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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쿠알라룸푸르서 아세안+3 협력 강화 제안…한·중·일 연계 강조

 말레이시아를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은 27일(현지 시각)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된 ‘아세안+3 정상회의’에 참석하여, 보호무역주의 심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 등으로 야기된 새로운 지정학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아세안+3 국가 간의 협력 강화를 강력히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모두 발언을 통해 역내 국가들이 직면한 복합적인 도전 과제들을 극복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강조하며, 아세안+3 협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역내 경제·금융 협력 강화를 위한 아세안+3 정상 성명’이 채택된 것에 대해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평가하며, 현재 우리가 당면한 위기가 단순히 경제적 차원을 넘어 복합적이고 다층적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 국가 간·세대 간·계층 간 디지털 격차 심화, 기후변화와 자연재해로 인한 식량 및 에너지 위기, 그리고 초국가 범죄 등 다양한 도전 과제들이 일상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사반세기 전 아세안+3 출범의 근간이 되었던 ‘협력과 연대의 정신’을 되새겨 이러한 위기들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최근 스캠센터 등 조직적인 범죄 집단에 의한 초국가 범죄가 수많은 사람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음에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한국 정부가 아세안 경찰 협력체인 아세아나폴(ASEANAPOL)과 긴밀히 협력할 의지를 밝혔다. 그는 아세안+3 회원국들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한편,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무상은 미·일 정상회담 준비를 위해 회의 하루 전 먼저 귀국함에 따라, 이 대통령과의 조우는 불발되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회의에 참석한 리창 중국 총리와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에게 취임 후 첫 만남에 대한 반가움을 표하며 인사를 건넸다.

 

이 대통령은 이어 이번 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예정되어 있으며, 다카이치 총무상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도 기대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한·중·일 3국 간의 활발한 교류가 아세안+3 협력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아세안+3 협력이 한·중·일 교류를 견인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해 중국, 일본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이는 동북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아우르는 포괄적인 지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미래 지향적인 관계 설정을 위한 한국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무용수 병원비 1000만원 ‘쌩돈’…정부는 ‘안전 연구’만 하고 있었다

 반복되는 공연장 안전사고에도 불구하고 예술인들이 최소한의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충격적인 실태가 드러났다. 화려한 무대 뒤에서 예술인들은 추락과 낙하 등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지만, 이들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은 거의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지적된 바에 따르면, 예술인 산재보험 가입률은 고작 2%에 불과하다. 이는 사고 발생 시 100명 중 98명의 예술인이 제대로 된 보상 없이 스스로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올해 세종의전당에서 추락한 무용수는 가입된 보험이 없어 1000만 원이 넘는 병원비를 전액 자비로 부담했으며, 과거 400kg의 무대장치에 부딪혀 하반신이 마비된 성악가는 수억 원의 치료비를 감당하다 끝내 세상을 떠나는 비극적인 일까지 발생했다.더 큰 문제는 이러한 사고가 단순히 운이 나빠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의 만연한 안전불감증과 정부의 관리 부실이 낳은 예고된 인재라는 점이다.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은 최근 5년간 약 230억 원이라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공연장 안전기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구체적인 기준까지 마련했다. 하지만 정작 공연 현장에는 이를 관리하고 감독할 전담 안전관리자가 단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아, 애써 만든 기준이 사문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사실상 정부가 수백억 원의 혈세를 들여 ‘연구를 위한 연구’만 진행했을 뿐, 현장의 실질적인 안전 개선에는 손을 놓고 있었다는 비판으로 이어진다.정부의 안일하고 무책임한 대응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사례도 지적됐다. KTL은 27억 원을 들인 별도 연구를 통해, 화재 발생 시 화염과 유독가스의 확산을 막는 핵심 설비인 방화막의 내압성능을 국제표준 수준인 450파스칼(Pa)로 설정해야 한다는 기준을 명시했다. 이는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미 의무화된 ‘생명 기준’이다. 그러나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중요한 안전 기준을 실제 규격에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만약 대형 공연장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부실한 방화막으로 인해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을 정부 스스로 방치하고 있었던 셈이다.이에 국회에서는 국민의 안전과 예술인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정부의 즉각적인 행동을 강력하게 촉구했다. 공연장마다 전담 안전관리자를 의무적으로 배치하고, 모든 공연 관계자를 대상으로 정기적인 안전교육을 실시하는 등 종합적인 안전관리 체계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러한 지적에 “행정적 시선이 아닌 국민의 생명을 중심에 두고 예술인의 안전을 절대적으로 보호하겠다”며 공연장 안전 실태에 대한 전면적인 점검을 약속했다. 하지만 노동부의 ‘전 국민 산재보험 의무화’라는 제도 개선이 완료되기 전까지는 문체부 차원의 별도 지원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에 그쳐, 반복되는 비극의 고리를 끊어낼 실질적인 대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