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뜻도 모르고 썼던 ‘있어 보이는’ 단어들, 쉬운 우리말로 대변신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래어와 외국어 남용 현상에 제동이 걸렸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일상과 공공 언어 영역에서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는 외래어 12개를 국민이 알기 쉬운 우리말로 다듬어 새롭게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어려운 외래어가 소통을 저해하고 정보 격차를 유발한다는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보다 쉽고 직관적인 우리말 사용을 권장하기 위해 추진되었다. 이제 ‘얼라이언스’, ‘액셀러레이팅’처럼 특정 분야에서 전문 용어처럼 쓰이던 단어들이 각각 ‘협력체’, ‘창업 성장 지원’ 등 명확한 의미를 지닌 우리말로 대체된다.

 

이번에 선정된 우리말 대체어는 일방적인 탁상공론의 결과물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언론계, 학계, 대학생 등 각계각층의 구성원이 참여하는 ‘새말모임’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후보안이 마련되었다. 이후 전국 15세 이상 국민 3,000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국민 수용도 조사를 실시하여 실제 언어생활에서 국민이 얼마나 우리말 대체어의 필요성에 공감하는지를 면밀히 파악했다. 최종적으로는 국어심의회 국어순화분과위원회의 심의와 의결이라는 전문가 검토 단계를 거쳐 공신력을 확보했다. 이처럼 다듬어진 말들은 단순한 제안을 넘어, 사회적 합의와 민주적 절차를 통해 탄생한 소통의 약속인 셈이다.

 


특히 이번 국민 수용도 조사에서 ‘얼라이언스’와 ‘액셀러레이팅·액셀러레이터’는 무려 75.5%에 달하는 응답자가 우리말로 바꿔 써야 한다고 답해, 대체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매우 높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이에 ‘얼라이언스’는 ‘협력체’라는 명료한 단어로, 초기 창업 기업을 지원하는 과정을 뜻하는 ‘액셀러레이팅’과 그 기관을 뜻하는 ‘액셀러레이터’는 각각 ‘창업 성장 지원’과 ‘창업 성장 지원 기관’이라는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로 다듬어졌다. 또한, 창업 및 직무 교육 분야에서 자주 등장하던 ‘핸즈 온’은 ‘직접 체험’으로, ‘인큐베이팅’과 ‘인큐베이터’는 사업 단계에 따라 ‘창업 초기 지원’ 또는 ‘창업 기반 지원’, 그리고 이를 수행하는 ‘기관’으로 구체화하여 복수 대체어를 제시했다.

 

정부는 이렇게 다듬어진 우리말이 단순히 사전에만 존재하는 죽은 언어가 아니라, 국민의 실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비롯한 다양한 소통 채널을 활용하여 새로운 우리말을 알리고 그 사용을 장려할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이번 발표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국민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 있거나 공공성이 높은 분야의 어려운 외래어를 신속하게 우리말로 다듬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누구나 소외되지 않는 쉽고 평등한 공공언어 사용 환경을 조성해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정답 2개? 정답 없음?…'누더기'된 불수능 국어, 평가원 25일 발표에 모든 게 걸렸다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 영역이 역대급 '불수능'이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문제 자체의 오류를 지적하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잇따르며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앞서 17번 문항에 대해 "정답이 없다"는 현직 철학과 교수의 주장이 제기된 데 이어, 이번에는 3번 문항의 정답이 두 개라는 새로운 의혹이 터져 나왔다. 특히 해당 분야를 직접 연구하는 대학교수들이 연이어 전문적인 근거를 제시하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어, 단순한 난이도 조절 실패를 넘어 수능 시험의 공신력과 신뢰도 자체에 대한 의문이 커지는 양상이다.이번에 새롭게 논란의 중심에 선 3번 문항은 독해 능력을 다루는 '단순 관점(Simple View of Reading)' 이론에 관한 문제다.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학과 교수는 해당 지문이 이론의 창시자인 필립 고프 교수의 핵심 주장을 근본적으로 잘못 해석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이론의 핵심인 '언어 이해'는 글이 아닌 소리를 듣고 이해하는 '듣기 능력'을 통해 이뤄지는 것인데, 수능 지문은 마치 '글 읽기 경험'을 통해서도 언어 이해가 발달될 수 있는 것처럼 서술하여 이론의 전제부터 틀렸다는 것이다. 이 잘못된 전제를 바탕으로 문제를 풀 경우, 평가원이 정답으로 제시한 4번 선택지뿐만 아니라 3번 선택지('글 읽기 경험을 통해서도 언어 이해가 발달될 수 있다') 역시 이론상 명백히 틀린 내용이 되어 복수 정답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이를 두고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을 엉뚱하게 설명해놓고 틀린 것을 고르라는 격"이라고 꼬집으며, 배경지식의 유무가 정답을 가르는 문제의 본질을 지적했다.앞서 불거진 17번 문항의 오류 논란 역시 만만치 않다. 이충형 포항공대 인문사회학부 교수는 독일 철학자 칸트의 '인격 동일성' 개념을 다룬 이 문항에 대해 "정답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지문과 보기에 제시된 내용만을 사용해 엄밀하게 논리적으로 추론하면, 평가원이 정답으로 내세운 3번 선택지를 결코 도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더욱이 '지속성'과 같은 핵심 철학적 개념은 고등학생이 소화하기 어려운 수준이며, 결국 학생들이 깊이 있는 사유와 추론 대신 지문과 선택지에 나온 단어의 피상적 유사성만 찾아 답을 '찍게' 만드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는 인공지능(AI) 시대가 요구하는 비판적 사고력 함양이라는 교육 목적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연이은 중대 오류 지적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혼란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제 모든 공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으로 넘어갔다. 지난 17일까지 공식 이의 신청을 접수한 평가원은 심사위원회를 거쳐 오는 25일 최종 정답을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입시계에서는 평가원이 그간 정답 정정에 극히 보수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는 점을 들어 이번에도 오류를 인정할 가능성은 매우 낮게 보고 있다. 지난 2022학년도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의 오류를 인정하고 전원 정답 처리한 후 당시 평가원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평가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교육계 전체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