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모아

겉보기엔 정상, 당신의 뱃살이 암을 부르고 있다…특히 60대 이상 남성 ‘경고등’

 암 예방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뒤집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어 고령층의 건강 관리에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했다. 그동안 비만, 즉 높은 체질량지수(BMI)가 다양한 암의 발병 위험을 높이는 주범으로 지목되어 왔지만, 65세 이상의 노년층에서는 이야기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내분비내과 장수연 교수 연구팀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이 연령대에서는 단순히 체중이 많이 나가는 것보다 복부, 즉 허리둘레에 집중된 지방이 암 발생에 훨씬 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체중계의 숫자에만 연연하던 기존의 건강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눈에 보이지 않는 내장지방의 위험성을 직시하고 이를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연구팀은 2009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65세에서 80세 사이의 한국인 약 24만 7천여 명의 건강 데이터를 2020년까지 무려 11년간 추적 관찰하는 대규모 연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총 4만 3천여 건의 암이 발생했는데, 연구진은 대상자들을 체질량지수(BMI)와 허리둘레를 기준으로 네 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각 그룹 간의 암 발생률을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놀랍게도 체질량지수(BMI)가 높은 그룹일수록 오히려 암 발생 위험이 낮아지는 역설적인 경향이 관찰된 것이다. 이는 주로 중년층 이하를 대상으로 진행되어 '높은 BMI = 높은 암 발생 위험'이라는 결론을 내렸던 기존의 수많은 연구들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결과로, 노년층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역설적인 결과가 나타난 이유에 대해 연구를 이끈 장수연 교수는 고령층에서 높은 체질량지수가 갖는 독특한 의미를 설명했다. 노년기에 BMI가 높다는 것은 단순히 체지방이 많다는 것을 넘어, 생명 유지와 활동에 필수적인 근육량이 잘 유지되고 있으며 전반적인 영양 상태가 양호하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근육량은 감소하고 체지방은 복부 중심으로 재분배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 때문에 전신 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단순한 수치인 BMI만으로는 노인의 복잡한 체성분 변화나 대사 건강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결국 체중이라는 겉으로 드러나는 지표보다는, 복부 비만과 내장지방의 양을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허리둘레가 노년층의 암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훨씬 더 정확하고 중요한 지표인 셈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연구는 65세 이상 고령층의 암 예방 전략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함을 명확히 보여준다. 체중이 정상 범위에 속해 소위 '마른 비만'으로 불리는 상태일지라도, 허리둘레가 기준치를 초과한다면 암 발생 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할 수 있다는 경고다. 특히 이러한 경향은 남성에게서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 중년 이후 남성들의 '뱃살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이제부터라도 고령층은 체중계의 숫자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줄자를 들고 자신의 허리둘레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며 복부 지방을 관리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적정 체중을 유지하려는 노력과 함께, 보이지 않는 적 '내장지방'을 줄이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노년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암 예방의 첫걸음이 될 것이다.

 

 

 

1분간의 사이렌이 서울을 삼켰다…광화문 뒤덮은 흐느낌의 정체

 29일 오전 10시 29분, 서울 전역에 울려 퍼진 1분간의 사이렌 소리는 3년 전 그날의 비극을 다시금 일깨웠다.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소리는 광화문광장의 소음을 집어삼킬 만큼 거대했고, 묵념하는 시민들 사이에서는 끝내 참지 못한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정부와 유가족이 함께 마련한 기억식 ‘별들과 함께, 진실과 정의로’에는 김민석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와 국내외 유가족, 그리고 비극을 함께 기억하려는 시민들이 모여 슬픔을 나눴다. 참석자들은 애국가를 부르며 눈물을 닦아내거나, 가슴에 단 추모 배지를 매만지며 떠나간 이들을 기렸다. 그날의 충격과 슬픔은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었다.기억식에 모인 이들의 가슴에는 저마다의 사연과 아픔이 아로새겨져 있었다. 3년 전 참사로 조카의 아들을 잃은 A씨는 코로나19로 마음껏 놀지 못했던 아이가 친구들과 이태원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며, 이 말도 안 되는 사고의 진실을 밝히는 것만이 아이에게 미안함을 더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었다. 참사 전날 바로 그 골목에서 식사를 했다는 원서연 씨는 “이태원 참사는 인재이며, 얼마든지 우리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단언하며,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자녀가 희생자들과 비슷한 또래라 남 일 같지 않아 참석했다는 정영희 씨의 이야기처럼, 광장은 직접적인 관계를 떠나 사회적 아픔에 공감하는 이들의 눈물로 채워졌다.같은 시각, 비극의 현장이었던 용산구 이태원동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역시 추모의 발길로 가득 찼다. 사이렌이 울리기 전부터 스님들의 추모 법회가 이어졌고, 벽면에는 희생자들을 기리는 노란 메모지가 빼곡하게 붙어 3년 전의 아픔을 증언했다. 인근 편의점은 ‘추모의 마음을 담아 준비했다’는 문구와 함께 헌화용 국화가 담긴 사탕통을 가게 앞에 내놓아 오가는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편의점 직원은 유가족보다 힘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이태원 상인회 역시 최선을 다해 돕고 있다고 전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이곳을 찾아 헌화하고 묵념하며, 비극의 기억이 세대를 넘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참사의 기억은 3년이 지난 지금도 생존자와 목격자들의 삶을 송두리째 붙들고 있었다. 참사 당일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했던 엘리자베스 브락씨는 트라우마 치료에도 호전이 없다며 인터뷰 내내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경찰 4명이 전부였던 현장은 혼돈 그 자체였다”고 회상하며, 45분간 필사적으로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끝내 그를 살리지 못했던 절망의 순간을 증언했다. 그의 생생한 증언은 이태원 참사가 단순한 사고가 아닌, 막을 수 있었던 사회적 재난이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진실과 정의’를 향한 외침이 왜 멈출 수 없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