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은 무기 팔고, 일본은 군대 키우고…트럼프-다카이치, 위험천만한 '윈윈 게임'의 서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여자 아베'로 불리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가 첫 정상회담부터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향후 미일 관계의 방향성을 예고했다. 현지시간 28일 도쿄에서 마주 앉은 두 정상의 대화는 겉보기엔 화기애애했지만, 그 이면에는 무역 문제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현상 유지 의지와 군사 협력을 통한 양국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 면전에서 전임 정권이 체결한 무역합의를 "매우 공정한 합의"라고 규정하며, 사실상 재협상이나 수정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못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다카이치 총리의 과거 행보를 정조준한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된다. 해당 무역합의는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 시절, 일본이 5,500억 달러(약 787조 원)라는 막대한 대미 투자와 함께 자동차, 쌀 등 민감한 시장을 개방하는 대가로 상호관세와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받는 내용이 골자다.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 선거 과정에서 다른 후보들과 달리 이 합의에 대해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하며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 바 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첫 만남부터 '공정한 합의'임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새로운 총리 체제 하에서 일본이 합의를 되돌리려는 시도를 원천 차단하려는 '대못 박기' 시도인 셈이다.

 


무역 문제에서 일본을 압박한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 분야에서는 정반대의 태도를 보이며 '당근'을 제시했다. 그는 "일본이 군사 역량을 매우 실질적으로 늘리고 있음을 안다"고 언급하며, "새로운 군사 장비에 대한 당신들의 주문을 받았다"고 사의를 표했다. 이는 강경 보수 성향인 다카이치 총리의 군사력 강화 움직임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대규모 무기 판매를 통해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챙기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일본은 미국의 지지 속에 숙원인 '전쟁 가능한 보통국가'로의 전환에 속도를 낼 동력을 얻고, 미국은 이를 통해 무기 판매 확대와 동아시아에서의 영향력 유지를 꾀하는 '윈윈'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다.

 

결국 트럼프-다카이치 체제의 출범은 경제적 실리를 앞세운 미국의 압박과 군사적 야망을 키우려는 일본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며 새로운 국면을 열게 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라는 날개를 단 다카이치 총리의 일본이 전후 평화 체제를 벗어던지고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나아가는 행보가 한층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첫 정상회담에서부터 드러난 양국의 복잡한 속내는 향후 동북아 정세에 중대한 변수로 작용하며, 주변국들의 치열한 외교적 대응을 요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받으라고만 하고 책임은 안진다?…'응급실 뺑뺑이 방지법'이 환자 잡는다는 이유

 정부가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야심 차게 내놓은 법 개정안이 오히려 응급의료 현장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의료계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응급의학 전문의들은 경증 환자의 응급실 이용을 억제할 대책은 전무한 상태에서, 단순히 환자를 강제로 수용하도록 하는 이번 법안이 응급실의 과밀화만 부추기고 의료진에게 과도한 법적 책임까지 떠넘겨 결국 응급의료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경고하고 나섰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7일 기자회견을 열고, 환자 수용 여부는 고도의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의료 행위임에도 이를 무시한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며 정부의 전면적인 정책 재검토를 촉구했다.이번 논란의 중심에 선 ‘응급의료법 개정안’은 지난 4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핵심은 119구급대가 병원에 일일이 전화해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던 절차를 없애는 대신, 응급실이 환자를 받을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일 경우에만 중앙응급의료상황센터에 미리 알리도록 의무화한 것이다. 또한 각 응급의료기관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실시간 인력 현황과 병상 등 수용 능력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의료계는 이러한 정보 공유 시스템은 과거에도 실효성이 없었으며, 이번 개정안이 사실상 ‘환자 강제 할당’으로 작용해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라고 지적한다. 겉으로 보이는 정보와 실제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역량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의료계가 지적하는 진짜 문제는 응급실의 문턱이 아니라, 응급실에 들어온 이후의 ‘최종치료’ 단계에 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현재 응급실의 병목 현상은 119가 병원으로 오는 과정이 아니라, 응급진료 이후 입원이나 수술 등 최종치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는 데서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응급실에서 당장 환자를 받더라도, 해당 질환을 책임지고 치료할 전문과나 수술실, 입원 병상이 포화 상태라면 환자는 응급실에 기약 없이 발이 묶이게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와 법적 책임까지 응급의료진이 떠안아야 하는 현실을 정부가 외면한 채, 단순히 ‘받을 수 있는데 안 받는다’는 식으로 문제를 오인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이에 대한 해법으로 의료계는 응급실 수용력 강제와 같은 단편적인 접근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구체적으로는 응급치료 과정에 명백한 과실이 없다면 최종 치료 결과에 대해 응급의료진에게 법적 책임을 묻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불필요한 상급병원 응급실 이용을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장벽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119로 이송되는 환자의 절반가량이 경증이라는 통계는 응급의료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최종치료를 위한 인프라 확충 없이 응급실의 문만 활짝 열어두라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는 게 현장 의사들의 절박한 외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