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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도 아닌 코치를 맞바꿨다…가을야구 실패한 롯데·KIA의 '충격 요법'

 가을야구 진출에 나란히 실패하며 아쉬움을 삼킨 롯데 자이언츠와 KIA 타이거즈가 스토브리그의 시작을 알리는 이례적인 행보에 나섰다. 양 구단이 내년 시즌 반등을 위한 첫 단추로 3루 작전·주루 코치를 서로 맞바꾸는, 사실상의 '코치 트레이드'를 단행한 것이다. 롯데는 2024시즌 김태형 감독과 함께 부임했던 고영민 코치를 떠나보내고 KIA에서 조재영 코치를 영입했으며, KIA는 조 코치가 떠난 자리를 고 코치로 채우게 됐다. 이는 단순히 코치 한 명을 교체하는 차원을 넘어, 지난 시즌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양 팀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 코치 이동의 배경에는 두 팀의 처참했던 2025시즌 성적표가 자리하고 있다. 롯데는 8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좌절이라는 뼈아픈 기록을 이어갔다. 특히 시즌 중반까지 3위권을 넘보며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8월의 충격적인 12연패와 함께 무너지며 최종 순위 7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KIA의 추락은 더욱 극적이었다. 지난해 통합 우승의 영광은 온데간데없이, 시즌 내내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 악재에 시달리며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8위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시즌을 조기에 마감해야만 했다. 결국 두 팀 모두 분위기 쇄신과 팀 컬러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고, 그 첫 번째 칼날을 코치진 개편, 특히 경기의 흐름을 좌우하는 3루 코치에 향하게 된 것이다.

 


KIA 유니폼을 입게 된 고영민 코치는 현역 시절 '2익수'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했던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은퇴 후 KT와 두산에서 지도자 경험을 쌓았고, 특히 2019년에는 김태형 감독과 함께 두산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2024년, 김태형 감독의 부름을 받고 롯데로 이적했으나 불과 1년 만에 팀을 옮기게 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반면, 롯데로 향하는 조재영 코치는 고 코치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 화려한 선수 시절을 보내지는 못했지만, 은퇴 후 10여 년의 공백을 깨고 넥센 히어로즈 코치로 복귀해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았다. 2022년부터 KIA의 작전 주루를 책임지며 지난해 팀의 통합 우승에 기여하는 등 지도자로서 확실한 성과를 남겼다.

 

결과적으로 롯데는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자 감독의 최측근이었던 코치를 내보내는 대신, 최근 우승 경험이 있는 실리적인 코치를 수혈했다. 반대로 KIA는 우승에 기여한 코치를 떠나보내고, 풍부한 경험과 새로운 시각을 가진 지도자를 영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양 팀 모두 각각 일본 미야자키와 오키나와에서 진행될 마무리캠프를 앞두고 코치진 구성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이번 3루 코치 맞교환이 과연 두 '가을야구 실패팀'에게 어떤 나비효과를 불러일으킬지 야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결국 체력 방전…'철의 여인' 안세영, 불멸의 12승 대기록 도전 중단 선언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이 세계 배드민턴 역사를 새로 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내려놓았다. 올 시즌 9개의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압도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는 그는 지난 28일, 프랑스오픈 우승을 마치고 귀국한 자리에서 남은 시즌 운영 계획을 밝혔다. 그는 "유럽 일정을 잘 마쳐 홀가분하다"면서도 "휴가보다는 재정비의 시간을 가지며 호주 오픈과 파이널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하며, 숨 가쁘게 달려온 일정에 쉼표를 찍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는 오는 11월 일본에서 열리는 구마모토 오픈(슈퍼500)에 불참하겠다는 의미로, 역사적인 대기록 달성보다는 컨디션 조절과 재충전을 선택한 것이다.안세영의 2025년은 그야말로 '역대급'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눈부셨다. 지난 26일 막을 내린 프랑스오픈 결승전에서 세계 2위 왕즈이를 단 42분 만에 완파하며 시즌 9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 우승으로 그는 프랑스오픈 역사상 최초로 3회 우승을 달성한 여자 선수가 되는 영예를 안았다. 올 시즌 참가한 13개 국제대회 중 9개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는 경이로운 승률을 기록했으며, 특히 최고 등급 대회인 슈퍼 1000 시리즈 3개(말레이시아, 전영, 인도네시아)와 그다음 등급인 슈퍼 750 시리즈 5개(인도, 일본, 중국, 덴마크, 프랑스)를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단일 시즌에 열린 6개의 슈퍼 750 시리즈 중 5개를 제패한 것은 남녀를 통틀어 세계 배드민턴 역사상 전례가 없는 대업이다.이러한 압도적인 페이스 덕분에 안세영은 단일 시즌 최다 우승이라는 대기록 경신까지 가시권에 두게 되었다. 현재 이 부문 최고 기록은 2019년 일본의 전설적인 남자 선수 모모타 겐토가 세운 11회 우승이다. 안세영에게는 구마모토 오픈, 호주 오픈, 그리고 왕중왕전 격인 월드투어 파이널까지 세 개의 대회가 남아있었다. 만약 이 세 대회를 모두 우승했다면 총 12승으로 모모타의 기록을 넘어서는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이는 향후 수십 년간 깨지기 힘든 불멸의 기록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았기에 팬들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다.하지만 안세영의 선택은 '신기록'이 아닌 '미래'를 향했다. 그는 구마모토 오픈 불참을 선언하며 대기록 도전을 사실상 멈췄다. 1월부터 쉼 없이 전 세계를 누비며 달려온 강행군에 체력이 고갈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는 "일정이 조금 빡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로써 안세영은 남은 두 대회(호주 오픈, 월드투어 파이널)에서 모두 우승하더라도 11승으로 모모타와 타이기록을 세우는 데 만족해야 한다. 역사적인 12승 달성 기회를 스스로 접은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눈앞의 기록보다는 더 길고 높은 곳을 바라보는 '세계 최강'의 현명한 자기 관리와 안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