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모아

"유통기한 지났다고? 버리지 마세요!"…당신의 지갑을 지켜줄 식품의 '진짜 수명'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우리는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듯한 기분에 휩싸인다. 유통기한이 하루, 이틀 지난 음식들을 마주하며 버려야 할지, 먹어도 될지 끝없는 고민에 빠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소비기한이 유통기한보다 평균 30~50% 더 길다고 설명하며, 우리를 고민의 늪에서 구출해 준다. 지난 3년간 179개 식품 유형, 1450개 품목을 대상으로 진행된 대대적인 실험 결과, 식품별 ‘과학적 수명’이 밝혀졌다. 이제 더 이상 유통기한이라는 숫자에 얽매여 죄책감과 씨름할 필요가 없다. 과자는 최대 496일, 초콜릿은 294일까지 안전하게 즐길 수 있으며, 김치는 106일, 두부는 38일까지 우리 식탁을 지킬 수 있다.

 

기름류와 간장류는 그야말로 냉장고 속 ‘장수만세’ 품목이라 할 수 있다. 참기름, 들기름, 해바라기유, 콩기름은 무려 11~32개월까지 품질이 유지되며, 빛을 차단한 밀폐 용기에 보관하면 산패를 늦춰 그 수명을 더욱 연장할 수 있다. 간장 역시 높은 염분과 낮은 pH 덕분에 세균이 번식하기 어려운 환경을 자랑하며, 최대 996일, 즉 약 2년 7개월까지도 안전하게 섭취 가능하다. 이처럼 과학적으로 증명된 소비기한 정보는 우리가 불필요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고, 더 현명한 소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든든한 가이드가 되어준다. 이제는 냉장고 속 식재료들을 더욱 신뢰하고, 그들의 진정한 가치를 최대한 활용할 때다.

 


물론 모든 음식이 긴 수명을 자랑하는 것은 아니다. 냉장 보관이 필수적인 두부는 22~28일, 생고기는 48일 정도가 안전한 소비기한이며, 가열 가공된 햄이나 소시지는 50~90일까지 보관할 수 있다. 마요네즈나 케첩 같은 조미식품은 평균 11개월, 냉동 만두나 간편조리세트는 영하 18도 이하에서 약 500일까지 안전성이 유지된다. 특히 냉동식품의 경우, 미생물 활동이 거의 멈춰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지만, 한 번 해동했다면 재냉동은 절대 금물이다. 해동 과정에서 생긴 수분이 세균 번식의 온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농무부(USDA) 역시 영하 18도 이하에서 지속적으로 냉동된 식품은 안전성이 무기한 유지된다고 명시했지만, 이는 ‘안전’에 국한된 이야기일 뿐 ‘품질’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가정용 냉동실은 문을 여닫는 횟수가 잦아 산업용 냉동고보다 품질 저하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USDA 실험에 따르면 소고기나 돼지고기는 냉장 상태에서 3~5일 만에 품질이 급격히 떨어지지만, 냉동하면 최대 12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다. 신선한 생선은 지방 함량에 따라 2~8개월, 새우나 게와 같은 갑각류는 10~12개월이 적정 보관 기간이다. 채소의 경우, 데친 후 냉동해야 효소 작용이 억제되어 신선함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시금치와 브로콜리는 10~12개월, 옥수수와 완두콩은 8~10개월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이처럼 식품의 종류와 보관 방법에 따라 소비기한은 천차만별이므로, 각 식품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올바르게 보관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찬성 87% vs 투표율 16%…'숫자의 함정'에 빠진 민주당, 내분 격화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강력하게 추진하던 '대의원·권리당원 1인 1표제' 도입이 예상치 못한 암초를 만났다. 당 지도부는 당헌·당규 개정안의 최종 의결 절차인 중앙위원회를 당초 예정됐던 28일에서 내달 5일로 일주일 연기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개정안이 24일 당무위원회를 통과하며 순항하는 듯 보였으나, 회의 내부에서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르자 결국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일부 우려가 있어 보완책을 더 논의하기 위해 시간을 갖기로 했다"고 밝히며, 당내 이견이 존재함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이는 압도적인 찬성률을 앞세워 속전속결로 매듭지으려던 지도부의 계획에 제동이 걸렸음을 의미한다.이번 갈등의 핵심에는 '명분'과 '절차'의 충돌이 자리 잡고 있다.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지난 19~20일 진행된 전 당원 투표에서 나온 86.81%라는 압도적인 찬성률을 '거스를 수 없는 당심'으로 규정하고 개혁의 동력으로 삼았다. 하지만 이 투표의 전체 투표율이 16.81%에 불과했다는 점이 반대 측의 주요 공격 포인트가 되고 있다. 전체 유권자 중 극히 일부만 참여한 투표 결과를 가지고 당의 근간을 바꾸는 중대한 사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대의 민주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비판이다. 그럼에도 지도부는 투표 결과를 근거로 최고위원회의에서 개정안을 신속히 의결하며 강행 의지를 분명히 했고, 이는 결국 당내 갈등의 불씨를 키우는 결과로 이어졌다.당 지도부의 일방적인 추진 방식에 대한 불만은 결국 공개적인 반발로 터져 나왔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하며 "원칙에 대한 찬반보다 절차의 정당성과 민주성 확보가 논란의 핵심"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중요 제도를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단 며칠 만에 밀어붙이기 식으로 하는 게 맞느냐"고 따져 물으며, 대통령 순방 중에 굳이 당내 분열을 야기할 수 있는 안건을 처리해야 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최고위원은 작심 발언을 쏟아낸 직후 회의장을 떠나며 지도부와의 갈등이 심상치 않은 수준임을 드러냈다. 당무위원회 회의장 밖에서는 고성이 오가는 등 격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다.결국 민주당은 일주일이라는 시간을 벌었지만, 이는 갈등의 봉합이 아닌 수면 위로의 부상에 가깝다. 당 지도부는 이 기간 동안 반대 의견을 청취하고 보완책을 마련해 설득에 나선다는 입장이지만,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는 이들을 만족시킬 묘안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당원 주권 강화'라는 개혁의 명분과 '충분한 숙의를 통한 민주적 절차'라는 원칙 사이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혹은 일주일 뒤 또다시 강행 처리를 시도하며 정면충돌을 불사할지, 당 안팎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