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심판보다 '내 지갑'…민주당, '먹고사는 문제'로 선거판 뒤집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1년에 대한 민심의 향방을 가늠할 핵심 선거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두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뼈아픈 정치적 타격을 안겼다. 4일(현지시간) 치러진 버지니아와 뉴저지 주지사 선거, 그리고 뉴욕 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모두 승리한 것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독단적인 국정 운영과 35일간 이어진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에 대한 유권자들의 준엄한 심판이 표심으로 드러난 결과로, 내년 중간선거의 전초전에서 민주당이 기선를 제압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경합주로 꼽혔던 버지니아에서는 민주당의 에비게일 스팬버거 전 연방 하원의원이 공화당 후보를 여유롭게 따돌리고 승리하며 4년 만에 주지사직을 탈환했다. 이로써 버지니아 역사상 첫 여성 주지사가 탄생했으며, 함께 치러진 부지사 선거에서는 미국 최초의 무슬림 여성 주정부 선출직 당선자가 나오는 등 민주당의 승리가 더욱 빛을 발했다.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인 뉴저지에서도 마이키 셰릴 연방 하원의원이 트럼프의 지지를 받은 공화당 후보를 꺾고 주지사직 수성에 성공했다. 해군 헬기 조종사 출신의 셰릴과 CIA 근무 경력의 스팬버거 모두 당내 중도파로, 이들의 승리는 민주당이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는 데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이번 선거의 최대 이변은 미국 최대 도시 뉴욕에서 터져 나왔다. 자신을 '민주사회주의자'로 칭하는 34세의 인도계 무슬림, 조란 맘다니 후보가 뉴욕 시장에 당선된 것이다. 최저임금 인상, 버스 무상화 등 파격적인 진보 공약을 내건 그는 젊은 층의 열광적인 지지를 바탕으로, 민주당 경선 패배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앤드루 쿠오모 전 주지사와 공화당 후보의 추격을 뿌리쳤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까지 나서 '반(反) 맘다니 연합'을 시도했으나, 뉴욕 유권자들은 결국 급진적인 변화의 손을 들어주며 미국 정치 지형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번 선거 결과는 민주당의 선거 전략이 완벽하게 적중했음을 입증했다. 민주당은 '트럼프 심판론'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유권자들의 실생활과 직결된 경제 문제에 집중하는 실용주의 노선을 택했다. 버지니아의 스팬버거 후보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물가 상승을 유발했다고 비판했고, 뉴저지의 셰릴 후보는 높은 전기요금 인하를 약속하며 표심을 파고들었다. 결국 '트럼프에 대한 분노'를 '먹고사는 문제'와 효과적으로 결합시킨 민주당의 전략이 승리를 이끌었으며, 이는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향한 민주당의 핵심적인 승리 공식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대통령 한마디에…'12월 3일' 공휴일 지정, 급물살 타나

 이재명 대통령이 불법 비상계엄을 저지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한 12월 3일을 법정 공휴일로 지정하는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검토를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4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주권자가 명령한 빛의 혁명의 완성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다”고 강조하며, “반성과 책임을 바탕으로 연대와 포용의 가치를 세워 ‘정의로운 통합’을 이뤄내자”고 밝혔다. 이는 계엄 1주년을 맞아 발표한 대국민 특별성명에서 제시한 ‘선(先) 내란 청산, 후(後) 국민 통합’의 기조를 재확인하고, 그 실천적 방안의 하나로 ‘국민주권의 날’ 제정을 공식화한 것이다.비공개로 진행된 회의에서는 ‘K-민주주의’를 제도적으로 구현하기 위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 대통령은 12월 3일을 ‘국민주권의 날’로 기념하고 법정 공휴일로 지정하는 것과 관련해, “국경일과 법정기념일, 법정공휴일이 각각 다른 법적 성격과 의미를 지니는 만큼, 입법 과정을 꼼꼼히 챙겨봐 달라”고 각별히 당부했다. 또한, 일방적인 추진이 아닌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을 주문했다. 이를 위해 여론조사를 실시해 국민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국민주권의 날’이라는 명칭 외에 더 좋은 이름이 있는지를 찾기 위한 대국민 공모전 개최도 함께 지시하며 절차적 정당성과 국민 참여를 강조했다.특히 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 당시의 ‘촛불혁명’ 역시 함께 기념할 수 있는지 검토하라고 지시해 주목받았다. 그는 “12월 3일은 한국의 1987년 민주화 과정 이후 시민의 단결된 힘을 보여주는 데 있어 매우 발전된 형태”라고 평가하며, “특별히 기념하고 기억할 필요가 있지 않은가”라고 그 역사적 의미를 부각했다. 이는 12·3 사태를 과거 민주화 운동의 연장선상이자, 시민 주권이 한 단계 더 성숙하고 발전한 역사적 사건으로 규정하고 이를 기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공휴일 지정 논의와 더불어, 민주주의 시스템을 공고히 하기 위한 후속 개혁 방안들도 함께 논의 테이블에 올랐다. 이 대통령은 방첩사령부 등 계엄에 직접적으로 관여했던 군 정보기관의 개편을 추진하되, “제도 개혁 방안을 연구할 때 이를 악용하는 사례나, 제도 변화가 가져올 부작용도 미리 염두에 두라”며 신중하고 꼼꼼한 접근을 당부했다. 아울러 국민의 의사가 국가 재정에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재정 민주주의’ 개념을 새롭게 제안했으며,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혐오 발언과 관련해 현재 국회에서 진행 중인 입법 과정을 면밀히 살펴볼 것을 강조하며 다각적인 개혁 의지를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