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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도 이렇게는 안 믿어"…김경문, 17년 전 '이승엽 신화'에 팀을 태우다

 한화 이글스의 가을 야구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시리즈 전적 1승 2패로 뒤지던 4차전, 9회초 3점의 리드를 안고 마운드에 오른 이는 '믿음의 아이콘' 김서현이었다. 2승 2패, 시리즈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희망이 가득했던 순간, 야구장의 공기는 그러나 곧 절망으로 바뀌었다. 김서현은 박동원에게 통한의 투런 홈런을 얻어맞으며 마운드 위에서 고개를 숙였고, 팀은 믿을 수 없는 역전패를 당하며 1승 3패의 절대적인 위기에 봉착했다. 가을의 기적을 꿈꾸던 팬들의 기대는 한순간에 산산조각 났고, 이제 남은 것은 실낱같은 희망과 더 커져 버린 불신뿐이다. 김경문 감독의 선택은 시리즈 전체의 향방을 결정짓는 가장 뼈아픈 순간으로 기록되었다.

 

경기 종료 후 팬심은 들끓다 못해 폭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는 김경문 감독의 용병술을 향한 성토의 장으로 변했다. "우리 엄마도 나를 저렇게까지 믿지는 않는다", "김서현만 한화 선수인가"와 같은 조롱 섞인 비판은 물론, "이승엽 신화에 취해 팀을 망가뜨리고 있다"는 원색적인 비난까지 쏟아졌다. 특히 패배 후 "8회는 잘 막지 않았느냐"는 김 감독의 발언은 불타는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되었다. 결과의 책임을 외면하고 과정의 일부만을 긍정하려는 듯한 태도는 팬들에게 더 큰 실망과 분노를 안겨주었다. 감독의 신뢰와 팬들의 인내심 사이의 괴리가 극명하게 드러난 순간이었다.

 


김경문 감독의 야구 인생을 관통하는 '믿음의 야구'라는 철학이 최대의 시험대에 올랐다. 그의 신념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영광스러운 기억에 뿌리를 두고 있다. 당시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던 이승엽을 끝까지 기용해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성공 신화는 그의 지도자 인생에 가장 빛나는 훈장이자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하지만 2025년의 포스트시즌은 17년 전의 올림픽 무대와는 다르다. 시즌 내내 제구 불안과 심리적 기복을 노출했던 젊은 투수 김서현은 해결사 이승엽이 아니며, 패배가 곧 탈락으로 이어지는 단기전 마운드는 믿음보다는 냉철한 결단이 요구되는 자리다. 한때 미덕으로 칭송받던 믿음은 이제 '고집'과 '집착'이라는 비판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이제 한화 이글스에게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5차전, 단 한 번의 패배로 한 시즌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될 수 있는 외나무다리 승부만이 남았다. 야구 팬들의 모든 시선은 이제 김경문 감독의 더그아웃을 향한다. 그는 과연 자신의 야구 철학을 끝까지 밀어붙일 것인가, 아니면 비판을 수용하고 변화를 선택할 것인가. 이 결정에 따라 한화의 운명은 물론, '명장' 김경문 감독의 '믿음의 야구' 역시 재평가받게 될 것이다. 팀의 가을 야구 운명이 그의 마지막 선택에 달려있다.

 

명문대의 민낯?…'집단 커닝'으로 얼룩진 상아탑, 중간고사 전면 무효화 파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문 사학 중 하나인 고려대학교에서 대규모 집단 부정행위가 발생해 학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자그마치 1,400여 명의 학생이 수강하는 대형 비대면 교양 과목에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시험 문제를 공유하며 답을 맞춘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강의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벌어진 이번 사태는, 단순히 일부 학생의 도덕적 해이를 넘어 비대면 교육 시스템이 가진 구조적 취약성과 학업 윤리 의식의 붕괴를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성의 전당이라 불리는 대학의 명성에 먹칠을 한 이번 일로 인해 학교 측은 전례 없는 특단의 조치를 내리며 수습에 나섰다.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5일, '고령사회에 대한 다학제적 이해'라는 교양 과목의 비대면 중간고사에서 시작되었다. 시험이 시작되자 일부 학생들이 시험 문제 화면을 캡처해 특정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공유하기 시작했고, 채팅방에 모인 학생들은 실시간으로 답을 공유하며 시험을 치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집단 부정행위는 영원히 묻힐 뻔했으나, 불의를 참지 못한 다른 학생들의 양심적인 제보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제보를 접수한 학교 측은 즉각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고,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 담당 교수진은 "명문사학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큰 충격을 받았다"며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결국 학교 측은 지난달 27일, '중간고사 초유의 사태 발생과 관련하여'라는 공지를 통해 해당 과목의 중간고사를 전면 무효화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는 부정행위에 가담하지 않고 성실하게 시험에 임한 수많은 학생에게도 피해가 가는 결정이지만, 집단적으로 이루어진 부정행위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고육지책이었다. 학교 측은 "여러 개의 채팅방에서 학생들이 끼리끼리 시험 화면을 공유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번 사태를 일부의 일탈이 아닌 조직적인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있음을 시사했다.현재 고려대학교는 이번 집단 부정행위 사태의 후속 조치를 두고 깊은 고심에 빠져있다. 부정행위에 가담한 학생들을 정확히 식별해내고 그에 합당한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과제다. 또한, 전면 무효화된 중간고사를 대체할 평가 방식을 마련하고, 다가올 기말고사에서는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공정성과 보안을 담보할 수 있는 새로운 시험 방식을 도입해야 하는 무거운 숙제를 안게 되었다. 이번 사건은 비단 고려대학교만의 문제를 넘어, 모든 대학이 비대면 시대의 학업 윤리 확립과 공정한 평가 시스템 구축이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할 때가 왔음을 알리는 경종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