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기와집 20채 값 국보, 딱 두 달만 보여주고 창고로…'이곳'에서만 볼 수 있다

 대구간송미술관의 심장과도 같았던 두 점의 국보급 도자기가 잠시 우리 곁을 떠난다. 미술관 측은 개관 이래 상설전시의 중심을 지켜온 국보 '청자상감운학문매병'과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을 내년 1월 19일까지만 공개하고, 문화유산 보호 차원에서 수장고로 옮겨 휴식기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고려청자와 조선백자의 정수를 보여주는 두 걸작을 한 공간에서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이제 두 달 남짓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이번 교체는 단순한 전시 개편을 넘어, 우리 문화유산의 가치와 보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우는 계기가 되고 있다.

 

'청자상감운학문매병'은 현존하는 최고의 고려청자로 꼽히는 명실상부한 우리 문화유산의 아이콘이다. 유려하게 뻗은 어깨선과 잘록한 허리로 이어지는 완벽한 형태미, 비취빛 하늘을 자유롭게 노니는 학과 구름 문양의 정교함, 그리고 오직 고려청자만이 낼 수 있는 신비로운 비색(翡色)은 보는 이를 압도한다. 이 걸작에는 일제강점기 우리 문화재를 지키려 했던 간송 전형필 선생의 굳은 의지가 서려 있다. 1935년, 간송은 일본인 수장가 마에다에게 당시 서울의 기와집 20채에 해당하는 거금 2만 원을 주고 이 청자를 사들였다. 이후 오사카의 한 골동상이 구입가의 두 배를 제안했지만 단호히 거절했다는 일화는 그의 문화 수호 정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1962년 국보 1호 숭례문과 함께 가장 먼저 국보로 지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백자청화철채동채초충난국문병' 역시 간송의 치열했던 문화재 수집 역사를 증명하는 또 하나의 걸작이다. 1936년 경성미술구락부 경매에서 세계적인 미술품상인 야마나카 상회와의 불꽃 튀는 경쟁 끝에 약 1만 4천 원이라는 거액에 낙찰받았다. 이 작품은 푸른색 안료만 사용하는 일반적인 청화백자와 달리, 붉은색 동채와 검붉은색 철채를 함께 사용하여 다채롭고 화려한 색감을 자랑한다. 특히 양각으로 새겨진 국화와 난초, 나비 문양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입체감을 선사하며 조선 후기 문화 절정기의 '절제된 화려함'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넉넉한 달항아리를 연상시키는 몸체와 곧게 뻗은 목의 조화는 당당하면서도 우아한 기품을 뿜어내며, 당대 최고의 예술성과 기술력이 집약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두 걸작의 동시 공개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식에 미술관에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미술관 관계자는 "두 작품 모두 오랜 세월을 견뎌온 귀한 문화유산인 만큼, 보존을 위한 휴식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하며, "상설전시는 개편을 거쳐 1월 27일 새로운 모습으로 관람객을 맞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동안 다시 만나기 어려울 우리 민족의 보물, 고려와 조선 시대를 대표하는 두 도자기가 뿜어내는 아름다움을 직접 눈에 담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이들에게 올가을 대구간송미술관 방문은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월 318만원, 누구는 연금으로 '월급' 받는다…나는 얼마?

 국민연금이 누군가에게는 든든한 노후 버팀목이 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용돈 수준에 그치는 극명한 소득 격차의 현실이 통계로 증명됐다. 국민연금공단이 발표한 '2025년 7월 기준 국민연금 공표통계'에 따르면, 노령연금을 매달 300만 원 넘게 수령하는 사례가 등장하며 연금 수령액의 상한선을 끌어올렸다. 현재 최고 수급자는 월 318만 5,040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연금 수급 시점을 늦추는 연기연금 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령액을 극대화한 결과로 분석된다. 이처럼 일부는 연금만으로도 안정적인 노후 생활이 가능해진 반면,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의 월평균 수령액은 약 68만 원에 불과해 가입 기간과 납부액에 따른 노후 소득의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이러한 격차의 핵심 원인은 '가입 기간'에 있다.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의 월평균 수령액 67만 9,924원은 1인 가구 기준 기초생활수급자의 생계급여(최대 77만 원 선)에도 미치지 못해 국민연금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을 낳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비교적 짧은 기간만 보험료를 납부한 수급자가 다수 포함된 평균의 함정이다. 실제로 가입 기간을 20년 이상 채워 '완전 노령연금'을 받는 수급자들의 월평균 수령액은 112만 539원으로, 전체 평균보다 두 배 가까이 많았다. 반면, 최소 가입 기간인 10년을 갓 넘긴 10~19년 사이 가입자의 월평균 수령액은 44만 2,177원에 그쳤다. 결국 얼마나 오랫동안 꾸준히 보험료를 납부했는지가 노후 연금액의 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임이 다시 한번 확인된 셈이다.수급 금액대별 분포를 살펴보면 국민연금의 현주소는 더욱 명확해진다. 월 20만 원에서 40만 원 미만을 받는 수급자가 약 217만 명으로 가장 거대한 집단을 형성하고 있어, 아직까지는 국민연금이 주된 노후 소득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고액 수급자의 증가세 역시 뚜렷하다. 월 100만 원 이상을 받는 수급자는 약 85만 명에 달하며, 월 200만 원 이상을 받는 고액 수급자도 8만 2,484명으로 집계되는 등 연금 제도의 성숙과 함께 연금을 통한 노후 준비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년 7월 기준 전체 연금 수급자(일시금 포함)는 754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 중 매달 연금을 받는 사람은 733만 명에 달해 국민연금이 명실상부한 전 국민적 노후 보장 제도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결론적으로 이번 통계는 국민연금이 실질적인 노후 안전망으로 기능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 '장기 가입'에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1988년 제도가 도입된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는 단순히 의무감에 납부하는 세금이 아니라 자신의 노후를 직접 설계하는 장기 투자 상품이라는 인식이 중요해졌다. 전문가들은 가입 기간을 늘릴 수 있는 추납 제도나 크레딧 제도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령액을 높이는 '연금 재테크'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얼마나 오래, 얼마나 꾸준히 납부했는지가 100세 시대의 노후 생활의 질을 완전히 다른 수준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이번 통계는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