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1500년 전 기술 맞아?…현대 과학으로도 증명된 가야의 '넘사벽' 철강 기술

 '철의 왕국' 가야의 기마무사는 과연 얼마나 강력했을까. 1500년 전, 철갑으로 무장한 채 전장을 누볐을 가야의 기마군단은 오랫동안 상상 속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최근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가 진행한 한 흥미로운 실험을 통해 그 실체가 베일을 벗었다. 아라가야 왕들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함안 말이산 고분군, 그중에서도 말 갑옷과 투구 등 다량의 철제 유물이 쏟아져 나온 8호분 출토품을 바탕으로 고대 기술의 비밀을 파헤치는 시도가 이루어진 것이다. 연구소는 당시 기술로 제작된 말 갑옷 재현품에 실제 쇠 화살을 발사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그 놀라운 결과를 영상으로 공개하며 잊혔던 가야의 기술력을 우리 눈앞에 생생하게 되살려냈다.

 

이번 실험의 핵심은 단순히 갑옷의 튼튼함을 시험하는 것을 넘어, 가야인들이 철의 성질을 얼마나 정교하게 이해하고 활용했는지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데 있었다. 연구팀은 출토된 말 갑옷의 부위별 성분 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탄소 함량을 달리한 재현품을 제작했다. 말의 목과 가슴을 보호하는 중요 부위인 경·흉갑은 탄소 함량 0.8%의 고탄소강으로,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많은 몸통 부위의 신갑은 0.2%의 저탄소강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 갑옷들을 향해 강력한 쇠 화살을 발사하며 각 부위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했다. 이는 가야의 장인들이 단순히 철을 두드려 갑옷을 만든 것이 아니라, 부위별 특성에 맞춰 강도와 유연성을 조절하는 첨단 야금 기술을 보유했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탄소 함량이 높은 0.8%의 경·흉갑은 화살의 강력한 충격을 그대로 튕겨내며 완벽한 방어 성능을 보여주었다. 화살촉이 갑옷 표면에 부딪히는 순간 불꽃이 튀었지만, 갑옷은 뚫리지 않고 효과적으로 충격을 흡수했다. 반면, 탄소 함량이 낮은 0.2%의 신갑은 화살에 의해 쉽게 관통당했다. 하지만 여기서 가야인들의 지혜가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 여러 장의 작은 철판을 가죽끈으로 엮어 만든 '찰갑(札甲)' 특유의 구조 덕분에, 첫 번째 철판이 뚫리더라도 겹쳐진 다음 철판이 화살을 막아내 말의 몸체까지 피해가 가는 것을 막아준 것이다. 또한 가죽끈이 끊어지더라도 갑옷 전체가 파손되지 않아, 전투 후 손상된 부분만 교체하여 수리하는 것도 용이했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실험은 가야의 갑옷이 단순한 쇳덩어리가 아니라, 과학적인 계산과 경험이 집약된 최첨단 방어 시스템이었음을 명백히 증명했다. 가야인들은 탄소 함량 조절을 통해 강철을 생산하고, 이를 부위별 특성에 맞게 적용하는 고도의 금속 가공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는 '철의 왕국'이라는 명성이 결코 과장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실험이 가야의 철기 제작 기술과 병기 운용 방식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15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되살아난 가야의 기술력은, 국립문화유산연구원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실험 영상 전체를 통해 더욱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정답 2개? 정답 없음?…'누더기'된 불수능 국어, 평가원 25일 발표에 모든 게 걸렸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영역이 역대급 '불수능'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문제 자체의 오류를 지적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잇따르며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17번 문항에 대해 "정답이 없다"는 현직 철학과 교수의 주장이 제기된 데 이어, 이번에는 3번 문항의 정답이 두 개라는 새로운 의혹이 터져 나왔다. 특히 해당 분야를 직접 연구하는 대학교수들이 연이어 전문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어, 단순한 난이도 조절 실패를 넘어 수능 시험의 공신력과 신뢰도 자체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양상이다.이번에 새롭게 논란의 중심에 선 3번 문항은 독해 능력을 다루는 '단순 관점(Simple View of Reading)' 이론에 관한 문제다.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학과 교수는 해당 지문이 이론의 창시자인 필립 고프 교수의 핵심 주장을 근본적으로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론의 핵심인 '언어 이해'는 글이 아닌 소리를 듣고 이해하는 '듣기 능력'을 통해 이뤄지는 것인데, 수능 지문은 마치 '글 읽기 경험'을 통해서도 언어 이해가 발달될 수 있는 것처럼 서술하여 이론의 전제부터 틀렸다는 것이다. 이 잘못된 전제를 바탕으로 문제를 풀 경우, 평가원이 정답으로 제시한 4번 선택지뿐만 아니라 3번 선택지('글 읽기 경험을 통해서도 언어 이해가 발달될 수 있다') 역시 이론상 명백히 틀린 내용이 되어 복수 정답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이를 두고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을 엉뚱하게 설명해놓고 틀린 것을 고르라는 격"이라고 꼬집으며, 배경지식의 유무가 정답을 가르는 문제의 본질을 지적했다.앞서 불거진 17번 문항의 오류 논란 역시 만만치 않다. 이충형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 교수는 독일 철학자 칸트의 '인격 동일성' 개념을 다룬 이 문항에 대해 "정답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지문과 보기에 제시된 내용만을 사용해 엄밀하게 논리적으로 추론하면, 평가원이 정답으로 내세운 3번 선택지를 결코 도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지속성'과 같은 핵심 철학적 개념은 고등학생이 소화하기 어려운 수준이며, 결국 학생들이 깊이 있는 사유와 추론 대신 지문과 선택지에 나온 단어의 피상적 유사성만 찾아 답을 '찍게' 만드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는 인공지능(AI) 시대가 요구하는 비판적 사고력 함양이라는 교육 목적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연이은 중대 오류 지적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제 모든 공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으로 넘어갔다. 지난 17일까지 공식 이의 신청을 접수한 평가원은 심사위원회를 거쳐 오는 25일 최종 정답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입시계에서는 평가원이 그간 정답 정정에 극히 보수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는 점을 들어 이번에도 오류를 인정할 가능성은 매우 낮게 보고 있다. 지난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오류를 인정하고 전원 정답 처리한 후 당시 평가원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평가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교육계 전체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