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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체력 방전…'철의 여인' 안세영, 불멸의 12승 대기록 도전 중단 선언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이 세계 배드민턴 역사를 새로 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내려놓았다. 올 시즌 9개의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압도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는 그는 지난 28일, 프랑스오픈 우승을 마치고 귀국한 자리에서 남은 시즌 운영 계획을 밝혔다. 그는 "유럽 일정을 잘 마쳐 홀가분하다"면서도 "휴가보다는 재정비의 시간을 가지며 호주 오픈과 파이널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하며, 숨 가쁘게 달려온 일정에 쉼표를 찍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는 오는 11월 일본에서 열리는 구마모토 오픈(슈퍼500)에 불참하겠다는 의미로, 역사적인 대기록 달성보다는 컨디션 조절과 재충전을 선택한 것이다.

 

안세영의 2025년은 그야말로 '역대급'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눈부셨다. 지난 26일 막을 내린 프랑스오픈 결승전에서 세계 2위 왕즈이를 단 42분 만에 완파하며 시즌 9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 우승으로 그는 프랑스오픈 역사상 최초로 3회 우승을 달성한 여자 선수가 되는 영예를 안았다. 올 시즌 참가한 13개 국제대회 중 9개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는 경이로운 승률을 기록했으며, 특히 최고 등급 대회인 슈퍼 1000 시리즈 3개(말레이시아, 전영, 인도네시아)와 그다음 등급인 슈퍼 750 시리즈 5개(인도, 일본, 중국, 덴마크, 프랑스)를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단일 시즌에 열린 6개의 슈퍼 750 시리즈 중 5개를 제패한 것은 남녀를 통틀어 세계 배드민턴 역사상 전례가 없는 대업이다.

 


이러한 압도적인 페이스 덕분에 안세영은 단일 시즌 최다 우승이라는 대기록 경신까지 가시권에 두게 되었다. 현재 이 부문 최고 기록은 2019년 일본의 전설적인 남자 선수 모모타 겐토가 세운 11회 우승이다. 안세영에게는 구마모토 오픈, 호주 오픈, 그리고 왕중왕전 격인 월드투어 파이널까지 세 개의 대회가 남아있었다. 만약 이 세 대회를 모두 우승했다면 총 12승으로 모모타의 기록을 넘어서는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이는 향후 수십 년간 깨지기 힘든 불멸의 기록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았기에 팬들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하지만 안세영의 선택은 '신기록'이 아닌 '미래'를 향했다. 그는 구마모토 오픈 불참을 선언하며 대기록 도전을 사실상 멈췄다. 1월부터 쉼 없이 전 세계를 누비며 달려온 강행군에 체력이 고갈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는 "일정이 조금 빡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로써 안세영은 남은 두 대회(호주 오픈, 월드투어 파이널)에서 모두 우승하더라도 11승으로 모모타와 타이기록을 세우는 데 만족해야 한다. 역사적인 12승 달성 기회를 스스로 접은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눈앞의 기록보다는 더 길고 높은 곳을 바라보는 '세계 최강'의 현명한 자기 관리와 안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3분기 만에 '대반전'…SK이노베이션, 시장 예측 비웃는 '어닝 서프라이즈' 기록

 SK이노베이션이 올해 3분기,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5,735억 원에 달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기록했던 4,233억 원의 영업손실을 완벽하게 뒤집고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이다. 이는 작년 4분기 이후 무려 3개 분기 만에 이뤄낸 쾌거로, 시장 전망치였던 3,797억 원을 51%나 상회하는 놀라운 실적이다. 매출 역시 20조 5,332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6.3% 증가하며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다. 순손실은 943억 원으로 여전히 적자를 기록했지만, 그 폭은 크게 줄어들며 향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이와 같은 극적인 실적 반등의 배경에는 국제 유가와 정제마진의 동반 상승에 힘입은 석유 사업의 부활과, 계절적 성수기를 맞은 LNG 발전 사업의 호조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변동성 속에서도 핵심 사업 부문들이 굳건한 경쟁력을 입증하며 SK이노베이션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다.사업 부문별 실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번 '깜짝 실적'의 일등 공신은 단연 석유 사업이다. 3분기 석유 사업은 매출 12조 4,421억 원, 영업이익 3,042억 원을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무려 7,705억 원의 이익 개선을 이뤄냈다. 이는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정제마진이 강세를 보이고 유가 상승에 따른 재고 관련 이익이 더해진 결과다. 반면, 미래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배터리 사업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매출 1조 8,079억 원에 1,248억 원의 영업 적자를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다만, SK온 통합법인 기준으로는 179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2분기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이 1,731억 원에 달하며 실적 방어에 큰 힘이 되었다. 이 외에도 화학 사업은 368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윤활유 사업(영업이익 1,706억 원)과 석유개발 사업(영업이익 893억 원), 그리고 SK이노베이션 E&S(영업이익 2,554억 원)가 견조한 실적을 내며 전사적인 이익 성장에 기여했다.4분기 전망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OPEC+의 증산 가능성에 따른 유가 하락 압력이 존재하지만, 주요 산유국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여전해 정제마진은 당분간 견조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배터리 사업이다.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전기차 수요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고, 신규 공장 가동에 따른 초기 비용 부담이 더해지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시장을 중심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을 확장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공장 가동률을 높여 수익성을 방어하겠다는 전략이다. 위기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려는 발 빠른 움직임이다. 특히, ESS 시장은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와 맞물려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인 만큼, 선제적인 시장 공략을 통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SK이노베이션은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바로 내달 1일 공식 출범하는 SK온과 SK엔무브의 합병법인이다. 이번 합병은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각기 다른 영역에서 경쟁력을 쌓아온 두 회사의 역량을 결합하여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특히, SK엔무브가 보유한 액침 냉각 기술은 배터리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게임 체인저'로 평가받는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기술을 배터리 사업에 접목하여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독자적인 생존 기반을 더욱 공고히 다져나갈 계획이다. 서건기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은 "ESS 사업 확장과 합병법인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미래 성장 기반을 강화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히며, 변화와 혁신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이뤄낼 것임을 분명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