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K-헤리티지 기술 배우러 우즈벡으로…아시아 전문가들 줄 선 이유

 문화유산 보존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으로 인정받는 'K-헤리티지' 기술이 중앙아시아의 심장부로 향한다.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국제문화유산보존복원연구센터(ICCROM)와 손잡고 오는 11월 14일까지 약 3주간의 일정으로 우즈베키스탄에서 '콜아시아(CollAsia)' 프로그램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아시아 지역의 박물관, 연구소 등 문화유산 관련 기관에서 일하는 미래의 전문가들을 위한 맞춤형 전문 교육 과정이다. 2013년부터 국가유산청의 신탁 기금을 바탕으로 꾸준히 이어져 온 이 교육은, 한국의 선진적인 문화유산 보존 기술과 철학을 아시아 전역에 전파하는 핵심적인 창구 역할을 해왔으며, 올해는 특별히 우즈베키스탄에서 그 문을 열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차세대 전문가들을 맞이한다.

 

이번 교육의 핵심 주제는 '컬렉션의 관찰, 기록 및 진단'으로, 문화유산 보존의 가장 기초이면서도 핵심적인 단계를 심도 있게 다룬다. 단순히 이론을 주입하는 것을 넘어, 한국의 국립박물관이 수십 년간 쌓아온 체계적인 소장품 관리 노하우부터, 미세한 환경 변화가 유물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제어하는 모니터링 기법, 그리고 최첨단 기술인 3차원(3D) 스캐닝을 직접 다뤄보는 실습까지 다채로운 커리큘럼으로 구성되었다.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아시아-태평양 각국에서 선발된 30여 명의 신진 보존 전문가들은 이번 교육을 통해 자국의 문화유산을 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역량을 기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교육의 장소로 우즈베키스탄이 선정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국가유산청과 국립문화유산연구원은 이미 2022년부터 우즈베키스탄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왔다. 고대 유적지에 대한 공동 발굴조사와 정비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물론, 사라져가는 기록유산을 디지털 기술로 복원하고 영구히 보존하는 디지털 기록유산 구축 사업에 이르기까지, 양국은 문화유산 분야에서 신뢰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협력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 이러한 깊은 유대 관계가 바탕이 되어, 이번 콜아시아 프로그램은 양국의 협력을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리고, K-헤리티지 기술 전수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최적의 장이 될 전망이다.

 

임종덕 국립문화유산연구원장이 밝힌 포부처럼, 이번 프로그램은 일회성 교육을 넘어 K-헤리티지를 중심으로 한 국제적 연대와 선한 영향력을 구축하려는 장기적인 포석의 일환이다. 한국이 축적해 온 선진적인 보존 기술과 경험을 아낌없이 나눔으로써, 아시아-태평양 지역 전체의 문화유산 보존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기여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전수를 넘어, 문화유산이라는 인류 공동의 자산을 지키는 데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며, '문화유산 한류'의 새로운 장을 여는 의미 있는 발걸음으로 기록될 것이다.

 

 

 

"넌 내란범이야!"…장동혁, 광주 5·18 묘역서 16분 만에 쫓겨나듯 퇴장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취임 후 처음으로 광주를 찾았지만, 5·18민주묘지 입구에서부터 거센 항의에 부딪히며 사실상 참배가 무산됐다. 6일 오후, 장 대표와 양향자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5·18 민주묘지에 도착하자, '민주의 문' 앞에서 대기하던 시민단체 회원 20여 명은 "내란 공조 장동혁은 물러가라", "5·18 모욕 말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이들의 앞을 막아섰다. 현장에는 장 대표의 방문을 규탄하는 플래카드와 피켓이 내걸렸고, 일부 시민은 장 대표의 얼굴에 X 표시를 한 사진을 들고 "바퀴벌레 왔다", "감옥에나 가라"와 같은 격한 언사를 쏟아내며 지도부를 둘러쌌다.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 현장에서 경찰이 "허가받지 않은 시위"라며 자제를 요청했지만, 분노한 시민들의 목소리는 더욱 커져만 갔다.결국 장동혁 대표 일행의 묘역 진입은 순탄치 않았다. 방명록 작성을 생략한 채 민주의 문을 통과하려는 순간, 한 여성이 "내란범"이라고 울부짖으며 달려들었고, 이를 제지하는 경호대와 시민들이 뒤엉키며 극심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양향자 최고위원이 인파에 밀려 넘어지며 엉덩방아를 찧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시위대는 장 대표의 옷을 잡아당기거나 길에 드러누워 진입을 막았고, 일부는 장 대표 명의로 도착한 근조화환을 훼손하는 등 격렬하게 저항했다. 추모탑까지 채 200m가 되지 않는 거리를 이동하는 데 10분이 넘게 걸릴 정도로 현장은 한 치 앞을 나아가기 어려웠다. 당초 계획했던 헌화와 분향, 박관현·윤상원 열사 묘역 참배 등은 모두 불가능해졌다.극심한 혼란 속에서 추모탑 앞에 겨우 도착한 장 대표 일행은 묵념으로 예를 갖추는 데 만족해야 했다. 현장에 도착한 지 약 16분 만인 오후 1시 55분, 장 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침묵을 지킨 채 서둘러 버스에 다시 올랐다. 시민단체는 "장 대표를 물리쳤다"고 외친 뒤 해산했다. 이후 장 대표는 인근 교회 앞에서 별도의 입장을 발표하며 "영령들에게 헌화와 묵념으로 예를 갖추려 했지만 현장 상황이 여의치 않아 안타깝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5·18 정신은 어느 누구의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것"이라며 "국민의힘의 진정성이 아직 다 전달되지 않은 것 같지만, 마음이 전달될 때까지 끝까지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이번 방문은 장 대표가 취임사에서부터 약속했던 '호남 동행' 의지의 첫걸음이었지만, 광주의 싸늘한 민심을 재확인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장 대표는 "매달 호남을 방문해 민생 현안을 챙기겠다"고 약속하며, 논란이 되는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해서도 "국민의힘도 동의하는 바이지만, 헌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 않아 단독으로 추진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향후 개헌 논의 시 여야 이견 없이 반영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진정한 화합과 국민통합의 이정표'가 되기를 바랐던 그의 첫 광주 방문은 결국 16분간의 격렬한 대치와 짧은 묵념만을 남긴 채 미완의 과제로 남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