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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소변’ 쑨양의 더러운 기록, 8년 만에 황선우가 깨끗이 지웠다

 8년간 굳건히 버텨온 '약물 스캔들'의 주역 쑨양의 시대가 마침내 막을 내렸다. 한국 수영의 간판 황선우가 부산 전국체전에서 남자 자유형 200m 아시아 신기록을 작성하며, 오랫동안 논란의 중심에 섰던 쑨양의 기록을 역사 속으로 밀어낸 것이다. 황선우는 20일 부산 사직실내수영장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체육대회 남자 일반부 결승에서 1분43초92라는 경이적인 기록으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이는 2017년 쑨양이 세운 종전 아시아 기록(1분44초39)을 0.47초나 앞당긴 대기록이자, 그가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세웠던 자신의 한국 기록(1분44초40)을 0.48초 단축한 눈부신 성과다. 레이스를 마친 황선우는 전광판의 기록을 확인하자마자 참아왔던 감정을 터뜨리며 오른팔로 물살을 힘껏 내리치는 포효로 기쁨을 만끽했다.

 

황선우에게 이번 기록은 단순한 아시아 신기록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1분44초62로 한국 신기록을 세운 이후, 그는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0.22초를 줄이는 데 그치며 '1분 44초의 벽'에 갇혀 있었다. 세계선수권에서 3회 연속 메달을 따내는 등 세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면서도 기록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자 그 스스로도 깊은 고민에 빠졌다. 특히 지난 7월 싱가포르 세계선수권에서는 4위에 그치며 연속 메달 행진을 마감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다. 지난겨울 기초군사훈련으로 인한 한 달간의 공백을 딛고 이뤄낸 성과였기에 오히려 자신감을 얻었고, 마침내 이번 전국체전에서 모든 구간 기록을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보다 앞당기는 완벽한 레이스를 펼치며 1분43초대 진입이라는 쾌거와 함께 자신의 새 전성기를 활짝 열어젖혔다.

 


황선우의 이번 대기록이 더욱 값진 이유는 그가 넘어선 것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약물로 얼룩진 '불명예 기록'이었기 때문이다. 쑨양은 남자 자유형 200m, 400m, 1500m 아시아 기록을 보유했지만, 그의 커리어 내내 도핑 의혹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2018년 도핑 검사 샘플을 망치로 깨뜨려 훼손하는 상식 밖의 행동으로 4년 3개월의 자격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고, 2019년 광주 세계선수권에서는 그와 함께 시상대에 오르는 것을 다른 선수들이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심지어 2016년 리우 올림픽 당시 프랑스 선수는 "쑨양의 소변은 보라색"이라는 원색적인 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이처럼 정정당당한 스포츠맨십을 저버린 행위로 세계 수영계의 공공의 적이 된 쑨양의 기록이 마침내 깨끗하고 정직한 땀으로 세워진 새로운 기록으로 대체되었다는 점에서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 수영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원래 눈물이 없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데, 오늘은 고생한 세월이 떠올라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황선우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동안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으며 눈물을 보였다. 4년간 그를 짓눌렀던 1분 44초의 벽을 마침내 깨부수고 자신의 인생에서 손꼽을 정도로 행복한 날이라며 감격에 젖었다. 수영 역사상 7번째로 1분 43초대에 진입한 선수가 된 그는 이제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불명예로 가득했던 과거의 기록을 지우고 아시아 수영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황선우의 시선은 자신의 꿈인 2028년 LA 올림픽 금메달을 향하고 있다. 이번 기록은 그 꿈을 향한 가장 강력하고 확실한 자신감의 증표가 될 것이다.

 

군 헬기까지 총동원…'산불과의 전쟁' 선포, 공주에서 무슨 일이?

 김민석 국무총리가 22일 충남 공주에서 열린 '산불진화 통합훈련' 현장을 찾아, 갈수록 대형화되고 빨라지는 산불 재난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의 총력 대응 의지를 천명했다. 김 총리는 산불 진화 작업으로 검게 그을린 헬기 동체를 직접 확인한 뒤 "산림청 진화 대원들이 얼마나 험한 현장에서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애썼는지 절감했다"며 현장 관계자들의 노고를 위로했다. 이어 "정부는 산불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한 치의 소홀함도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하며, 이는 단순한 구호가 아닌 정부의 확고한 실천 약속임을 분명히 했다. 이날 훈련은 산림청, 소방 등 유관기관 인력 250여 명이 참여해 실전을 방불케 하는 긴장감 속에서 진행됐다.특히 김 총리는 기존의 산불 대응 방식으로는 더 이상 국민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냉철한 현실 인식을 드러냈다. 그는 "올봄 산불에서 볼 수 있듯이 그 양상이 '초고속', '초대형'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더는 한두 부처나 지자체가 이전의 방식으로 대응해서는 산불로부터 국민의 안전을 지켜낼 수 없다"고 단언했다. 이는 사실상 기존 대응 체계의 한계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으로, 산불 재난 대응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김 총리는 이러한 문제의식이야말로 "대통령께서 취임 직후부터 군 헬기 조기 투입 등 즉각적인 범부처 산불 진화 시스템 구축을 강조한 이유"라고 설명하며, 새로운 대응 체계 구축이 대통령의 직접적인 지시 사항임을 강조했다.이러한 정부의 새로운 대응 기조는 이날 30분간 진행된 통합 훈련에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김 총리는 훈련에 앞서 산불진화차량, 기상관측차, 드론 등 첨단 장비들의 운용 현황을 꼼꼼히 점검하며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진화 시스템의 중요성을 확인했다. 이어 시작된 훈련에서는 헬기에서 진화 대원들이 로프를 타고 하강(레펠)해 지상으로 신속하게 투입되는 초기 대응 장면이 연출됐다. 곧이어 소방헬기가 상공에서 정확하게 물을 투하하며 입체적인 진화 작전을 펼쳤고, 동시에 지상에서는 주민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키고 불길이 더 이상 번지지 않도록 방화선을 구축하는 등 일사불란한 통합 대응이 숨 가쁘게 이어졌다.김 총리는 이 자리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특별한 당부 메시지를 전하며 범정부적 총력 대응 의지를 재차 확인시켰다. 그는 이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 직후 '군 헬기의 물 투하 등에 훈련이 필요하다'며 이번 훈련을 잘 챙겨봐 달라고 당부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는 산불 대응에 군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실전적인 훈련을 통해 그 효율성을 극대화하라는 최고 통수권자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김 총리는 이를 바탕으로 ▲철저한 산불 예방 ▲가용 자원을 총동원한 초동 대응 ▲철저한 주민 대피체계 준비 ▲실전과 같은 훈련의 반복 등 4가지 원칙을 거듭 강조하며, 산불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비전을 제시했다.