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여성 홍길동에 롤러스케이트 활빈당까지…국립극장, 작정하고 만든 역대급 마당놀이

 시대를 초월한 영웅 홍길동이 국립극장의 대표 브랜드 마당놀이로 화려하게 귀환한다. 국립극장은 오는 11월 28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하늘극장에서 기획공연 ‘홍길동이 온다’를 무대에 올린다. 2014년 ‘심청이 온다’를 시작으로 10년간 흥행 신화를 이어온 국립극장 마당놀이 시리즈의 명성을 잇는 이번 작품은 극단 미추의 기존 ‘홍길동전’을 오늘날의 시대상에 맞게 재해석한 버전이다.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고전 영웅 서사를 마당놀이 특유의 해학과 풍자로 풀어내어, 단순한 고전의 재현을 넘어 현시대와 호흡하는 새로운 홍길동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번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홍길동이 겪었던 부조리한 현실을 오늘날 한국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과 정면으로 연결시킨다는 점이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했던” 서자 홍길동의 울분과 차별의 설움은 현시대 청년들이 겪는 취업난, 사회적 단절, 그리고 날로 심화되는 불평등 문제와 자연스럽게 겹쳐진다. 시대를 관통하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통해 관객들은 단순히 과거의 영웅담을 즐기는 것을 넘어,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선 현실을 되돌아보고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마당놀이 특유의 신랄한 풍자와 유머는 무거운 주제를 결코 무겁지 않게 풀어내며 관객들의 공감과 웃음을 자아낼 것이다.

 


‘홍길동이 온다’는 파격적인 캐스팅과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으로 기존 영웅 서사의 틀을 과감하게 깨뜨린다.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 이소연과 국악그룹 ‘우리소리 바라지’의 김율희, 두 명의 대표 여성 소리꾼이 홍길동 역에 더블 캐스팅되었다. ‘젠더 프리’ 캐스팅을 통해 남성 중심의 전통적인 영웅상에서 벗어나, 성별의 경계를 허문 새로운 시대의 리더상을 제시한다. 또한 원작에는 없던 여성 활빈당원 ‘삼충’이라는 캐릭터가 새롭게 창조되어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홍길동을 동경하여 활빈당에 합류한 당찬 여성 삼충 역에는 조유아와 홍승희가 발탁되어, 남성 영웅을 보조하는 수동적 여성상이 아닌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여성 캐릭터를 선보인다.

 

마당놀이의 이름에 걸맞게 이번 공연은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풍성한 볼거리로 가득하다. 홍길동과 활빈당의 신출귀몰한 활약은 무대 위를 나는 공중 활공(플라잉)과 마술, 아크로바틱 등 역동적인 연출을 통해 생생하게 구현된다. 50여 명에 달하는 배우와 무용수, 연주자들은 노래와 연기는 물론 롤러스케이트 퍼포먼스까지 선보이며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화려한 무대를 약속한다. 여기에 손진책, 박범훈, 국수호, 김성녀 등 마당놀이의 신화를 일군 원년 멤버들이 다시 뭉쳤고, 국악 작곡가 김성국이 새롭게 합류하여 전통 가락에 현대적 감각을 더한 음악으로 공연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올린다.

 

안세영 한 명 빠졌을 뿐인데… 난리 난 일본, 역대급 '맹탕' 결승에 충격

 '여제' 안세영이 자리를 비우자 여자 배드민턴 판도가 흔들렸다. 올 한 해 쉴 틈 없이 코트를 누볐던 안세영은 컨디션 조절과 부상 관리를 위해 일본 구마모토 마스터스 불참을 선언했다. 이는 더 큰 목표를 향한 전략적인 휴식으로, 시즌 중반 중국 오픈에서 부상으로 기권했던 전례를 고려할 때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3개 대회에 출전하며 강행군을 이어온 만큼, 그의 이번 결정은 다가올 더 중요한 무대를 완벽하게 준비하기 위한 현명한 선택으로 풀이된다.안세영의 시선은 이미 다음 목표를 향하고 있다. 그는 일본 대회를 건너뛰는 대신, 오는 18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리는 호주오픈(슈퍼 500)에 출전해 시즌 10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만약 여기서 정상에 오르면 2023년 자신이 세웠던 여자 단식 한 시즌 최다 우승 기록(9회)을 스스로 경신하게 된다. 나아가 내달 중국에서 열리는 왕중왕전 성격의 월드투어 파이널스까지 제패할 경우, 2019년 모모타 겐토가 수립했던 남녀 단·복식을 통틀어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인 11승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넘어설 가능성도 열린다. 배드민턴 역사상 최고의 선수 반열에 오르기 위한 그의 발걸음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반면, 독보적인 최강자가 빠진 구마모토 마스터스는 혼돈에 빠졌다. 안세영의 불참을 시작으로 중국의 스타 선수들이 자국 대회 여파로 대거 기권했고, 기대를 모았던 일본의 상위 랭커들마저 줄줄이 탈락하면서 대회의 흥행 열기는 급격히 식었다. 결승 대진은 그간 우승과 거리가 멀었던 선수들에게 돌아갔다. 세계랭킹 9위인 태국의 랏차녹 인타논과 11위인 인도네시아의 그레고리아 마리스카 툰중이 맞붙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매치업이 성사된 것이다.여제의 부재는 누군가에게는 절호의 기회가 되었다. 치열한 접전 끝에 태국의 랏차녹 인타논이 툰중을 세트 스코어 2-0으로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안세영이라는 절대 강자가 없는 상황에서 펼쳐진 이번 대회는 다른 선수들에게는 새로운 가능성을, 팬들에게는 이변이 속출하는 예측 불허의 재미를 선사했다. 하지만 동시에 이는 안세영 한 명의 존재감이 여자 배드민턴계 전체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