의 핵심 공약에 이처럼 조목조목 반대하고 나서면서 두 사람의 '불편한 동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선거를 승리로 이끈 진보적인 공약들이 취임도 전에 같은 당 소속 주지사라는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34세 젊은 시장의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30주년 맞은 이집트와 '실리 외교' 정점 찍는다…수십조 원대 MOU 체결 임박설 '솔솔'

 중동·아프리카 4개국 순방의 두 번째 행선지로 이집트를 택한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오후(현지시간) 수도 카이로에 도착하며 본격적인 외교 일정을 시작했다. 앞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국빈 방문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 대통령은 공군 1호기가 UAE 영공을 벗어날 때까지 전투기의 호위를 받는 등 각별한 예우를 받으며 다음 순방지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올해로 수교 30주년을 맞이하는 이집트와의 관계를 한 단계 격상시키기 위한 이번 방문은, 단순한 기념 외교를 넘어 한국의 외교 및 경제 영토를 아프리카 대륙까지 확장하는 중요한 교두보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는 이번 순방을 통해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 기조를 명확히 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데 모든 외교력을 집중할 방침이다.도착 이튿날인 20일에는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예정되어 있다. 이 회담은 이번 방문의 하이라이트로, 양국 관계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특히 수교 30주년을 맞아 기존의 교역 및 투자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인프라 건설, 방위 산업, 친환경 에너지 등 미래 성장 동력 분야에서의 협력을 구체화하는 방안이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정부가 강조해 온 '성과 중심의 외교' 기조에 따라, 회담 직후 여러 분야에 걸친 양해각서(MOU)가 체결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이는 양국 간 경제 협력이 단순한 상품 교역을 넘어 기술 이전과 공동 생산 등 고부가가치 영역으로 심화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정상회담 이후 이 대통령은 카이로대학교에서 현지 학생과 지식인들을 대상으로 연설에 나선다. 이 연설은 이재명 정부의 대중동 및 아프리카 정책 비전을 처음으로 포괄적으로 제시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국내외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최근 이집트 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K-드라마와 영화 등 한류 콘텐츠를 고리로, 양국 간 문화적 유대감을 강화하고 이를 경제 협력의 자산으로 승화시키는 '소프트파워 외교' 전략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적 친밀감이 한국 기업과 제품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로 이어지도록 하고, 양국 미래 세대 간의 교류를 활성화하여 지속 가능한 협력의 토대를 다지겠다는 구상이다.이 대통령은 이집트에서의 바쁜 일정을 소화한 뒤 21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로 향한다. UAE에서의 환대, 이집트와의 실리 협상, 그리고 G20 정상회의 참석으로 이어지는 이번 순방 루트는 중동과 아프리카의 핵심 국가들과의 관계를 다지고, 이를 바탕으로 다자외교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강화하려는 치밀한 전략적 포석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사우스'의 부상 속에서 한국 외교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이번 순방이 어떤 구체적인 결실을 맺고 귀국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