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무용수 병원비 1000만원 ‘쌩돈’…정부는 ‘안전 연구’만 하고 있었다

 반복되는 공연장 안전사고에도 불구하고 예술인들이 최소한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충격적인 실태가 드러났다. 화려한 무대 뒤에서 예술인들은 추락과 낙하 등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지만,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거의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지적된 바에 따르면, 예술인 산재보험 가입률은 고작 2%에 불과하다. 이는 사고 발생 시 100명 중 98명의 예술인이 제대로 된 보상 없이 스스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올해 세종의전당에서 추락한 무용수는 가입된 보험이 없어 1000만 원이 넘는 병원비를 전액 자비로 부담했으며, 과거 400kg의 무대장치에 부딪혀 하반신이 마비된 성악가는 수억 원의 치료비를 감당하다 끝내 세상을 떠나는 비극적인 일까지 발생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고가 단순히 운이 나빠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만연한 안전불감증과 정부의 관리 부실이 낳은 예고된 인재라는 점이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은 최근 5년간 약 23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공연장 안전기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구체적인 기준까지 마련했다. 하지만 정작 공연 현장에는 이를 관리하고 감독할 전담 안전관리자가 단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아, 애써 만든 기준이 사문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사실상 정부가 수백억 원의 혈세를 들여 ‘연구를 위한 연구’만 진행했을 뿐, 현장의 실질적인 안전 개선에는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정부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대응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도 지적됐다. KTL은 27억 원을 들인 별도 연구를 통해, 화재 발생 시 화염과 유독가스의 확산을 막는 핵심 설비인 방화막의 내압성능을 국제표준 수준인 450파스칼(Pa)로 설정해야 한다는 기준을 명시했다. 이는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미 의무화된 ‘생명 기준’이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중요한 안전 기준을 실제 규격에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만약 대형 공연장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부실한 방화막으로 인해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을 정부 스스로 방치하고 있었던 셈이다.

 

이에 국회에서는 국민의 안전과 예술인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즉각적인 행동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공연장마다 전담 안전관리자를 의무적으로 배치하고, 모든 공연 관계자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등 종합적인 안전관리 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러한 지적에 “행정적 시선이 아닌 국민의 생명을 중심에 두고 예술인의 안전을 절대적으로 보호하겠다”며 공연장 안전 실태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을 약속했다. 하지만 노동부의 ‘전 국민 산재보험 의무화’라는 제도 개선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문체부 차원의 별도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에 그쳐, 반복되는 비극의 고리를 끊어낼 실질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머리 쓰다듬고 웃어줬지만 '유니폼은 안돼'…손흥민이 가나 선수에게 선 그은 이유

 한국 축구의 상징을 넘어 월드클래스 선수 반열에 오른 손흥민의 위상은 이제 경기장 안팎에서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매 A매치가 끝날 때마다 상대팀 선수들이 그의 유니폼을 얻기 위해 경쟁적으로 달려드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10년간 활약하며 득점왕과 이달의 선수상을 여러 차례 거머쥔 그의 발자취는 전 세계 축구 선수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었고, 그의 실착 유니폼은 단순한 기념품을 넘어 하나의 '전리품'처럼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18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가나와의 평가전 직후에도 어김없이 재현되며 그의 세계적인 인기를 다시 한번 실감케 했다.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이날 후반 17분 교체되어 벤치에 있던 손흥민은 그라운드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과거 함부르크 유스 시절 자신을 지도했던 오토 아도 가나 대표팀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동료 및 상대 선수들과 격려를 주고받기 위함이었다. 바로 그때, 노란색 가나 대표팀 유니폼을 손에 든 한 젊은 선수가 그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그는 손흥민의 곁을 떠나지 않고 계속 따라다니며 간절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속삭였다. 손흥민은 그런 그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등 친절하게 응대하며 월드클래스의 품격을 보여주었다.손흥민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이 선수의 노력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는 손흥민의 시그니처 세리머니인 '찰칵 세리머니'까지 따라 하며 자신의 팬심과 유니폼을 향한 열망을 적극적으로 표현했다. 이 선수는 가나 1부리그 메디아마 소속의 18세 미드필더 캘빈 은크루마로, 아직 A매치 데뷔전을 치르지 못한 유망주였다. 부상 선수를 대체해 대표팀에 발탁되었지만 일본전과 한국전 모두 벤치만 달궜던 그는,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를 손흥민과의 만남에서 평생의 기념품을 얻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최선을 다했던 것이다.하지만 은크루마의 간절한 노력과 재치 있는 애정 공세에도 불구하고, 그는 끝내 손흥민의 유니폼을 얻지는 못했다. 이는 손흥민의 냉대나 거만이 아닌, 월드클래스 선수다운 현명하고 사려 깊은 대처였다. 그는 이미 지난 볼리비아전에서도 여러 선수가 한꺼번에 몰려들자 정중히 유니폼 교환을 사양하고 기념 촬영으로 대신한 바 있다. 한 선수에게 유니폼을 건네는 순간, 수많은 다른 선수들에게도 똑같이 응대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특정 선수에게만 유니폼을 주는 대신, 모두에게 미소와 친절한 태도로 응대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슈퍼스타의 책임과 배려를 실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