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모아

줄 서서 먹는 '런던베이글', 그 뒤에선 20대 청년이 죽어갔다


'베이글 열풍'의 진원지로 불리는 유명 베이커리 '런던베이글뮤지엄'에서 일하던 26세 청년이 극심한 과로에 시달리다 사망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사회적 파장이 일고 있다. 정의당과 진보당 등 야당은 지난 7월 발생한 이 비극적인 사건을 공론화하며, 회사가 청년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만의 가게를 열겠다는 꿈을 안고 성실히 일해왔던 한 청년이 입사 14개월 만에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화려한 '핫플레이스'의 이면에 가려진 열악한 노동 현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고인이 겪었던 노동 강도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치권의 발표에 따르면, 고인은 사망 직전 주당 58시간에서 최대 80시간에 달하는 살인적인 업무량에 시달렸다. 특히 사망 바로 전날에는 아침 9시에 출근해 자정이 다 되어서야 퇴근하며 15시간 넘게 일했고, 이 과정에서 끼니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심지어 사망 닷새 전에는 21시간 연속 근무라는 비상식적인 상황까지 내몰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망 직전 1주간의 노동시간은 이전 12주 평균보다 37%나 급증했는데, 이는 만성적인 과로 상태에 급성 과로가 겹치면서 비극적인 결과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추정에 힘을 싣는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과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인 노동 착취 시스템의 결과물일 수 있다는 점이다. 고인의 근로계약서는 이미 주 52시간 상한제를 위반하는 주 14시간 이상의 초과근로를 기준으로 작성되었으며, 실제 근무 시간은 계약서상의 시간을 훨씬 웃돌았다. 또한, 입사 후 14개월 동안 강남, 수원, 인천 등 4곳의 지점으로 계속해서 근무지를 옮겨 다녀야 했고, 그때마다 근로계약서를 세 번이나 새로 작성하는 등 불안정한 고용 상태에 놓여 있었다. 유족이 산업재해를 신청했지만, 회사 측은 과로사를 부인하며 근로시간 입증 자료 제출조차 거부하고 있어 논란을 더욱 키우고 있다.

 

정치권은 이번 사건을 '탐욕이 만들어낸 살인'으로 규정하며 맹비난을 쏟아냈다. 진보당은 "청년의 노동과 목숨을 브랜드의 원가로 삼은 명백한 기만이자 폭력"이라며 고용노동부의 전면적인 근로감독과 책임자 엄벌을 촉구했다. 2021년 안국동의 작은 가게로 시작해 전국적인 브랜드로 성장하고, 최근 수천억 원대에 매각되기까지 한 성공 신화의 그늘에서 한 청년이 스러져 갔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청년 노동 착취 문제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결국 체력 방전…'철의 여인' 안세영, 불멸의 12승 대기록 도전 중단 선언

 '배드민턴 여제' 안세영이 세계 배드민턴 역사를 새로 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스스로 내려놓았다. 올 시즌 9개의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압도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는 그는 지난 28일, 프랑스오픈 우승을 마치고 귀국한 자리에서 남은 시즌 운영 계획을 밝혔다. 그는 "유럽 일정을 잘 마쳐 홀가분하다"면서도 "휴가보다는 재정비의 시간을 가지며 호주 오픈과 파이널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하며, 숨 가쁘게 달려온 일정에 쉼표를 찍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는 오는 11월 일본에서 열리는 구마모토 오픈(슈퍼500)에 불참하겠다는 의미로, 역사적인 대기록 달성보다는 컨디션 조절과 재충전을 선택한 것이다.안세영의 2025년은 그야말로 '역대급'이라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눈부셨다. 지난 26일 막을 내린 프랑스오픈 결승전에서 세계 2위 왕즈이를 단 42분 만에 완파하며 시즌 9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이 우승으로 그는 프랑스오픈 역사상 최초로 3회 우승을 달성한 여자 선수가 되는 영예를 안았다. 올 시즌 참가한 13개 국제대회 중 9개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는 경이로운 승률을 기록했으며, 특히 최고 등급 대회인 슈퍼 1000 시리즈 3개(말레이시아, 전영, 인도네시아)와 그다음 등급인 슈퍼 750 시리즈 5개(인도, 일본, 중국, 덴마크, 프랑스)를 석권하는 기염을 토했다. 단일 시즌에 열린 6개의 슈퍼 750 시리즈 중 5개를 제패한 것은 남녀를 통틀어 세계 배드민턴 역사상 전례가 없는 대업이다.이러한 압도적인 페이스 덕분에 안세영은 단일 시즌 최다 우승이라는 대기록 경신까지 가시권에 두게 되었다. 현재 이 부문 최고 기록은 2019년 일본의 전설적인 남자 선수 모모타 겐토가 세운 11회 우승이다. 안세영에게는 구마모토 오픈, 호주 오픈, 그리고 왕중왕전 격인 월드투어 파이널까지 세 개의 대회가 남아있었다. 만약 이 세 대회를 모두 우승했다면 총 12승으로 모모타의 기록을 넘어서는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이는 향후 수십 년간 깨지기 힘든 불멸의 기록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았기에 팬들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다.하지만 안세영의 선택은 '신기록'이 아닌 '미래'를 향했다. 그는 구마모토 오픈 불참을 선언하며 대기록 도전을 사실상 멈췄다. 1월부터 쉼 없이 전 세계를 누비며 달려온 강행군에 체력이 고갈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그는 "일정이 조금 빡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았다. 이로써 안세영은 남은 두 대회(호주 오픈, 월드투어 파이널)에서 모두 우승하더라도 11승으로 모모타와 타이기록을 세우는 데 만족해야 한다. 역사적인 12승 달성 기회를 스스로 접은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눈앞의 기록보다는 더 길고 높은 곳을 바라보는 '세계 최강'의 현명한 자기 관리와 안목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