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모아

1분간의 사이렌이 서울을 삼켰다…광화문 뒤덮은 흐느낌의 정체

 29일 오전 10시 29분, 서울 전역에 울려 퍼진 1분간의 사이렌 소리는 3년 전 그날의 비극을 다시금 일깨웠다. 10·29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맞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소리는 광화문광장의 소음을 집어삼킬 만큼 거대했고, 묵념하는 시민들 사이에서는 끝내 참지 못한 흐느낌이 터져 나왔다. 정부와 유가족이 함께 마련한 기억식 ‘별들과 함께, 진실과 정의로’에는 김민석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 관계자와 국내외 유가족, 그리고 비극을 함께 기억하려는 시민들이 모여 슬픔을 나눴다. 참석자들은 애국가를 부르며 눈물을 닦아내거나, 가슴에 단 추모 배지를 매만지며 떠나간 이들을 기렸다. 그날의 충격과 슬픔은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었다.

 

기억식에 모인 이들의 가슴에는 저마다의 사연과 아픔이 아로새겨져 있었다. 3년 전 참사로 조카의 아들을 잃은 A씨는 코로나19로 마음껏 놀지 못했던 아이가 친구들과 이태원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며, 이 말도 안 되는 사고의 진실을 밝히는 것만이 아이에게 미안함을 더는 유일한 길이라고 믿었다. 참사 전날 바로 그 골목에서 식사를 했다는 원서연 씨는 “이태원 참사는 인재이며, 얼마든지 우리에게도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단언하며, 진실이 밝혀질 때까지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자녀가 희생자들과 비슷한 또래라 남 일 같지 않아 참석했다는 정영희 씨의 이야기처럼, 광장은 직접적인 관계를 떠나 사회적 아픔에 공감하는 이들의 눈물로 채워졌다.

 


같은 시각, 비극의 현장이었던 용산구 이태원동 ‘10·29 기억과 안전의 길’ 역시 추모의 발길로 가득 찼다. 사이렌이 울리기 전부터 스님들의 추모 법회가 이어졌고, 벽면에는 희생자들을 기리는 노란 메모지가 빼곡하게 붙어 3년 전의 아픔을 증언했다. 인근 편의점은 ‘추모의 마음을 담아 준비했다’는 문구와 함께 헌화용 국화가 담긴 사탕통을 가게 앞에 내놓아 오가는 이들의 마음을 울렸다. 편의점 직원은 유가족보다 힘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이태원 상인회 역시 최선을 다해 돕고 있다고 전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이곳을 찾아 헌화하고 묵념하며, 비극의 기억이 세대를 넘어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참사의 기억은 3년이 지난 지금도 생존자와 목격자들의 삶을 송두리째 붙들고 있었다. 참사 당일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했던 엘리자베스 브락씨는 트라우마 치료에도 호전이 없다며 인터뷰 내내 눈물을 글썽였다. 그는 “경찰 4명이 전부였던 현장은 혼돈 그 자체였다”고 회상하며, 45분간 필사적으로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끝내 그를 살리지 못했던 절망의 순간을 증언했다. 그의 생생한 증언은 이태원 참사가 단순한 사고가 아닌, 막을 수 있었던 사회적 재난이었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진실과 정의’를 향한 외침이 왜 멈출 수 없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대출금리 6% 재돌파…“2년 만에 최악의 순간 다시 왔다”

 최근 시장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은행 대출금리도 덩달아 상승해 약 2년 만에 다시 6%대에 진입했다. 특히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가 연이어 강화된 상황에서 대출 문은 사실상 거의 닫힌 분위기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14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는 연 3.930~6.060% 수준으로 확인됐다. 4대 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가 6%대를 기록한 것은 2023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불과 두 달 반 전인 8월 말 3.460~5.546%였던 금리와 비교하면 상단과 하단이 각각 0.514%p, 0.470%p나 뛰었다. 기준 역할을 하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같은 기간 0.563%p 상승한 것이 직접적인 요인으로 지목된다.신용대출 금리 역시 상승세가 뚜렷하다. 신용 1등급 기준 1년 만기 금리는 기존 3.520~4.990%에서 3.790~5.250%로 오르며 상단이 0.260%p, 하단이 0.270%p씩 뛰었다. 지표 금리인 은행채 1년물 금리가 같은 기간 0.338%p 상승한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 역시 연 3.770~5.768%로 상단이 약 0.263%p 올랐다. 코픽스 자체는 0.01%p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부동산·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이 자체적으로 더 높은 인상 폭을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전반에서 리스크 관리 기조가 강화되며 대출 조건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최근 수개월 사이 시장금리가 급등한 배경으로는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전망이 약해진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지난 12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외신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의 규모와 시기, 방향 전환 여부는 새로운 데이터에 달렸다”고 언급하면서 시장은 이를 사실상 금리 인하 중단 또는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한 신호로 해석했다. 그 직후 서울 채권시장에서 1년물을 제외한 모든 만기의 국고채 금리가 연중 최고치를 찍으며 긴장감이 커졌다. 집값 상승세와 환율 불안 등 물가 안정 리스크가 겹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자, 시중금리도 연쇄적으로 뛰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대출 금리 상승과 가계대출 한도 축소는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KB국민은행은 17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주기·혼합형 금리를 지표금리인 5년물 금융채가 0.09%p 오른 만큼 추가 인상할 계획이다. 조정 후 금리는 4.11~5.51% 수준으로 올라가게 된다. 국민은행뿐 아니라 시장금리를 주 단위 또는 일 단위로 반영하는 다른 시중은행들도 시장금리 상승분을 대출 금리에 연이어 반영할 예정인 만큼, 대출자들의 부담은 당분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금리 인하 기대감이 크게 낮아진 상태에서 대출 시장은 다시 한 번 조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