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모아

'달력'이 아니라 '경험'을 선물…카카오가 시각장애인과 소통하는 법

 카카오가 11월 4일 점자의 날을 맞아 시각장애인을 위한 '2026 카카오 점자 달력'을 선보이며 기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지난해 처음 시작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던 점자 달력 프로젝트는 '더 가깝게, 카카오'라는 상생 슬로건 아래 올해 한층 더 규모를 키우고 세심함을 더했다. 이는 단순히 달력을 제작해 배포하는 것을 넘어, 정보 접근성이 취약한 시각장애인들에게 일상의 편의를 제공하고 문화적 경험의 격차를 줄이려는 카카오의 ESG 경영 철학이 반영된 행보로 풀이된다.

 

올해 제작된 점자 달력은 총 8천 부로, 지난해보다 무려 167%나 늘어난 수량이다. 카카오는 늘어난 물량을 바탕으로 배포 대상을 대폭 확대했다. 전국 맹학교 등 시각장애 특수학교에 2,200부를 기증하고,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를 비롯한 관련 기관 및 단체에 5,200부를 전달해 더 많은 시각장애인이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올해는 기존의 학생 중심 배포에서 나아가 성인 시각장애인까지 대상을 넓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비장애인도 점자 달력을 경험하며 시각장애인의 삶을 이해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카카오메이커스를 통해 600부를 유료로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점자 달력을 단순한 기부품이 아닌,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는 매개체로 활용하려는 시도다.

 


이번 점자 달력의 가장 큰 특징은 단순한 날짜 정보 제공을 넘어선 '촉각적 경험'의 확장에 있다. 국민 캐릭터로 사랑받는 라이언, 어피치 등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위에 촉각선을 넣어 시각장애인들이 손끝으로 캐릭터의 형태를 인지하고 상상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각 캐릭터에 대한 설명 또한 점자로 상세히 기재하여, 시각 정보에 익숙한 비장애인들이 당연하게 누리는 캐릭터 문화를 시각장애인들도 함께 공유하고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는 정보의 동등한 접근뿐만 아니라, 감성적이고 문화적인 교감까지 고려한 디자인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기술이 어떻게 사회적 약자와 소통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결국 카카오의 점자 달력 제작은 단순한 사회 공헌 활동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서 온라인 세상의 연결을 넘어, 오프라인 현실 세계에서의 단절과 소외를 잇는 역할을 자처한 셈이다. 특히 점자의 날에 맞춰 이러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간다는 점은 기업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정된 수량이지만, 이 작은 달력 하나가 시각장애인에게는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우리 사회 전체에는 장애에 대한 편견을 허물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가치를 되새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파급 효과는 결코 작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격주 주5일' 약속은 새빨간 거짓말…쿠팡의 홍보 뒤에 숨겨진 택배기사의 피눈물

 쿠팡이 자랑하던 '격주 주5일 근무제'라는 약속이 현장에서 무참히 짓밟힌 사실이 한 젊은 택배기사의 비극적인 죽음을 통해 드러났다.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지난 10일 제주에서 새벽 배송 중 교통사고로 숨진 30대 노동자 A씨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쿠팡이 과로사 방지 대책으로 내세웠던 핵심 제도가 고인에게는 전혀 적용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노조가 공개한 고인의 업무용 메신저 대화 내용은 충격 그 자체였다. A씨가 속한 대리점에서는 주 6일 연속 근무가 일상처럼 이뤄졌고, 심지어 7일을 넘어 일하는 극단적인 초장시간 노동까지 만연해 있었음이 확인됐다.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키겠다던 기업의 화려한 홍보가 한낱 공허한 메아리였음이 증명된 순간이다.고인의 마지막 며칠간의 행적은 이 비극이 단순한 사고가 아닌, 시스템이 강요한 '사회적 타살'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는 5일 연속 고된 새벽 배송 업무를 소화한 뒤, 상주가 되어 아버지의 장례를 3일간 치러야 했다. 슬픔과 피로가 채 가시기도 전에 업무에 복귀해야 했던 그는 대리점 측에 최소한의 회복을 위해 이틀간의 휴무를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이틀은 쉴 수 없다"는 차가운 답변뿐이었다. 결국 단 하루의 휴식을 끝으로 다시 운전대를 잡아야 했던 그는, 2차 배송 물량을 싣기 위해 물류센터로 복귀하던 길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부족한 백업 인력 문제로 한 노동자의 최소한의 쉴 권리마저 묵살한 대리점과, 이를 관리 감독하지 못한 쿠팡의 책임론이 불거지는 대목이다.쿠팡 측은 그동안 "동일 아이디로 7일 이상 연속해서는 자사 배송 애플리케이션에 로그인 자체가 불가능해 7일 연속 근무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노조의 이번 조사는 쿠팡의 주장이 현실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명백히 보여줬다. 현장에서는 7일을 초과하는 연속 근무 사례까지 발견되었으며, 이는 쿠팡의 시스템에 심각한 허점이 존재하거나 현장의 불법적인 노동 실태를 의도적으로 방치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택배노조는 "어떻게 7일 이상의 초장시간 노동이 가능한지 쿠팡CLS가 직접 원인을 조사하고, 투명하게 결과를 발표하며, 즉각적인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하며 칼끝을 쿠팡 본사로 겨눴다."출근했다가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가족이 더는 없어야 합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유족은 가장을 잃은 슬픔과 막막한 생계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하며 울분을 터뜨렸다. 유족은 이번 사고의 근본 원인이 노동자를 극한의 과로로 내몬 쿠팡의 구조적인 문제에 있다고 분명히 못 박았다. 쿠팡 대표를 향해 고인과 유족의 상처를 치유할 실질적인 대책 마련을 요구한 유족은, 산업재해 신청을 시작으로 쿠팡이 책임 있는 태도를 보일 때까지 끝까지 싸워나가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밝혔다. 한 가정의 행복을 송두리째 앗아간 이번 참사가 개인의 불운을 넘어 우리 사회의 병든 노동 현실을 직시하고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