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엔비디아 CEO도 경고한 중국의 '나노초 추격'…다급해진 미국, 한국과 손잡고 중국 포위 나선다

 한국과 미국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강력한 기술 동맹을 구축한다. 29일 경주에서 열리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맞춰, 양국은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6세대 이동통신(6G), 우주 기술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첨단 과학기술 협력 협정을 체결할 예정이다. 이번 협정은 단순한 기술 교류를 넘어, 미국의 대중국 기술 패권 전략에 한국이 핵심 파트너로 참여하는 의미를 지닌다. 미국 측에서는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이 직접 서명에 나서며,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협정에 부여하는 무게감을 드러냈다.

 

이번 협정의 배경에는 무서운 속도로 '기술 굴기'를 이루고 있는 중국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견제 심리가 깔려있다. 중국은 막대한 국가적 투자를 바탕으로 AI, 우주, 반도체 등 거의 모든 첨단 산업 분야에서 미국의 턱밑까지 추격해왔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중국의 반도체 기술이 미국을 나노초(nanosecond) 차이로 쫓고 있다"고 경고했을 정도로, 중국의 기술 발전 속도는 서방 세계에 큰 위기감을 안겨주고 있다. 미국은 이들 분야를 단순한 산업 경쟁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로 간주하고 있으며, 동맹국들과의 연대를 통해 중국의 기술 패권 장악을 저지하려는 전략적 포석의 일환으로 이번 협정을 추진하는 것이다.

 


협정의 구체적인 내용은 중국을 기술 공급망에서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의도를 명확히 보여준다. 양국은 AI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를 함께 강화하고, 동맹국 기업들의 규제 부담은 줄여주기로 합의한다. 이는 사실상 중국으로의 첨단 기술 유입을 차단하고, 한미 양국을 중심으로 한 '기술 블록' 내에서만 데이터와 기술이 원활하게 흐르도록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또한, 생명공학 및 제약 분야의 공급망을 재편하고, 산업 스파이 등에 대비한 연구 보안을 강화하며, 아직 초기 단계인 양자 기술의 발전을 공동으로 보호하는 등 전방위적인 협력을 목표로 하고 있다.

 

결국 이번 한미 기술 협정은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기술 번영 협정'의 연장선상에 있다. 미국은 이미 일본, 영국과 유사한 협정을 체결하며 동맹국들을 규합해왔다. 특히 일본과는 첨단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희토류 및 중요 광물 확보에 관한 별도 문서에 서명하며, 희토류를 무기화하는 중국에 공동 대응하는 전선을 구축했다. 크라치오스 실장이 "동맹국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미국의 기술 리더십을 재정의하고 있다"고 밝힌 것처럼, 이번 협정은 한국이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한복판에서 미국의 손을 잡고 중국 견제 연합에 본격적으로 동참하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대출금리 6% 재돌파…“2년 만에 최악의 순간 다시 왔다”

 최근 시장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서 은행 대출금리도 덩달아 상승해 약 2년 만에 다시 6%대에 진입했다. 특히 부동산 관련 대출 규제가 연이어 강화된 상황에서 대출 문은 사실상 거의 닫힌 분위기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14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 금리는 연 3.930~6.060% 수준으로 확인됐다. 4대 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가 6%대를 기록한 것은 2023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불과 두 달 반 전인 8월 말 3.460~5.546%였던 금리와 비교하면 상단과 하단이 각각 0.514%p, 0.470%p나 뛰었다. 기준 역할을 하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같은 기간 0.563%p 상승한 것이 직접적인 요인으로 지목된다.신용대출 금리 역시 상승세가 뚜렷하다. 신용 1등급 기준 1년 만기 금리는 기존 3.520~4.990%에서 3.790~5.250%로 오르며 상단이 0.260%p, 하단이 0.270%p씩 뛰었다. 지표 금리인 은행채 1년물 금리가 같은 기간 0.338%p 상승한 영향이 반영된 결과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기준) 역시 연 3.770~5.768%로 상단이 약 0.263%p 올랐다. 코픽스 자체는 0.01%p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부동산·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이 자체적으로 더 높은 인상 폭을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전반에서 리스크 관리 기조가 강화되며 대출 조건은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최근 수개월 사이 시장금리가 급등한 배경으로는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전망이 약해진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특히 지난 12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외신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의 규모와 시기, 방향 전환 여부는 새로운 데이터에 달렸다”고 언급하면서 시장은 이를 사실상 금리 인하 중단 또는 인상 가능성까지 시사한 신호로 해석했다. 그 직후 서울 채권시장에서 1년물을 제외한 모든 만기의 국고채 금리가 연중 최고치를 찍으며 긴장감이 커졌다. 집값 상승세와 환율 불안 등 물가 안정 리스크가 겹쳐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낮아지자, 시중금리도 연쇄적으로 뛰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대출 금리 상승과 가계대출 한도 축소는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KB국민은행은 17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주기·혼합형 금리를 지표금리인 5년물 금융채가 0.09%p 오른 만큼 추가 인상할 계획이다. 조정 후 금리는 4.11~5.51% 수준으로 올라가게 된다. 국민은행뿐 아니라 시장금리를 주 단위 또는 일 단위로 반영하는 다른 시중은행들도 시장금리 상승분을 대출 금리에 연이어 반영할 예정인 만큼, 대출자들의 부담은 당분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금리 인하 기대감이 크게 낮아진 상태에서 대출 시장은 다시 한 번 조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