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월급에서 떼인 국민연금 4888억, 사장님이 꿀꺽"... 충격 실태

 매달 꼬박꼬박 월급에서 사라진 내 돈, 하지만 정작 나의 노후를 위한 국민연금 기록에서는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사업주가 근로자 몫의 보험료를 꼬박꼬박 떼어가고도 정작 납부는 하지 않는 '얌체' 체납 행태가 기승을 부리면서 애꿎은 근로자들의 노후 안전망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4대 사회보험 징수를 담당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13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지 않은 장기 체납액은 2024년 말 기준으로 무려 1조 1,217억 원에 달한다. 이 중 국민연금 체납액이 4,888억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무려 3만 1천여 곳의 사업장이 근로자의 미래를 담보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체납 규모가 최근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1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던 연금 체납액은 2025년 들어 불과 6개월 만에 5,031억 원을 기록하며 이미 작년 전체 규모를 훌쩍 뛰어넘었다. 얼어붙은 경기의 한파가 성실한 근로자들의 노후 준비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는 셈이다.

 

문제의 핵심은 다른 사회보험과 달리 유독 국민연금에만 존재하는 불합리한 제도적 허점이다.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의 경우 사업주가 보험료를 체납하더라도 근로자가 월급명세서 등으로 자신의 근무 사실만 증명하면 모든 혜택을 정상적으로 누릴 수 있다. 국가가 일단 근로자를 보호하고, 나중에 사업주에게 체납액을 받아내는 '선 구제, 후 구상'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정반대다. 현행법은 사업주가 보험료를 내지 않으면 그 기간은 근로자의 가입 기간으로 인정해주지 않는다. 무려 17년 넘게 1억 6천만 원을 체납한 사업장의 사례를 보면, 그곳에서 일한 근로자는 매달 월급의 4.5%를 꼬박꼬박 떼였음에도 불구하고 17년이라는 소중한 노후 준비 기간을 통째로 도둑맞게 되는 황당한 상황에 놓인다. 이는 명백히 책임 소재가 잘못된 구조로, 성실한 근로자에게 모든 피해를 떠넘기는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개별 납부'라는 구제 장치가 있기는 하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분통이 터질 지경이다. 사업주의 잘못으로 발생한 체납에 대해 근로자가 이미 월급에서 떼인 자신의 보험료(4.5%)를 또다시 납부하면, 가입 기간의 절반만 인정해 준다. 만약 100%를 모두 인정받고 싶다면, 내 몫은 물론이고 체납한 사업주가 내야 할 몫(4.5%)까지 더해 총 9%의 보험료를 근로자 혼자서 전부 부담해야 한다. 내 잘못도 아닌데 왜 돈을 두 번 내야 하는지, 심지어 왜 법을 어긴 사업주의 책임까지 내가 짊어져야 하는지 묻는 근로자의 절규는 당연한 것이다. 이는 구제책이 아니라 사실상 '울며 겨자 먹기' 식의 2차 가해에 가깝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처럼 제도가 근로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동안, 체납 사업주에 대한 징수 시스템은 사실상 방관자 역할에 그치고 있다. 지난 10년간 국민연금 체납으로 형사 고발까지 이어진 경우는 고작 855건에 불과했으며, 이마저도 실제 징수율은 19%라는 처참한 수준에 머물렀다. 심지어 같은 기간 사업장 폐업 등을 이유로 징수를 아예 포기해버린 금액도 1,157억 원에 달했다.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는 사이, 악덕 사업주들은 재산을 빼돌리거나 시간을 끌며 손쉽게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다. 결국 "사장이 떼먹고, 책임은 근로자가 져라"는 식의 비정한 시스템 속에서 성실하게 살아온 국민들의 노후만 무너져 내리고 있다. 체납된 보험료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이다. 돈을 떼먹은 사업주에게 끝까지 책임을 묻는 강력한 징수 시스템과 함께, 어떤 경우에도 성실한 근로자가 피해 보지 않도록 하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찬성 87% vs 투표율 16%…'숫자의 함정'에 빠진 민주당, 내분 격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강력하게 추진하던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 도입이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당 지도부는 당헌·당규 개정안의 최종 의결 절차인 중앙위원회를 당초 예정됐던 28일에서 내달 5일로 일주일 연기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개정안이 24일 당무위원회를 통과하며 순항하는 듯 보였으나, 회의 내부에서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자 결국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일부 우려가 있어 보완책을 더 논의하기 위해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밝히며, 당내 이견이 존재함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이는 압도적인 찬성률을 앞세워 속전속결로 매듭지으려던 지도부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음을 의미한다.이번 갈등의 핵심에는 '명분'과 '절차'의 충돌이 자리 잡고 있다.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지난 19~20일 진행된 전 당원 투표에서 나온 86.81%라는 압도적인 찬성률을 '거스를 수 없는 당심'으로 규정하고 개혁의 동력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 투표의 전체 투표율이 16.81%에 불과했다는 점이 반대 측의 주요 공격 포인트가 되고 있다. 전체 유권자 중 극히 일부만 참여한 투표 결과를 가지고 당의 근간을 바꾸는 중대한 사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대의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다. 그럼에도 지도부는 투표 결과를 근거로 최고위원회의에서 개정안을 신속히 의결하며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고, 이는 결국 당내 갈등의 불씨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졌다.당 지도부의 일방적인 추진 방식에 대한 불만은 결국 공개적인 반발로 터져 나왔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하며 "원칙에 대한 찬반보다 절차의 정당성과 민주성 확보가 논란의 핵심"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중요 제도를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단 며칠 만에 밀어붙이기 식으로 하는 게 맞느냐"고 따져 물으며, 대통령 순방 중에 굳이 당내 분열을 야기할 수 있는 안건을 처리해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최고위원은 작심 발언을 쏟아낸 직후 회의장을 떠나며 지도부와의 갈등이 심상치 않은 수준임을 드러냈다. 당무위원회 회의장 밖에서는 고성이 오가는 등 격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결국 민주당은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벌었지만, 이는 갈등의 봉합이 아닌 수면 위로의 부상에 가깝다. 당 지도부는 이 기간 동안 반대 의견을 청취하고 보완책을 마련해 설득에 나선다는 입장이지만,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는 이들을 만족시킬 묘안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원 주권 강화'라는 개혁의 명분과 '충분한 숙의를 통한 민주적 절차'라는 원칙 사이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혹은 일주일 뒤 또다시 강행 처리를 시도하며 정면충돌을 불사할지, 당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