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결국 돈 문제…'임금피크 없는 65세'라는 노동계의 꿈, 실현 가능할까

 법정 정년을 만 65세로 늘리는 방안을 두고 사회적 논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은퇴 연령 상향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놓고 각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논의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는 소득 공백 해소를 위해 임금 삭감 없는 정년 연장을 강력히 요구하는 반면, 경영계는 인건비 부담과 청년 신규 채용 위축을, 젊은 세대는 일자리 잠식을 우려하는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해법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7개월간 이어진 논의마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사회적 합의를 향한 길은 더욱 험난해졌다.

 

이번 논쟁의 가장 큰 뇌관은 단연 임금 문제다. 양대 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는 정년 연장이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까지의 소득 절벽을 메우기 위한 제도인 만큼, 현재의 임금 체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숙련된 고령 인력의 임금을 깎는 것은 오히려 고용 불안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경영계는 극심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연공서열 중심의 현행 임금 체계에서 정년만 연장될 경우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기준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이 대기업(9.4%)의 두 배에 달하는 중소기업(18.1%)은 존폐를 위협받을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년 연장이 청년 세대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와 그로 인한 세대 갈등 가능성도 핵심 쟁점이다. 정치권 역시 이 문제를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당장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면 신규 채용 여력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며, 이는 극심한 취업난을 겪는 청년 세대의 박탈감을 키우고 사회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정년 연장의 속도를 두고도 의견이 갈린다. 노동계는 연금 수급 연령과의 격차를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며 조속한 시행을 촉구하지만, 경영계는 급격한 인사 및 임금 체계 개편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충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첨예한 갈등 속에서 경직된 일괄 연장 방식이 아닌, 보다 유연하고 다층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연공서열 기반의 임금 체계를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전환하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활성화해 기업이 필요에 따라 고령 인력을 활용하고 직무에 맞는 연봉을 새로 협상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특히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계에서는 인건비 부담을 고려해 회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정년 연장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연장 여부라는 단일 쟁점에만 매몰되면 갈등만 증폭될 뿐"이라며 "다원화된 노동시장의 현실에 맞춰 계속 고용을 보장할 다양한 방안을 포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잘나가던 금리 인하, '집값'과 '환율'에 발목 잡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27일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결정하면서, 그동안 유지해왔던 '금리 인하'에 대한 명확한 신호를 거두어들였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인하 자체를 기정사실로 했던 기존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향후 경제 상황의 불확실성에 따라 추가적인 금리 인하가 중단될 수도 있다는, 이전보다 훨씬 신중하고 긴축적인 입장으로의 선회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이번 금통위의 입장 변화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의 핵심 문구가 수정된 데서 명확히 드러난다.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금리 인하를 시작한 이래 줄곧 "금리 인하 기조를 이어나가겠다"는 표현을 사용하며 인하 방향성을 분명히 해왔다. 또한 향후 고려 사항으로 '추가 인하 시기와 속도'를 언급하며, 인하 자체는 예정된 수순이고 시점과 폭만 조율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결정문에서는 '인하 기조'라는 단어가 '인하 가능성'이라는 유보적인 표현으로 대체되었고, 결정 사항 역시 '시기와 속도'가 아닌 '여부 및 시기'로 변경됐다. 추가 금리 인하의 실행 '여부'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의미로, 명백한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신호로 해석된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 역시 이러한 기류 변화를 뒷받침했다. 이 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성장률 전망이 상향 조정됐지만 향후 경로에 상·하방 위험요인이 모두 잠재해 있다"고 전제한 뒤, "부동산 시장의 높은 가격 상승 기대, 환율 변동성 확대 등 금융안정 리스크가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당분간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과 동결을 이어갈 가능성을 모두 열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사실상 금리 인하 행진의 '일시정지' 또는 '종료'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발언으로 풀이된다.이처럼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의 톤을 조절한 배경에는 예상보다 견조한 경제 지표와 여전히 불안한 금융 시장 상황이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전망을 통해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0%, 1.8%로 지난 8월 전망치보다 상향 조정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 역시 올해와 내년 모두 2.1%로 높여 잡았다. 경기가 예상보다 선방하고 물가 상승 압력도 여전한 상황에서, 환율 변동성과 집값 불안이라는 금융안정 리스크까지 떠안으면서 서둘러 금리를 추가로 내릴 명분이 줄어들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