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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처럼 약 쇼핑’ 이제 끝?…정부가 ‘창고형 약국’에 칼 빼 든 진짜 이유

 정부가 일반의약품을 대량으로 진열하고 판매하는 이른바 ‘창고형 약국’의 확산에 본격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형태의 약국 운영 방식이 의약품의 오남용을 유발하고 소비자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약국의 명칭과 광고 표현에 제한을 가하는 내용의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을 연내에 추진할 것이라고 29일 밝혔다. 이는 최근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창고형 약국이 국민 건강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정책 의지가 반영된 조치로 풀이된다. 창고형 약국은 넓은 매장에 수많은 일반의약품을 마치 공산품처럼 쌓아두고 소비자가 직접 물건을 고르는 대형마트와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지점은 바로 의약품 오남용의 가능성이다. 복지부는 ‘창고’, ‘도매’, ‘마트’와 같은 표현이 소비자에게 ‘대량 구매’와 ‘저렴한 가격’을 암시함으로써 필요 이상의 의약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소비자의 합리적인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두통약이나 감기약 같은 일반의약품이라 할지라도, 정해진 용법과 용량을 지키지 않고 과다 복용할 경우 간 기능 저하, 심각한 위장장애 등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는 약사의 전문적인 복약지도를 통해 이러한 위험을 방지하는 것이 약국의 핵심적인 기능임에도 불구하고, 창고형 약국은 단순 판매에만 치중하여 약국의 본질적인 역할과 책임에서 벗어나 있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일각에서 창고형 약국을 ‘미래형 약국’이라 칭하며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인 긍정적인 모델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정부는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했다. 특히 처방전 조제를 수행하지 않는 일부 창고형 약국의 경우, 현행법상 ‘약국’의 정의에조차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행 약사법에서 약국은 단순히 약을 판매하는 소매점이 아니라, 환자의 상태를 종합적으로 살피고 처방전에 따라 정확하게 약을 조제하며, 안전한 약물 사용을 위한 전문적인 복약지도를 수행하는 보건의료 기관으로 엄연히 규정되어 있다. 즉, 약사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복약지도’ 기능이야말로 약국이 존재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이며, 이러한 기능이 결여된 판매 중심의 공간은 약국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다.

 

다만 정부는 아직 ‘창고형 약국’에 대한 명확한 법적 정의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전국의 정확한 개설 현황을 파악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음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향후 약국 면적, 처방전 조제 여부, 의약품의 진열 및 판매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창고형 약국의 법적 정의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관리 감독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구체적인 일정까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국민 건강 보호라는 대원칙 아래 연내에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을 신속히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혀, 창고형 약국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대출금리 6% 재돌파…“2년 만에 최악의 순간 다시 왔다”

 최근 시장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은행 대출금리도 덩달아 상승해 약 2년 만에 다시 6%대에 진입했다. 특히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가 연이어 강화된 상황에서 대출 문은 사실상 거의 닫힌 분위기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14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는 연 3.930~6.060% 수준으로 확인됐다. 4대 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가 6%대를 기록한 것은 2023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불과 두 달 반 전인 8월 말 3.460~5.546%였던 금리와 비교하면 상단과 하단이 각각 0.514%p, 0.470%p나 뛰었다. 기준 역할을 하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같은 기간 0.563%p 상승한 것이 직접적인 요인으로 지목된다.신용대출 금리 역시 상승세가 뚜렷하다. 신용 1등급 기준 1년 만기 금리는 기존 3.520~4.990%에서 3.790~5.250%로 오르며 상단이 0.260%p, 하단이 0.270%p씩 뛰었다. 지표 금리인 은행채 1년물 금리가 같은 기간 0.338%p 상승한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 역시 연 3.770~5.768%로 상단이 약 0.263%p 올랐다. 코픽스 자체는 0.01%p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부동산·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이 자체적으로 더 높은 인상 폭을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전반에서 리스크 관리 기조가 강화되며 대출 조건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최근 수개월 사이 시장금리가 급등한 배경으로는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전망이 약해진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지난 12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외신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의 규모와 시기, 방향 전환 여부는 새로운 데이터에 달렸다”고 언급하면서 시장은 이를 사실상 금리 인하 중단 또는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한 신호로 해석했다. 그 직후 서울 채권시장에서 1년물을 제외한 모든 만기의 국고채 금리가 연중 최고치를 찍으며 긴장감이 커졌다. 집값 상승세와 환율 불안 등 물가 안정 리스크가 겹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자, 시중금리도 연쇄적으로 뛰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대출 금리 상승과 가계대출 한도 축소는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KB국민은행은 17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주기·혼합형 금리를 지표금리인 5년물 금융채가 0.09%p 오른 만큼 추가 인상할 계획이다. 조정 후 금리는 4.11~5.51% 수준으로 올라가게 된다. 국민은행뿐 아니라 시장금리를 주 단위 또는 일 단위로 반영하는 다른 시중은행들도 시장금리 상승분을 대출 금리에 연이어 반영할 예정인 만큼, 대출자들의 부담은 당분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금리 인하 기대감이 크게 낮아진 상태에서 대출 시장은 다시 한 번 조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