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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리단길은 시작일 뿐…경주 전역을 집어삼킨 'AI 영화관'의 정체

 APEC 정상회의 개최에 발맞춰 천년 고도 경주의 가장 '힙한' 공간인 황리단길이 전통과 첨단기술이 결합된 거대한 영화의 거리로 탈바꿈한다. 경북도는 오는 11월 2일까지 황리단길 일원에서 'AI·XR 골목영화관'을 운영하며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방식의 영상 문화 체험을 선사한다. 이번 행사는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것을 넘어, 인공지능(AI)과 확장현실(XR) 등 최신 기술을 유적지 골목 곳곳에 녹여내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독특한 시공간을 연출한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고즈넉한 한옥 거리가 최첨단 기술로 구현된 영상 콘텐츠와 만나 어떤 시너지를 만들어낼지 주목된다.

 

이번 골목영화관은 크게 두 개의 핵심 구역으로 나뉘어 관람객을 맞이한다. 먼저 황남동 고분군에 자리한 '메타무비파크'에는 거대한 에어돔 형태의 '메타돔 씨어터'가 설치되어, 관객들이 외부와 차단된 공간에서 온전히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한편, 황리단길 중심부에 펼쳐지는 '골든씨네타운'은 황리단극장, 힐링씨어터, 스트릿무비존 등 총 9개의 다채로운 테마를 가진 소규모 영화관으로 구성된다. 이곳에서는 AI 영상공모전에서 두각을 나타낸 우수작 35편을 비롯해, 첨단 기술이 접목된 상업영화와 경북연구원이 제작한 영상물 등 폭넓은 스펙트럼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단순히 눈으로만 즐기는 행사는 아니다. 이번 골목영화관은 관람객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스마트한 장치들을 곳곳에 배치했다. 우선 종이 홍보물을 과감히 없애고 모든 안내를 디지털 시스템으로 전환했다. 관람객들은 각 상영 공간에 부착된 QR코드를 스캔하기만 하면 상영작 정보와 프로그램 전체 일정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증강현실(AR) 기술을 활용한 참여형 미션 '골목마블'은 이번 행사의 백미다. 관람객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황리단길 곳곳에 숨겨진 '토우군단'과 '황금 스티커'를 수집하는 게임을 즐기며, 마치 보물찾기를 하듯 골목을 누비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황리단길에서 시작된 영화의 물결은 경주 전역으로 확산된다. AI·메타버스 영상공모전 수상작들은 황리단길뿐만 아니라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경주예술의전당, 보문단지, 동부사적지대 등 주요 관광지에서도 상영되어 APEC을 계기로 경주를 찾은 방문객들이 어디서든 경북의 첨단 영상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밤이 되면 황리단길 곳곳을 밝히는 고보라이트, 빔조명, 가랜드 조명이 영화의 거리라는 콘셉트를 극대화하며 환상적인 야간 경관을 연출한다. 경북도는 이번 행사를 통해 경주의 유구한 문화유산과 경북이 선도하는 첨단 기술력이 어우러진 새로운 K-컬처의 매력을 세계인에게 각인시키겠다는 포부다.

 

받으라고만 하고 책임은 안진다?…'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이 환자 잡는다는 이유

 정부가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야심 차게 내놓은 법 개정안이 오히려 응급의료 현장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응급의학 전문의들은 경증 환자의 응급실 이용을 억제할 대책은 전무한 상태에서, 단순히 환자를 강제로 수용하도록 하는 이번 법안이 응급실의 과밀화만 부추기고 의료진에게 과도한 법적 책임까지 떠넘겨 결국 응급의료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경고하고 나섰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환자 수용 여부는 고도의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의료 행위임에도 이를 무시한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며 정부의 전면적인 정책 재검토를 촉구했다.이번 논란의 중심에 선 ‘응급의료법 개정안’은 지난 4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핵심은 119구급대가 병원에 일일이 전화해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던 절차를 없애는 대신, 응급실이 환자를 받을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일 경우에만 중앙응급의료상황센터에 미리 알리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또한 각 응급의료기관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실시간 인력 현황과 병상 등 수용 능력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러한 정보 공유 시스템은 과거에도 실효성이 없었으며, 이번 개정안이 사실상 ‘환자 강제 할당’으로 작용해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겉으로 보이는 정보와 실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역량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의료계가 지적하는 진짜 문제는 응급실의 문턱이 아니라, 응급실에 들어온 이후의 ‘최종치료’ 단계에 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현재 응급실의 병목 현상은 119가 병원으로 오는 과정이 아니라, 응급진료 이후 입원이나 수술 등 최종치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데서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응급실에서 당장 환자를 받더라도, 해당 질환을 책임지고 치료할 전문과나 수술실, 입원 병상이 포화 상태라면 환자는 응급실에 기약 없이 발이 묶이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와 법적 책임까지 응급의료진이 떠안아야 하는 현실을 정부가 외면한 채, 단순히 ‘받을 수 있는데 안 받는다’는 식으로 문제를 오인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이에 대한 해법으로 의료계는 응급실 수용력 강제와 같은 단편적인 접근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는 응급치료 과정에 명백한 과실이 없다면 최종 치료 결과에 대해 응급의료진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불필요한 상급병원 응급실 이용을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장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119로 이송되는 환자의 절반가량이 경증이라는 통계는 응급의료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종치료를 위한 인프라 확충 없이 응급실의 문만 활짝 열어두라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는 게 현장 의사들의 절박한 외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