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조선시대에 웨딩플래너가? 상상초월 K-창작극, 연말에 전부 쏟아진다

 2025년 연말, 한국 공연계가 독창적인 이야기들로 풍성하게 채워진다. 세계 무대에서 K-콘텐츠의 위상이 높아진 가운데, 안방극장에서는 우리 고유의 정서와 기발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창작 초연작들이 연이어 관객을 만날 준비를 마쳤다. 한국인의 정서를 깊이 파고드는 오페라부터 시공간을 넘나드는 판타지 뮤지컬까지, 다채로운 작품들이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며 관객들의 기대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국립오페라단부터 서울예술단, 대형 뮤지컬 제작사까지 가세하여 저마다 야심차게 준비한 신작들을 선보이는 만큼, 올 연말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창작 에너지로 가득할 전망이다.

 

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섬세한 선율로 그려내는 작품들이 먼저 눈에 띈다. 국립오페라단은 6·25 전쟁 직전의 비극적 시대상을 여성들의 삶을 통해 조명하는 창작오페라 '화전가'를 예술의전당 무대에 올린다. 이념의 소용돌이 속에서 꿋꿋하게 서로를 보듬는 여인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며, 데뷔 30주년을 맞은 메조소프라노 이아경이 묵직한 존재감으로 극을 이끈다. 성남문화재단 역시 '누가누가 잠자나' 등 주옥같은 동요를 남긴 박태현 작곡가의 음악을 바탕으로 창작오페라 '바람의 노래'를 선보이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감동을 예고한다. 이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정서와 선율에 현대적 감각을 더한 작품들은 관객들에게 깊은 공감과 울림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고전과 설화에 대담한 상상력을 덧입혀 완전히 새로운 영웅 서사를 창조해내는 시도도 활발하다. 서울예술단은 실존 인물 '전우치'를 K-슈퍼히어로로 재탄생시킨 창작가무극 '전우치'를 선보인다. 부패한 권력을 응징하고 백성을 구하는 전우치의 도술과 환술을 표현하기 위해 세계적인 일루셔니스트 이은결이 '매지컬 씬 디렉터'로 참여, 지금껏 본 적 없는 화려하고 신비로운 무대를 약속한다. 그룹 하이라이트의 손동운이 주역으로 합류해 기대를 더한다. 서울예술단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조선 시대에도 웨딩플래너가 있었다면?"이라는 기발한 발상에서 출발한 창작가무극 '청사초롱 불 밝혀라'까지 연이어 공개하며 창작극의 명가다운 행보를 이어간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파격적인 상상력의 정점은 EMK컴퍼니의 열 번째 창작 뮤지컬 '한복 입은 남자'가 찍는다. 이 작품은 화가 루벤스의 그림 '한복 입은 남자'에서 시작된 호기심이 "조선의 천재 과학자 장영실이 신분적 한계를 느끼고 유럽으로 건너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만났다"는 대담한 설정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그린다. 현대와 과거, 조선과 유럽을 넘나드는 방대한 서사 속에서 박은태, 전동석, 카이, 신성록, 이규형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1인 2역을 맡아 각기 다른 시대의 인물을 연기한다. 이처럼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절묘하게 엮어낸 작품들은 관객들에게 지적 유희와 장르적 쾌감을 동시에 안겨주며 올 연말 공연계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할 것이다.

 

명문대의 민낯?…'집단 커닝'으로 얼룩진 상아탑, 중간고사 전면 무효화 파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문 사학 중 하나인 고려대학교에서 대규모 집단 부정행위가 발생해 학계에 큰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자그마치 1,400여 명의 학생이 수강하는 대형 비대면 교양 과목에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이용해 조직적으로 시험 문제를 공유하며 답을 맞춘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비대면 강의가 보편화된 상황에서 벌어진 이번 사태는, 단순히 일부 학생의 도덕적 해이를 넘어 비대면 교육 시스템이 가진 구조적 취약성과 학업 윤리 의식의 붕괴를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성의 전당이라 불리는 대학의 명성에 먹칠을 한 이번 일로 인해 학교 측은 전례 없는 특단의 조치를 내리며 수습에 나섰다.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5일, '고령사회에 대한 다학제적 이해'라는 교양 과목의 비대면 중간고사에서 시작되었다. 시험이 시작되자 일부 학생들이 시험 문제 화면을 캡처해 특정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공유하기 시작했고, 채팅방에 모인 학생들은 실시간으로 답을 공유하며 시험을 치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집단 부정행위는 영원히 묻힐 뻔했으나, 불의를 참지 못한 다른 학생들의 양심적인 제보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제보를 접수한 학교 측은 즉각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고,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 담당 교수진은 "명문사학에서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큰 충격을 받았다"며 참담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결국 학교 측은 지난달 27일, '중간고사 초유의 사태 발생과 관련하여'라는 공지를 통해 해당 과목의 중간고사를 전면 무효화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는 부정행위에 가담하지 않고 성실하게 시험에 임한 수많은 학생에게도 피해가 가는 결정이지만, 집단적으로 이루어진 부정행위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고육지책이었다. 학교 측은 "여러 개의 채팅방에서 학생들이 끼리끼리 시험 화면을 공유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이번 사태를 일부의 일탈이 아닌 조직적인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있음을 시사했다.현재 고려대학교는 이번 집단 부정행위 사태의 후속 조치를 두고 깊은 고심에 빠져있다. 부정행위에 가담한 학생들을 정확히 식별해내고 그에 합당한 징계 수위를 결정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과제다. 또한, 전면 무효화된 중간고사를 대체할 평가 방식을 마련하고, 다가올 기말고사에서는 유사한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공정성과 보안을 담보할 수 있는 새로운 시험 방식을 도입해야 하는 무거운 숙제를 안게 되었다. 이번 사건은 비단 고려대학교만의 문제를 넘어, 모든 대학이 비대면 시대의 학업 윤리 확립과 공정한 평가 시스템 구축이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해야 할 때가 왔음을 알리는 경종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