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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새빨간 거짓말…안세영 '인사 패싱' 논란, 1년 만에 밝혀진 전말

 지난해 9월, 파리 올림픽 금메달의 영광이 채 가시기도 전에 대한민국 배드민턴계는 큰 홍역을 치렀다. 대표팀 운영의 난맥상을 용기 있게 고발했던 안세영을 향해 대한배드민턴협회 고위 관계자가 국정감사장에서 "선배와 코치에게 인사를 하지 않는다"는 폭탄 발언을 던진 것이다. 올림픽 이후 부상 치료를 마치고 복귀한 덴마크 오픈에서의 일을 콕 집어 제기된 이 주장은 내부 고발자에 대한 '괘씸죄'가 적용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낳기에 충분했다. 세계 챔피언을 한순간에 예의 없고 교만한 선수로 낙인찍으려는 듯한 발언에 국정감사장은 술렁였고, 이는 곧장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섰다.

 

협회 관계자의 공격은 집요했다. 그는 안세영이 장재근 당시 선수촌장에게도 인사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덧붙이며 파상공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는 장 전 촌장이 직접 "그런 사실이 없다"고 강력히 부인하면서 곧바로 새빨간 거짓말로 탄로 났다. 국회의원들은 "세계적인 스타를 인격적으로 저격하고 왕따시키는 것"이냐며 강하게 질타했지만, 해당 관계자는 "인사를 안 한다고 말한 것과 인격 모독은 다르다"며 끝까지 자신의 발언을 정당화하려 했다. 실력으로 국위를 선양한 선수에게 '인사'라는 지극히 주관적인 잣대를 들이대며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려 했던 협회의 구태의연한 행태는 많은 이들에게 실망과 분노를 안겼다.

 


그로부터 1년이 흐른 지금, 안세영은 코트 안팎에서 완벽하게 다른 서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지난 26일 막을 내린 프랑스 오픈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은 물론, 경기장 곳곳에서 보여준 그의 행동은 1년 전의 모함이 얼마나 터무니없었는지를 증명한다. 1라운드에서 완패한 인도의 하위 랭커 안몰 카르는 "안세영이 경기 전 따뜻한 말을 많이 건네줘 좋았다"며 세계 1위의 격려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그는 4강과 결승에서 만난 숙명의 라이벌 천위페이와 왕즈이를 향해서도 SNS를 통해 진심 어린 존중과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며 팬들의 박수를 받았다.

 

최근에는 세계배드민턴연맹(BWF) 선수위원으로 선출되어 전 세계 동료 선수들의 권익을 대변하는 중책까지 맡게 됐다. 이는 그의 리더십과 인품을 동료 선수들이 얼마나 깊이 신뢰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실력과 인성 모든 면에서 세계적인 귀감이 되는 선수를, 불과 1년 전 같은 나라의 어른들은 '싸가지 없는 선수'라는 낙인을 찍고 사실상 집단 린치를 가하려 했다. 1년의 시간을 두고 극명하게 엇갈린 평가는, 과연 누가 진정으로 한국 배드민턴의 명예를 실추시켰는지 우리에게 되묻고 있다.

 

"한국은 쓰레기" 막말 투수, MLB→마이너 전전하다 결국 도미니카 리그로

 한화 이글스 팬들에게 '역사상 최악의 외국인 선수'라는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긴 버치 스미스가 선수 생활의 기로에서 중남미 무대의 문을 두드린다. 도미니카공화국 프로야구 리그(LIDOM)의 아길라스 시바에냐스 구단은 10일, 버치 스미스와 로버트 스탁을 동시에 영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스탁 역시 KBO리그 두산 베어스에서 뛴 경험이 있어 국내 팬들에게 낯설지 않은 이름이지만, 특히 주목받는 것은 단 한 경기에 등판한 뒤 한국을 "쓰레기 나라"라고 비하하는 막말을 남기고 떠났던 스미스의 행보다. 그의 이번 도미니카 리그행은 화려한 재기가 아닌, 벼랑 끝에 몰린 선수의 마지막 몸부림에 가깝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스미스와 한화의 악연은 2023시즌을 앞두고 시작됐다. 한화는 총액 100만 달러라는 거액을 투자하며 그에게 '1선발'의 중책을 맡겼지만, 이는 구단 역사상 최악의 계약으로 귀결됐다. 잦은 부상 경력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4월 1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개막전에 선발 등판한 그는 3회를 채우지 못하고 어깨 통증을 호소하며 스스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검진 결과는 투구에 큰 지장이 없는 미세한 근육 손상이었으나, 스미스는 더 이상의 등판을 거부했고 결국 한화는 한 달도 되지 않아 방출이라는 칼을 빼 들었다. 이 과정에서 그는 SNS를 통해 팬들의 비판에 "쓰레기 나라에서 잘 지내라"는 망언으로 응수하며 한국 야구계 전체에 큰 상처를 남기고 떠났다.한국을 떠난 직후 스미스는 마이애미 말린스와 볼티모어 오리올스를 거치며 메이저리그에 복귀하는 데는 성공했다. 50경기에 등판해 4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나름대로 재기에 성공하는 듯 보였으나, 고질적인 부상이 또다시 그의 발목을 잡았고 결국 재계약에 실패했다. 올 시즌 피츠버그 파이리츠와 마이너 계약을 맺으며 빅리그 재도전을 노렸지만, 트리플A 무대에서 19경기 평균자책점 7.08이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들고 7월 방출 통보를 받았다. 이후 새로운 팀을 찾지 못하고 수개월간 무적 신세로 전전하던 그는 결국 아시아와 북미 무대에서 모두 자리를 잃고 도미니카에서 선수 생활 연장의 기회를 모색하게 된 것이다.한편, 스미스와 함께 아길라스 유니폼을 입게 된 스탁 역시 KBO리그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하고 돌아간 사례다. 2022시즌 두산의 선발진 한 축을 담당했지만, 불안한 제구와 이닝 소화 능력의 한계를 드러내며 재계약에 실패했다. 이후 미국으로 돌아가 빅리그 무대를 다시 밟기도 했으나 대부분의 시간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내야 했다. 흥미롭게도 아길라스 구단은 과거 최향남, 강정호 등 KBO와 인연이 있는 선수들이 거쳐 간 곳이기도 하다. 한때는 더 큰 무대를 꿈꿨던 두 투수가 이제는 재기를 위해 중남미에서 다시 만나게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