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60년의 기다림 끝에…'K뮤지컬', 드디어 백상예술대상 입성

 한국 뮤지컬 산업이 역사적인 전환점을 맞이했다. 대한민국 최고 권위의 종합 예술 시상식으로 꼽히는 백상예술대상이 방송, 영화, 연극 부문에 이어 마침내 뮤지컬 부문을 신설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한국뮤지컬협회는 백상예술대상을 주최하는 HLL중앙과 지난 4일 공식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내후년인 2026년 5월 열릴 '제62회 백상예술대상'부터 뮤지컬 부문 시상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HLL중앙 측의 적극적인 제안으로 성사되었으며, 이는 K콘텐츠의 한 축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뮤지컬의 위상을 공인하고, 백상예술대상이 명실상부한 종합 예술 시상식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이번 시상 부문 신설은 한국 뮤지컬 역사에 있어 더없이 뜻깊은 의미를 지닌다. 공교롭게도 첫 시상이 이루어지는 2026년은 1966년 국내 최초의 창작 뮤지컬 '살짜기 옵서예'가 무대에 오른 지 정확히 60주년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지난 60년간 한국 뮤지컬 시장은 척박한 불모지에서 출발해 이제는 연간 4천억 원 규모에 육박하는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했다. 탄탄한 내수 시장과 열정적인 팬덤을 기반으로 창작 뮤지컬의 수준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렸고, 최근에는 '어쩌면 해피엔딩'이 미국 토니상 주요 부문을 휩쓰는 등 해외에서도 그 예술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K콘텐츠의 새로운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60년의 역사를 발판 삼아 K뮤지컬의 전성기가 펼쳐지는 바로 이 시점에 백상예술대상의 문이 열린 것은, 그간의 노고를 위로하고 더 큰 도약을 격려하는 최고의 선물이 된 셈이다.

 


새롭게 신설되는 뮤지컬 부문은 크게 작품상, 창작상, 연기상의 세 가지로 구성된다. '작품상'은 한 해 동안 가장 뛰어난 예술적 성취와 산업적 기여도를 보인 작품에 수여되며, '창작상'은 작가, 작곡가, 편곡가, 무대·음향·조명 디자이너 등 무대 뒤에서 땀 흘리는 모든 창작자를 대상으로 가장 탁월한 성과를 낸 인물에게 돌아간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연기상'으로, 남녀 주·조연을 구분하지 않고 통합하여 시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성별의 경계를 넘어 오직 배우가 무대 위에서 보여준 압도적인 연기력과 캐릭터 해석 능력, 관객 장악력만을 평가하겠다는 파격적인 시도다. 이는 국내 주요 시상식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방식으로, 뮤지컬 장르의 특수성과 배우 개개인의 역량에 온전히 집중하겠다는 백상예술대상의 새로운 비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뮤지컬협회와 HLL중앙은 이번 업무협약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심사 기준 마련과 시상식 준비에 착수하며, 한국 뮤지컬 산업의 발전과 외연 확장을 위해 긴밀한 협력을 이어나갈 것을 약속했다. 이종규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은 "뮤지컬 업계가 대중과 더 가까워지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했고, 강주연 HLL중앙 대표 역시 "K뮤지컬 팬덤이 해외로 확장하는 지금, 함께 K콘텐츠의 새 역사를 써 내려가겠다"고 화답했다. 한편, 뮤지컬계는 이번 호재에 더해 뮤지컬산업진흥법 제정, 뮤지컬 전용 공공극장 건립 등 숙원 사업 추진과 함께 60주년 기념 대규모 콘서트 및 국제 학술대회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어, 백상예술대상이라는 든든한 날개를 단 K뮤지컬이 앞으로 어떤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안세영 한 명 빠졌을 뿐인데… 난리 난 일본, 역대급 '맹탕' 결승에 충격

 '여제' 안세영이 자리를 비우자 여자 배드민턴 판도가 흔들렸다. 올 한 해 쉴 틈 없이 코트를 누볐던 안세영은 컨디션 조절과 부상 관리를 위해 일본 구마모토 마스터스 불참을 선언했다. 이는 더 큰 목표를 향한 전략적인 휴식으로, 시즌 중반 중국 오픈에서 부상으로 기권했던 전례를 고려할 때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3개 대회에 출전하며 강행군을 이어온 만큼, 그의 이번 결정은 다가올 더 중요한 무대를 완벽하게 준비하기 위한 현명한 선택으로 풀이된다.안세영의 시선은 이미 다음 목표를 향하고 있다. 그는 일본 대회를 건너뛰는 대신, 오는 18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호주오픈(슈퍼 500)에 출전해 시즌 10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만약 여기서 정상에 오르면 2023년 자신이 세웠던 여자 단식 한 시즌 최다 우승 기록(9회)을 스스로 경신하게 된다. 나아가 내달 중국에서 열리는 왕중왕전 성격의 월드투어 파이널스까지 제패할 경우, 2019년 모모타 겐토가 수립했던 남녀 단·복식을 통틀어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인 11승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넘어설 가능성도 열린다. 배드민턴 역사상 최고의 선수 반열에 오르기 위한 그의 발걸음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반면, 독보적인 최강자가 빠진 구마모토 마스터스는 혼돈에 빠졌다. 안세영의 불참을 시작으로 중국의 스타 선수들이 자국 대회 여파로 대거 기권했고, 기대를 모았던 일본의 상위 랭커들마저 줄줄이 탈락하면서 대회의 흥행 열기는 급격히 식었다. 결승 대진은 그간 우승과 거리가 멀었던 선수들에게 돌아갔다. 세계랭킹 9위인 태국의 랏차녹 인타논과 11위인 인도네시아의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이 맞붙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매치업이 성사된 것이다.여제의 부재는 누군가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되었다. 치열한 접전 끝에 태국의 랏차녹 인타논이 툰중을 세트 스코어 2-0으로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안세영이라는 절대 강자가 없는 상황에서 펼쳐진 이번 대회는 다른 선수들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을, 팬들에게는 이변이 속출하는 예측 불허의 재미를 선사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는 안세영 한 명의 존재감이 여자 배드민턴계 전체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