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수백 년 고통 끝에…東티모르, 아세안 11번째 회원국으로 '입성'

 지난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아세안(ASEAN) 정상 회의에서 동티모르의 아세안 가입이 확정되며, 아세안은 1999년 캄보디아 가입 이후 26년 만에 11개국 체제로 확대됐다. 샤나나 구스망 동티모르 총리는 "수백 년간 이어진 국민들의 이름 없는 희생 덕에 국가적 꿈이 실현됐다"며 감격스러운 소회를 밝혔다. 옆에는 조제 하무스오르타 대통령이 함께했다.

 

구스망 총리는 인도네시아 지배 시절 동티모르민족해방군(FALINTIL) 사령관으로 독립 투쟁을 이끌었으며, 건국 후 대통령과 총리를 역임했다. 하무스오르타 대통령도 FALINTIL 외교 수장이었다. 동티모르는 2011년 아세안 가입을 신청, 2022년 11월 만장일치로 승인받았다.

 

아세안 11개국 중 동티모르는 면적·인구 면에서 싱가포르, 브루나이에 이어 작은 편이다. 1인당 GDP는 1,400달러로, 아세안 최빈곤국 미얀마보다 약간 높다. 독립 후 잦은 정파 갈등과 빈곤에 시달린 동티모르는 이번 아세안 가입이 국가 안정과 경제 도약의 중요한 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동티모르의 독립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16세기 포르투갈 식민 지배, 1975년 독립 선언 후 9일 만에 인도네시아 침공으로 유혈 진압됐다. 1999년 국제사회 주도로 독립이 확정될 때까지 10만~20만 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도 동티모르 독립에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 1999년 김대중 대통령은 APEC 정상 회의에서 동티모르 문제를 국제적 관심사로 끌어올렸다. 독립 찬반 투표 가결 후 유혈 사태 발생 시, 김 대통령은 다국적군 파병을 위해 인도네시아를 설득하여 안정화에 기여했다. 한국은 제헌의회 선거 관리 인력 지원과 상록수 부대 4년간 주둔으로 치안 확립을 도왔다.

 

아세안 가입으로 동티모르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아세안+3 등 다양한 협의체에서 활동하게 된다. 이는 국제적 위상 제고와 가스·광물 등 자원 개발을 통한 국부 창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하지만 아세안의 '상호 불간섭주의' 정책 때문에 가입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회의론도 있다. 회원국 간 정정 불안이나 무력 충돌 시 아세안의 조정 역할이 미흡하다는 지적 때문이다. 동티모르가 아세안 안에서 독립의 꿈을 어떻게 펼쳐나갈지 주목된다.

 

결국 돈 문제…'임금피크 없는 65세'라는 노동계의 꿈, 실현 가능할까

 법정 정년을 만 65세로 늘리는 방안을 두고 사회적 논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은퇴 연령 상향은 피할 수 없는 과제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놓고 각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논의는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노동계는 소득 공백 해소를 위해 임금 삭감 없는 정년 연장을 강력히 요구하는 반면, 경영계는 인건비 부담과 청년 신규 채용 위축을, 젊은 세대는 일자리 잠식을 우려하는 등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해법 마련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7개월간 이어진 논의마저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사회적 합의를 향한 길은 더욱 험난해졌다.이번 논쟁의 가장 큰 뇌관은 단연 임금 문제다. 양대 노총을 중심으로 한 노동계는 정년 연장이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까지의 소득 절벽을 메우기 위한 제도인 만큼, 현재의 임금 체계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숙련된 고령 인력의 임금을 깎는 것은 오히려 고용 불안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경영계는 극심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연공서열 중심의 현행 임금 체계에서 정년만 연장될 경우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기준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이 대기업(9.4%)의 두 배에 달하는 중소기업(18.1%)은 존폐를 위협받을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정년 연장이 청년 세대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우려와 그로 인한 세대 갈등 가능성도 핵심 쟁점이다. 정치권 역시 이 문제를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당장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면 신규 채용 여력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며, 이는 극심한 취업난을 겪는 청년 세대의 박탈감을 키우고 사회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정년 연장의 속도를 두고도 의견이 갈린다. 노동계는 연금 수급 연령과의 격차를 하루빨리 해소해야 한다며 조속한 시행을 촉구하지만, 경영계는 급격한 인사 및 임금 체계 개편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충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맞서고 있다.이처럼 첨예한 갈등 속에서 경직된 일괄 연장 방식이 아닌, 보다 유연하고 다층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연공서열 기반의 임금 체계를 직무와 성과 중심으로 전환하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고, 퇴직 후 재고용 제도를 활성화해 기업이 필요에 따라 고령 인력을 활용하고 직무에 맞는 연봉을 새로 협상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거론된다. 특히 인력난을 겪는 중소기업계에서는 인건비 부담을 고려해 회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정년 연장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지만, 연장 여부라는 단일 쟁점에만 매몰되면 갈등만 증폭될 뿐"이라며 "다원화된 노동시장의 현실에 맞춰 계속 고용을 보장할 다양한 방안을 포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