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전쟁을 멈추는 가장 빠른 방법? '관세'로 평화 협정 끌어낸 트럼프의 충격 요법

 태국과 캄보디아가 지난 7월 국경 지역에서 벌어졌던 유혈 충돌을 멈추고 마침내 평화에 합의했다. 현지시간 26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와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는 양국의 휴전을 약속하는 역사적인 합의문에 서명했다. 이 긴장감 넘치는 서명식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가 직접 배석하여 합의의 무게감을 더했다. BBC 등 주요 외신은 양국 정상이 마침내 '평화 딜'에 서명했다고 긴급 타전하며, 구체적인 합의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아누틴 태국 총리가 무기 이동과 전쟁 포로 석방이 즉시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닷새간 이어지며 국제적 우려를 낳았던 양국의 군사적 대치는 일단락되었다.

 

이번 극적인 휴전 합의의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거래 외교'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분쟁이 격화되던 당시, 양국에 고율의 무역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압박하며 전투 중단을 촉구했다. 평소 "무역 협정을 통해 일부 국가들이 평화를 수용하도록 만들 것"이라고 공언해 온 자신의 외교 철학을 실제 상황에 적용한 것이다. 그의 이러한 압박은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했고, 결국 양국을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되었다. 아누틴 태국 총리는 "휴전을 위해 노력해준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하다"고 공식적으로 뜻을 전했으며,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적인 주도와 끊임없는 노력으로 평화가 성사될 수 있었다"고 말하며 그의 공을 높이 치켜세웠다.

 


물론 이번 합의가 트럼프 대통령 혼자만의 성과는 아니었다.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는 협정 체결을 위해 장소를 제공하고 중재에 힘쓴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이는 이번 평화 협상이 아세안이라는 역내 협력의 틀 안에서 이루어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나아가 그는 앞으로도 국제사회가 이번 합의를 지지하고 양국이 합의 사항을 충실히 준수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해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혀, 어렵게 찾아온 평화가 항구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주변국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협력이 필수적임을 강조했다. 한순간의 봉합을 넘어 진정한 평화로 나아가기 위한 국제 공조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피스메이커'로서의 위상을 과시한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경제적 실리를 챙기는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 협정의 대가로 분쟁 당사국들과 새로운 경제 협력 관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레이시아 및 캄보디아와는 새로운 무역 협정에 서명하고, 태국과는 미국의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핵심 광물에 대한 협정을 맺을 예정이라는 것이다. 이는 군사적, 외교적 영향력을 경제적 이익과 직접적으로 연계시키는 트럼프 행정부의 '거래' 기반 외교 전략이 다시 한번 성공적으로 관철된 사례로, 이번 아시아 순방을 통해 미국의 국익을 극대화하려는 그의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수출만 잘된 게 아니다… 해외서 앉아서 벌어들인 '배당금'만 2조원 훌쩍

 9월 경상수지가 134억 7000만달러라는 기록적인 흑자를 내며 29개월 연속 흑자라는 대기록을 이어갔다. 이는 9월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이며, 2000년대 들어 두 번째로 긴 흑자 행진이다. 이러한 호실적의 배경에는 반도체와 선박 수출의 견조한 흐름과 더불어, 누적된 대외 순자산에서 발생하는 배당 및 이자 소득이 크게 기여했다. 상품수지와 본원소득수지 흑자가 동시에 큰 폭으로 확대되면서 전체 경상수지 흑자 규모를 역대급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특히 수출과 수입이 함께 늘어나는 건강한 흑자 구조를 보였다는 점에서 이번 실적은 더욱 의미가 깊다.이번 흑자 기조를 이끈 핵심 동력은 단연 상품수지였다. 상품수지는 142억 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역대 2위 수준에 올랐다. 반도체가 22.1% 급증하며 여전한 주력 품목임을 입증했고, 추석 연휴 기저효과 등에 힘입어 승용차, 화공품, 기계류 등 비IT 품목의 수출까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힘을 보탰다. 그 결과 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9.6% 증가하며 두 달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다. 주목할 점은 수입 역시 4.5% 늘었다는 사실이다. 국제유가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소비 회복과 맞물려 자본재와 소비재 수입이 크게 확대되면서, 과거의 '불황형 흑자'와는 질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물론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있는 법이다.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되어 온 서비스수지는 33억 20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하며 전체 흑자 폭을 갉아먹었다. 여름 성수기가 지나며 여행수지 적자 폭은 다소 줄었지만, 원자재 수입에 쓰이는 벌크선 운임이 오르면서 운송수지가 5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여기에 계절적 요인이 사라지면서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 적자 폭도 다시 확대됐다. 반면, 본원소득수지는 29억 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상품수지와 함께 흑자 쌍끌이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는 우리 기업들이 해외에 투자해 벌어들인 배당소득이 크게 늘어난 덕분으로, 한국 경제가 해외 자산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한다.한국은행은 연간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기존 전망치를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10월에는 조업일수 감소로 잠시 주춤하겠지만, 11월부터는 반도체 수출 호조와 유가 안정 등에 힘입어 다시 양호한 흐름을 회복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밋빛 전망 속에서도 정부가 추진하는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는 향후 우리 경제의 향방을 가를 중대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해당 투자가 관련 원부자재 수출 증가로 이어져 경상수지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자칫 국내 제조업의 기반을 흔드는 '산업 공동화'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