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주식으로 시간 번 국민연금…우리 집 노후 계획엔 어떤 뜻일까

 대한민국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기금(NPS)이 존립의 위기에 맞서 공격적인 투자 전략을 펼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2055년 기금 소진 우려를 극복하기 위해 사상 유례없는 고수익 승부수를 던지는 동시에, 제도 성숙과 함께 장기 가입자들의 실질 노후 보장 성과로 ‘용돈 연금’ 오명도 벗고 있다. 다만 낮은 보험료율이라는 구조적 한계가 미래 세대의 연금액을 떨어뜨려 세대 간 격차를 키울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진다.

 

국민연금은 기금 고갈 속도를 늦추기 위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과감히 전환했다. 올해 8월 말 기준 적립금 1269조1355억원 가운데 국내외 주식 투자액은 635조5734억원으로, 전체 자산의 50.1%를 차지한다. 기금 설립 이래 가장 공격적인 비중이다. 이러한 전략은 성과로도 확인된다. 8월 말 주식 자산의 잠정 누적 수익률은 8.22%로, 1988년 설립 이후 연평균 수익률(6.82%)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국내주식이 36.4%라는 압도적 수익률로 수익 개선을 주도했다.

 

공격적 운용의 배경에는 ‘1990년생이 65세에 도달하는 2055년 기금 소진’이라는 뚜렷한 경고등이 있다. 국민연금은 연 6.5% 수준의 운용수익률을 꾸준히 유지해 소진 시점을 2090년대로 늦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력 유출 우려 속에서도 4대 자산군 전반에서 벤치마크(BM)를 상회하는 실적을 기록하며, 내부 운용 역량에 대한 신뢰도 높아지고 있다는 평가다.

 

제도 성숙은 수급 현장에서 이미 변화를 낳고 있다. 1988년 제도 시행 초기부터 30년 이상 성실 납부한 '최고참' 수급자가 빠르게 늘고, 이들의 실수령액이 '푼돈'이라는 인식을 바꾸고 있다. 30년 이상 가입 수급자는 2019년 1만2000명에서 올해 4월 19만4780명으로 급증했으며, 연내 25만명 돌파가 확실시된다. 이들의 평균 월 수령액은 157만2156원으로 전체 평균(62만원)의 2.5배 수준이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월 157만원은 개인 최소 노후생활비(124만3000원)를 상회하며, 이른바 '은퇴 귀족층'의 공적연금 소득(월 173만~177만원)과도 견줄 만한 규모다. 장기가입이 곧 실질 소득 보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수치로 증명한 셈이다.

 


그러나 미래 세대의 불안은 가시지 않는다. 핵심은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에 머무는 9%의 낮은 보험료율이다. 통계청 기준 평균소득(월 333만원) 직장인이 30년 가입해도 65세 수령액은 월 93만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현재의 30년 최고참 세대가 받는 157만원과 큰 격차다. 공무원연금(보험료율 18%)의 30년 가입 평균 수령액이 248만원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연금의 낮은 보험료율은 소득대체율을 떨어뜨려 미래 세대의 실수령을 제약할 공산이 크다.

 

결국 국민연금 앞에는 이중과제가 놓였다. 단기적으로는 공격적·전문적 운용을 통해 기금 소진 시점을 최대한 지연시키고, 장기적으로는 보험료율·급여구조·급여개시연령 등 제도 파라미터 전반을 손보는 개혁을 통해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현재의 뛰어난 운용 성과가 불씨를 살리고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낮은 보험료율이 만든 구조적 한계를 상쇄하기 어렵다. 기금 운용의 '수익률 이야기'와 제도 개혁의 '대체율 이야기'를 함께 풀어낼 때, 오늘의 성과가 내일의 노후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퍼주기' 논란 잠재운 '신의 한 수'?…민주당이 자평한 한미협상 '역대급 성과'의 실체

 한미 양국이 관세 및 안보 협상의 결과물인 '공동 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를 전격 발표하자, 더불어민주당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히며 국회 차원의 신속한 후속 조치를 예고했다. 민주당은 이번 협상 타결이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도 국익을 수호하고 한미동맹을 한 단계 격상시킨 중대한 외교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공식 브리핑을 통해 "우리 경제가 충분히 감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상업적 합리성이 입증된 투자만 한다는 원칙을 명확히 했다"고 강조하며, 협상 결과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당 전체가 이번 성과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정국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모양새다.특히 민주당은 이번 협상이 대미 투자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완전히 불식시켰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그동안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규모 대미 투자가 자칫 원금 회수조차 불투명한 '퍼주기'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박 수석대변인은 "원금 회수가 불투명한 근거 없는 투자 우려를 말끔히 해소했다"고 자평하며, 모든 투자가 철저히 경제적 논리에 기반해 이루어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협상 결과를 둘러싼 불필요한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고,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합리적인 결정이었음을 국민에게 설득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경제 분야 못지않게 안보 분야의 성과 역시 민주당이 내세우는 핵심적인 자랑거리다. 공동 설명자료에 핵추진 잠수함(핵잠) 건조 추진, 우라늄 농축 및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 미국 해군 함정의 국내 건조 검토 등 민감하고 중요한 안보 현안들이 포함된 것을 두고 당내는 고무된 분위기다. 정청래 대표는 부산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오직 국익 관점에서 뚝심 있게 협상을 잘했다"고 극찬하며, 특히 핵잠 건조 관련 내용이 담긴 점을 거론하며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민주당이 전통적으로 취약하다고 평가받던 안보 이슈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의 표현으로 읽힌다.민주당은 이 같은 협상 성과를 법적,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후속 조치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당정은 조만간 '대미투자특별법'에 담길 구체적인 내용을 정리한 뒤, 국민의힘 등 야당과의 협의 절차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계획이다. 이르면 주말부터 관련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와 함께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여야 지도부를 초청해 협상 결과를 공유하고 초당적인 협력을 구하는 자리를 마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는 외교·안보 성과를 바탕으로 협치 분위기를 조성하고, 향후 국정 운영의 동력을 확보하려는 다목적 포석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