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꿈의 4000 돌파, 축포 터뜨린 증시…하지만 "진짜는 지금부터", 살얼음판 예고된 이유

 대한민국 주식 시장이 마침내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썼다. 27일 오전, 코스피 지수가 장중 40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처음으로 '사천피' 시대를 열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8.20포인트(1.48%) 오른 3999.79로 출발하며 개장과 동시에 4000선 턱밑까지 치고 올라갔다. 이내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며 장중 한때 4021.93까지 치솟아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오전 9시 9분 현재 전장 대비 78.58포인트(1.99%) 급등한 4020.17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4000선 돌파를 두고, 그동안 꿈의 영역으로만 여겨졌던 '오천피'(코스피 5000)를 향한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되었다는 장밋빛 전망까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날 역사적인 지수 상승의 일등 공신은 외국인과 개인 투자자였다. 외국인과 개인이 각각 787억 원, 1,204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강력한 매수세로 지수를 밀어 올린 반면, 기관 투자자들은 1,994억 원을 순매도하며 차익 실현에 나서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강력한 매수세는 국내 증시의 대장주들에게 고스란히 옮겨붙었다. 대한민국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 주가가 사상 처음으로 10만 원 선을 돌파하며 '십만전자' 시대를 열었고, 2위인 SK하이닉스 주가 역시 단숨에 53만 원대까지 치솟는 등 반도체 투톱이 시장의 열기를 주도하며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이처럼 한국 증시가 뜨겁게 달아오른 배경에는 긍정적인 대외 여건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간밤 뉴욕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훈풍을 불어넣은 것이 주된 동력이었다. 지난주 말 발표된 미국의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시장의 예상치를 밑돌자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완화되었고, 이에 뉴욕의 3대 지수가 일제히 상승하며 투자 심리를 크게 개선시켰다. 여기에 더해, 오는 3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이 예정되면서, 오랜 기간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했던 미·중 무역 갈등이 봉합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 것 또한 국내 증시에 강력한 호재로 작용했다.

 

다만, 축포를 터뜨리기엔 아직 이르다는 신중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당장 이번 주부터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증시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APEC 정상회의, 본격적인 기업 실적 시즌 등 굵직한 이벤트들을 연달아 마주해야 한다. 키움증권의 한지영 연구원은 이러한 주요 이벤트들을 소화하는 과정에서 일간 단위의 주가 변동성이 지난주보다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특히, 국내 증시는 전통적으로 기업들의 실적 발표 이후 단기 차익을 노린 실현 매물이 출회되는 경향이 짙었던 만큼, 이번에도 유사한 패턴이 반복되면서 일시적인 주가 조정이나 노이즈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종묘 앞에 142m 빌딩?…'왕릉뷰 아파트' 재현될까, 대법원 손에 달렸다

 국가유산의 경관이냐, 도심의 개발이냐.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의 운명을 가를 수도 있는 중요한 법적 판단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국가유산청과의 협의 없이 문화유산 보존 규제를 완화한 서울시 조례 개정의 효력을 묻는 대법원 선고가 6일 열린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법리 다툼을 넘어, 최근 서울시가 건물 높이를 대폭 상향 조정한 종묘 맞은편 세운4구역 재개발 사업의 향방을 결정지을 핵심 변수다. '왕릉뷰 아파트' 사태처럼 세계유산의 경관을 해치는 고층 건물이 종묘 앞에 들어설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사회 전체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갈등의 시작은 2023년 10월, 서울시의회가 '서울특별시 문화재 보호 조례'의 특정 조항을 삭제하면서부터였다. 삭제된 조항은 국가지정유산의 외곽 경계로부터 100m 밖이라도 건설공사가 문화유산에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면 그 영향을 검토하도록 한, 일종의 '안전장치'였다. 서울시의회는 이 조항이 상위법보다 포괄적인 과도한 규제라며 삭제를 강행했다. 하지만 당시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은 강력히 반발했다. 관련법상 조례를 개정하려면 국가유산청장과 협의해야 함에도 서울시가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오세훈 시장에게 재의를 요구했으나 서울시가 이를 거부하고 개정 조례를 공포하면서, 결국 정부가 서울시를 상대로 대법원에 무효확인 소송을 제기하는 초유의 사태로 번졌다.이번 소송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서울시가 최근 고시한 '세운4구역 재정비촉진계획' 때문이다. 서울시는 이 계획을 통해 종묘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세운4구역의 건물 최고 높이를 기존 55~71.9m에서 98.7~141.9m로 두 배 가까이 높였다. 최고 142m에 달하는 고층 빌딩이 들어설 길이 열린 셈이다. 문화계에서는 즉각 종묘 경관 훼손 우려가 터져 나왔지만, 서울시는 세운4구역이 종묘로부터 180m 떨어져 있어 보존지역(100m) 밖이고, 문제의 규제 조항도 사라졌기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서울시가 9년간 13차례의 심의를 거치며 사업이 지연된 세운4구역 재개발을 밀어붙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규제 조항을 삭제한 것 아니냐는 '사전 작업' 의혹마저 제기하고 있다.대법원은 이번 판결에서 법령이 조례보다 우위에 있다는 '법령우위원칙' 위반 여부를 핵심적으로 판단할 전망이다. 만약 대법원이 조례 개정이 무효라고 판단하면, 국가유산청의 권고대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의 유산영향평가(HIA)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막강한 힘이 실리게 된다. 이는 세운4구역 재개발 계획의 전면 재검토나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조례 개정이 유효하다고 판단되면, 서울시는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며 고층 건물 건립을 포함한 재개발 사업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2년 가까이 끌어온 법적 다툼의 결론이 서울 도심 한복판의 스카이라인과 세계유산의 미래를 동시에 결정짓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