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상상도 못한 디테일"…조선 장인의 '덕질'이 만들어낸 역대급 유물

 조선시대 갑옷과 투구, 그리고 그것을 보관하던 함까지 온전한 형태로 구성된 '온양민속박물관 소장 갑주와 갑주함'이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전망이다. 국가유산청은 31일, 해당 유물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여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지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이 유물은 1975년 온양민속박물관 개관을 준비하던 설립자 구정 김원대 선생이 한 개인 소장가로부터 구입한 것으로, 단순한 갑옷과 투구를 넘어 보관함과 각종 부속품까지 완벽하게 갖추고 있어 그 희귀성을 더한다. 현재까지 전해지는 대부분의 조선시대 갑주 유물이 19세기 이후의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지정 예고 대상 역시 19세기 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당대 최고의 공예 기술이 집약된 왕실 의장용 혹은 전시용이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갑주는 붉은색 전(氈)과 푸른색 구름무늬 비단으로 만들어진 두루마기 형태의 전형적인 전갑(氈甲)이다. 좌우가 대칭을 이루고 소매는 짧으며, 양옆을 터서 활동성을 높인 디자인이 특징이다. 갑옷의 표면에는 둥근 금속 장식인 두정(頭頂)을 일정한 간격으로 박고, 네 개의 발가락을 가진 용(사조룡), 호랑이, 여의주 등 상서로운 동물을 형상화한 금속 장식을 부착하여 화려함과 위엄을 더했다. 특히 양어깨에 달린 용 모양의 견철(肩鐵)은 네 마디로 나뉜 몸통과 함께 입과 혀가 정교하게 움직이도록 제작되어, 당대 금속 공예 기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방어구를 넘어, 착용자의 신분과 권위를 상징하는 예술품으로서의 가치를 여실히 증명하는 부분이다.

 


투구 역시 갑옷 못지않은 정교함과 예술성을 자랑한다. 정수리 장식, 투구의 몸체인 감투, 그리고 목을 보호하는 드림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뾰족한 반구 형태의 감투는 금속 바탕에 은실을 박아 무늬를 새기는 은입사 기법으로 장식되었다. 감투의 앞뒤와 양옆에는 봉황과 사조룡 형상을 섬세하게 부착하였고, 앞쪽에는 금속 차양과 이마가리개를 덧대어 실용적인 보호 기능까지 강화했다. 갑옷과 투구를 보관하는 갑주함은 전통 목칠 기법으로 제작되었으며, 내부 공간을 위아래로 나누어 투구와 갑옷을 각각 효율적으로 보관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이 돋보인다. 심지어 투구의 장식을 따로 보관하기 위한 작은 함(간주함)과 보자기까지 남아있어, 유물을 온전히 보존하려 했던 선조들의 지혜와 정성을 엿볼 수 있다.

 

국가유산청은 '온양민속박물관 소장 갑주와 갑주함'이 구성품 전체가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어 완전성이 매우 높고, 조선 말기 갑주와 관련 공예 기술 연구 및 복원에 있어 대체 불가능한 학술적 가치를 지닌다고 평가했다. 갑옷과 투구의 구조, 문양, 금속 장식, 가장자리의 모피 처리까지 세세한 부분이 모두 남아있어, 당시의 제작 기술과 미의식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라는 것이다. 앞으로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뒤, 문화유산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거쳐 국가민속문화유산으로 공식 지정될 예정이다. 이번 지정을 통해 조선 후기 공예 기술의 백미를 보여주는 이 유물이 더욱 체계적으로 보존, 연구되고 그 가치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갓난아기 비닐봉지에 넣어 죽였는데…'집행유예' 선고한 판사, 대체 왜?

 비정한 영아 살해 및 유기 사건으로 알려졌던 한 사건의 이면에는 한 여성의 처절하고 안타까운 사정이 숨어 있었다. 법원은 12일, 갓 태어난 아기를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 및 시체은닉)로 기소된 40대 친모 A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며 차가운 법리 대신 따뜻한 관용을 베풀었다. 이는 피고인의 범죄 사실 자체는 엄중하지만, 그녀가 그러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극한의 상황을 재판부가 깊이 헤아린 결과로 풀이된다. 당초 알려진 파렴치한 범죄자의 모습 뒤에 가려져 있던,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가 낳은 한 개인의 비극이 법정에서 비로소 세상에 드러난 것이다.재판 과정에서 밝혀진 A씨의 삶은 그야말로 벼랑 끝에 내몰린 상태였다.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렸던 그녀는 임신 기간 내내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산부인과 검진을 받지 못했다.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 임신 사실조차 철저히 숨겨야만 했다. 재판부는 "가정형편이 너무 어려워 대비를 전혀 하지 못하다 이런 지경에 빠진 것으로 보인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더욱이 A씨에게는 사망한 아기 외에도 여러 명의 자녀가 있었고, 그중에는 장애를 가진 아이도 포함되어 있었다. 만약 A씨가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된다면 남은 자녀들, 특히 장애를 가진 아이의 양육에 심각한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재판부는 이러한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A씨를 법정구속하지 않는 결정을 내렸다. 김상곤 부장판사는 "피고인에게는 사망한 아이 말고도 다른 자녀들이 여럿 있고 이 중에는 장애아동도 있다"는 점을 명시하며, "그런 사정들을 고려해서 오늘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한 개인의 범죄를 처벌하는 것을 넘어, 또 다른 비극을 막고 남겨진 아이들의 삶을 지키기 위한 고심이 담긴 판결이었다. 재판부는 선고를 마치며 A씨를 향해 "사회에 돌아가면 먼저 간 아이를 생각하면서 평생 남은 자녀를 보호하고 양육의 책임을 다해달라"는 간곡한 당부를 덧붙였다.A씨는 지난 2월, 전북 완주군의 자택 화장실에서 홀로 아기를 낳은 뒤 의식이 없는 신생아를 비닐봉지에 넣어 방치해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 이후 "갑자기 하혈을 한다"며 119에 신고해 병원을 찾았지만, 출산 흔적을 수상히 여긴 의료진의 신고로 범행이 발각되어 법정에 서게 됐다. 모든 재판이 끝나고, 재판부의 배려가 담긴 선고가 내려지자 A씨는 피고인석에서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숨죽여 울었다. 뒤늦게 떠나보낸 아기를 향한 미안함과 남은 아이들을 지킬 수 있게 된 안도감이 뒤섞인 통한의 눈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